《The Great Flood·2025》후기
소행성 충돌로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며 대홍수가 발생한 인류의 멸종을 다룬 암울한 스릴러 《대홍수》는 재난물에 SF적인 상상을 더한 영화로 예상 못 한 반전을 품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원 안나(김다미)는 밀려 들어오는 빗물을 피해 아들 자인(권은성)을 안고, 아파트 옥상으로 향한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희조(박해수)는 현생 인류가 종말에 처했고, 안나가 인류 부활의 마지막 열쇠임을 전한다.
김병우 감독은 구글에 '대홍수'를 치면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가 나왔다며 제목에서 '대홍수'라고 표방했기에 그런 점을 연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노아의 방주'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108분짜리 영화에서 아이가 징징거리는 초반 48분이나 할애한다. 남은 60분 동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인터스텔라』 그리고 찰리 카우프만와 창세기를 활용해 김병우 감독만의 종말론을 완성한다. 이 세계관은 너무 방대한 데이터로 구성되어있다 하나씩 뜯어보자
《대홍수》의 핵심은 인류 멸종 후에 인공지능이 '이모션 엔진'이라는 체계를 통해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수만 번의 학습으로 습득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서사이다. 재귀적 내러티브는 김다미가 3D 프린팅으로 타인의 DNA를 복제시켜 만든 아들을 사랑하는 과정을 딥러닝으로 구현했다. 첫 번째 옥상 장면에서도 아들을 내팽겨두고 먼저 헬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 김다미는 아들보다 (남편과)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기지만, 마지막에는 아들을 구하려고 대홍수를 향해 돌진하는 식으로 모성애를 학습하는 구성을 짰다.
피가 섞이지 않은 양아들이지만, 김다미는 수많은 모의실험을 통해 모성이 각성하는 과정을 타임 루프 설정으로 영화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이 정도 기술력이면 그냥 DNA 복제로 인류를 복원하면 되는 데, 인공지능에 모성애를 따로 학습시키는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는 편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모자 관계보다 남녀 부부를 되살리는 편이 신인류 생산(생식)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유전 행렬이 두 개뿐이라 생물학적 다양성이 부족하기에 다미에게 인류의 희망이라는 타이틀을 줄 필요는 없다. 다미 모자만 살리는 게 아니라 여러 DNA를 복제해 여럿이 살리는 편이 종의 보존 측면에서 유리하다.
게임을 하는 식을 반복되는 알고리즘 드라마는 경제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헛수고들로 가득하다. 좁은 복도에서의 침수는 〈타이타닉〉에서 가져온다고 쳐도 신인류가 지구로 돌아와야 할 당위가 부족하다. 강화 학습 공간이 '아파트'일 이유도 없고, 인류를 정착시키는 프로젝트가 추격전과 탈출극으로 프로그래밍될 이유도 없다. 추격씬, 탈출 장면이 긴박하게 연출되지도 않았다. 게임 플레이처럼 시퀀스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그에 관한 타임 루프에 대한 설명도 불친절하다.
"경험을 통해 모성애를 학습한다."라는 주제에 대해 김병우 감독은 모성애가 아닌 노아의 방주가 테마이었다고 부정했다. 그래서 주인공 김다미는 모성애와 상관없는 행동을 한다. 추격전, 탈출극, 총격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임 같은 강화학습 할 시간에 ‘인류 재건’을 위한 제1 조건인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남극 동토에 녹아있던 메탄가스와 병균들은 물론이고, 대홍수로 대변되는 대대적인 기후 변화를 풀어야 농업과 목축이 가능해진다.
또한 남극에 소행성이 충돌했다고 지구 전체가 60~70m로 침수될 리가 만무하다. 과학적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 《대홍수》는 기본적인 인간 사회가 성립되는 물적 토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다. 예를 들어 왜 우리나라인가? 인공지능이면 미국과 중국이 우리보다 더 발전하지 않은가? 굳이 김다미가 인류의 희망인 이유도 그냥 패스한다.
노키드존과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빌런으로 둘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영화에서 난관이 필요할 때마다 아이를 징징거리게 만들고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이 양육할 때 싱글맘보다 아빠도 함께 두는 게 생존에 유리한 걸 떠나서 정서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더 낫지 않냐 말이다. 창세기에 ‘노아의 방주’도 나오지만 ‘아담과 이브’도 나오고 ‘아브라함의 자손들’도 등장한다. 남성이 노동력 측면에서 여성보다 유리한 건 묻고 따지지도 않아도 된다. 여주인공을 가이아의 상징으로 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이모션 엔진을 연구하고, 하드와이어링하며 종말 속에서 수 천가지 방식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설정을 더 친절하게 설명했어야 한다. 제작 의도만 전달하고 퇴근해버린건 직무 유기다.
★☆ (1.5/5.0)
Good : 장르 혼합
Caution : 아동 혐오
● 현장 스태프랑 아역 김다미 박해수 배우 엄청 고생했을 것 같다. 수고하셨다고 한 말씀 올리고 싶다
■김병우 감독은 "한 10년 전에 저희 누나가 아들을 낳고 집에 처음 놀러 갔을 때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릴뻔했다"라며 "그 와중에 '창세기 노아'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찰스 다윈이 썼던 책들도 살펴보며 노아, 진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시나리오를 출발할 수 있었다. 보시는 분들이 흥미롭게 즐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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