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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이프 Apr 10. 2019

7년의 신화

7년마다 새로워지는 나의 몸

'I am what I ate'는 문자 그대로 내가 먹은 음식은 바로 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먹은 음식들이 여러 가지 질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우리 몸의 작은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은 대략 1년~7년 사이에 완전히 새롭게 바뀔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신체의 거의 모든 세포가 대략 1~7년 사이 죽게 되고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되는데, 내가 먹는 식품들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은 가공된 정크푸드, 케이크, 파이, 냉동식품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고, 또는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 콩 등과 같은 식품으로도 재구성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나의 몸이 다시 새로워질 수 있다면, 나는 진심으로 후자의 식품들로 선택할 것입니다. 그림은 7년이 아닌 심지어 1년도 되지 않아 우리 몸이 재구성됨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 몸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후성유전학적 연구를 근거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전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 안의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면서 놀라운 수준으로 분화될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은 특정 유전자가 환경적 자극에 의해 단백질로 번역되는지의 여부, 즉 특정 유전자가 켜지는지 꺼지는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환경적 자극 때문에 후성적 변형이 일어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Alegria et. al. 2011, Kayla et al. 2016, Zhang et al. 2018)


이러한 환경적 자극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음식이 될 수 있으므로 내가 먹은 음식이 1~7년 이내 나의 몸을 재구성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식품과 후성유전

음식이 후성유전학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래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음식과 후성유전학과의 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1944~1945년 겨울,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면서 네덜란드에 대기근이 발생하였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은 하루 영양섭취량이 1,000칼로리 이하로 기근에 시달려야 했고, 특별히 여성들은 심각한 기근 속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칼로리 제한 상태에서 태어난 이들이 현재 70대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시기에 태어나 성인이 된 이분들은 그들의 형제나 자매보다 당뇨병, 심장혈관 질병, 비만과 같은 만성 질환에 걸릴 비율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 발표되었습니다. 

어떻게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 70년 후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에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제한된 영양 공급에 대한 태아의 후성적 적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태중에 기근을 겪은 사람은 인슐린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 (the insulin-like growth factor II)의 변형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Heijmans et al., 2008) 또한 이 유전자의 변형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어서 세대를 거쳐 기근을 겪은 여성들의 손자들에게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Painter et al., 2008) 

음식과 후성유전학의 또 다른 사례로는 꿀벌 중 일벌과 여왕벌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일벌과 여왕벌은 유전학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유충으로 태어났어도 유충이었을 때 먹는 식단에 따라 구별된다는 것입니다. 유충 중 여왕벌이 되기로 지정된 유충은 일벌이 분비하는 로열젤리를 독점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어 결국 같은 유충으로 태어나도 일벌과 여왕벌은 로열젤리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식과 후성유전의 관계는 먹이를 다르게 준 아구티 마우스 실험 사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털이 노랗고 비만인 아구티 어미 중 한 집단은 엽산, 비타민 B12, 콜린과 같이 메틸기(methyl기)를 많이 함유한 먹이를 먹이고, 다른 한 집단은 정상 먹이를 먹일 경우, 메틸기를 많이 함유한 먹이를 먹은 어미는 밤색 털을 가진 날씬한 마우스를 낳고, 정상 먹이를 먹은 어미는 자신을 닮은 노랗고 뚱뚱한 마우스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메틸기가 후성 유전적 변형을 주어 아구티 마우스의 노란색 털은 밤색 털로, 비만은 날씬하게 되는 영향을 주어 먹이가 유전자를 이기는 결과를 얻게 된 것입니다. 이는 네덜란드 대기근 사례처럼, 식이가 배아 상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자!!!

‘I am what I ate‘는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며, 내 몸은 새로운 7년의 신화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면, 내 몸의 7년의 신화로 쓰일 진정한 과학적 식품들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과 정말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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