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인권과 평등, 차별 문제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다.
이 책에서 말하듯, 우리 모두는 평등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 사회는 평등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차별을 철폐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지만.
나도 그런 시민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불의가 가득하다고, 부정의가 가득하다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차별들이 언제나 불편하고, 바꾸고 싶지만, 정작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순간들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 동시에 나는 다수자의 입장에서 권력과 혜택을 누리는 그런.
그런 스스로가 항상 부끄러웠다. 특히 크리스천으로서,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그럴 때면 무엇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그것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자괴감에 매일같이 고통스러워해야만 했다.
말하자면, 내 모든 신념의 뿌리인 성경에 따르면, 동성애는 (아마도) 죄다. 그리고 시기 질투 증오 자기혐오도 죄다. 동성애자는 죄인이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아닌 나도 죄인이다. 하나님은 피조물인 인간을 사랑하시고, 예수님은 그 사랑으로 이 땅에 내려와 소외된 이들을 앞장서 품으시고 죄인들을 위해 죽기까지 하셨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두려운 것들인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없는 사회에 살면서 부당하게 차별받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기도 하다. 죄보다 사랑이 먼저 있었고, 사랑은 모든 죄를 덮었다.
차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차별하지 않고 싶어서, 차별 없는 사회와 차별 없는 교회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찾았다.
그리고 좋은 해답들을 얻었다. 평등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현실을 파악하기에 꼭 맞는 책이었다.
뭔가, 출발선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살아가면서 내가 있는 시공간에 차별이 없다고 느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상황, 모든 장소에 저마다의 크고 작은 차별은 항상 존재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다양성에 기초를 두고 있듯, 어떤 면에서 인간 존재는 그 자체가 구분과 구별이라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다른 것에 대한 감각.
다름, 구분, 구별, 차별. 바로 이것들을 혼동하지 않을 지혜가 필요하다. 다른 건 좋은 것이다. 획일화와 전체주의가 나쁜 것처럼.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대상을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는 질문이 남는다. 질문으로 펼친 책이 한 걸음 앞의 또 다른 질문으로 끝나 기분 좋았다.
그리고 차별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행여 단 한 단어, 한 글자에라도 차별의 시선이 담기지 않을까 무던히 고민하며 이 책의 문장들을 적었을, 작가님이 참 멋졌다. 또한 그렇게 덮쳐오는 수많은 차별의 유혹들을 전부 뿌리친 문장들이 이룬 결과물은 참 선한 것이었다. 차별을 지우면 선이 남는구나. 인상적인 깨달음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결국, 선이란 무수한 차별에 맞서 한 번 한 번 이겨나가는 과정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