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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석 Dec 13. 2019

'반값 등록금'이 답인가

2011.07.10 02:56

'반값 등록금'
요즘 이슈화되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반값 등록금을 향한 대학생들의 울분이 터진 이유는 당연히 대학교의 학비가 비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대학생인 만큼 똑같이 느끼고 있고
주변을 살펴보면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과
학자금 대출로 졸업과 동시에 큰 빚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그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이와 같이 대학생들이 가정형편에 비해 큰 돈을 학비로 지출해야 하는 것과
대출까지 받아서 힙겹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반값 등록금을 유일한 대안으로 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반대할 대학생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도 대학교의 학비가 반값으로 된다면 찬성이지만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만 주장하는 것은 반대한다.
반값 등록금에만 열광했던 여러분이라면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것이 과연 정말 유일한 최고의 대안일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비싸다'의 기준은?

'비싼 가격'의 기준이 무엇일까.
가격이 비싸고 싸다는 것은 사실 기준을 절대적으로 매길 수 없다.
즉, 가격이 비싸고 싸고는 사람들마다 느끼는 가치에 따라 다르다는 것인데
이는 '스타벅스 커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한 잔에 4~5000원 대를 호가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우리나라에 고급 커피 브랜드 열풍을 일으켰고
이렇게 비싼 커피들을 마시는 사람들이 '된장녀', '된장남'이라고 불리우며 사회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커피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껴서
쓸데없이 비싼 커피를 폼잡으려 먹는 사람들이라 평가하며 안좋게 본 것이다.
하지만 '된장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쳤던 때에도, 그 이후 지금까지도
스타벅스는 건장하게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고
커피빈, 카페베네, 탐앤탐스등 다양한 커피브랜드들이 생겨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즉, 수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커피를 비싸게 생각했지만
또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은 그 가격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고급적인 브랜드의 만족감과
앉아서 오래 대화를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 제공 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쁘게 그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가격에 대해서 그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이
그 돈을 지불함으로써 얼만큼의 가치를 느껴가냐에 따라 '비싸다', '싸다'의 기준이 갈린다는 것이다.
등록금은 비싸다 vs 등록금은 적당하다

등록금에 대해서 사람들을 어떻게 가치를 매길까?
앞에서 말했듯이 극단적으로 '비싸다'에 치중되어 있다.
최근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97.6%가 '등록금이 아깝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즉, 학생들은 수 백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다니고 있는 대학교에서
그 수 백만원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

여러분이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실제로 구매해서 사용해보니 무선인터넷도 잘 안되고 전화도 잘 끊겨서 
지불했던 100만 원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 여러분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제품을 통해서 100만 원의 가치를 느낄 수 없으니 가격을 인하하라고 요구하거나
지금 겪고 있는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해서 100만 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것이 현명한 행동일까.
첫번째 방법을 살펴보자.
이미 구매한 문제있는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라는 요구이다.
과연 이 방법이 의미가 있을까?
무선인터넷도 잘 안되고 전화도 잘 끊긴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있어서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것인데
그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싸지든, 얼마의 돈을 돌려받든
느끼는 불편은 해결되지 않는데 말이다.
더욱이 금전적으로 손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기업은
더 낮은 질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 순간은 뭔가 보상을 받았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또다시 같은 요구를 하게될 것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을 살펴보자.
두번째 방법을 사용해서 해당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반응을 한다면
무선인터넷과 통화 불량의 원인을 고치기 위해 뭔가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결과야 장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항의가 매출에 영향을 줄까 신경이 쓰여서라도
문제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기업이라면
고객들의 불만족을 보상하기위해 추가적인 보상과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100만 원을 주고 산 스마트폰에서 겪던 문제점이 해결되어
그 스마트폰이 100만 원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가격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든다면
결국 일시적인 보상만 받을 수 있을 뿐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또다시 불만족스럽게 될 것이라는 것이며
이에 따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함으로써
내가 지불한 가격에 맞는 가치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가격 논쟁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앞서 예를 든 '스마트폰'에 '대학교'를 대입해보자.
대학교는 우리에게 사회적인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며
우리는 사회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 대학 교육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이 해당 교육의 질이 학비의 가치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기에 
불만족스러운 것이고 말이다. 
이 상황에서 대학교 등록금이 반값이 된다고해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까?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학비가 50%가 인하되든 90%가 인하되든 
대학교육의 질이 그대로라면 우리는 대학교육을 통해 사회적인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학 교육 서비스가 어떠한가.
과연 학생들의 잠재성을 이끌어내어 키워줌으로써 사회에 내보내고 있는가?
내가 긴 설명을 하지 않고 여러분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아도 답은 나올 것이다.
당연히 '아니오'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를 문제삼는 사람이 없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우는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학교에서는 작년에 향후 10년의 비전을 선포했었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서 학과간의 경계를 없애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비인기 학과가 폐지되거나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면서 여기저기서 시끄러웠다.
이로 인해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오해를 풀고 자세한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고
마침 그 시간에 공강이었던 나는 그 설명회에 참석했다.
나도 비인기 학과의 통폐합에 관심이 있어서 사실 그 내용을 들으러 온것이였는데
전체적인 설명회인 만큼 다른 비전의 내용들도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그런데 참 허탈한 웃음을 짓게하는 비전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인재 육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외국인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싱가포르 어떤 대학교를 롤모델로 삼아
외국인 학생 비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외국인들하고 같이 학교를 다니면 글로벌 인재가 된다?
이는 미국이 영어를 쓰기에 세계 최강국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참 어이가 없는 논리이다.
이를 비롯해 명문대가 선포할 비전으로는 부끄러운 항목들이 여러개 있었지만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직 '학과 통폐합' 내용으로 다투기만 했다.
학과 통폐합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학교측의 해명에도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뒤없이 그 내용만 쏘아댔고
학교측은 이를 방어하기에만 바빴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부끄러운 여러 비전의 내용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이러한 비전을 선포하는 학교와
진정 중요한게 뭔지 모르는 학생들 모두에게 실망을 하고 
그냥 조용히 있다가 나왔다.
지금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모두 '등록금'이라는 좁은 것만 보며 으르렁 거리며 달려들 뿐
진정으로 중요한걸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선망할 줄은 알면서
외국의 명문대학들이 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실제로 인재를 배출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은가?
대학교에서 지금과 달리 어떤 방식의 교육을 해주어야 우리가 그것을 통해 성장할지 생각해보지 않는가?
이러한 것들이 궁금하지 않고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학교에 요구하지도 못하고 계속 가격만 가지고 투덜대다가 졸업해버리게 될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대학교들이 진정으로 훌륭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여
모든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학비를 아깝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알바를 해야 하더라도,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게 되더라도
훗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모두 나를 위한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교가 진정한 사회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이 이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지적한다면 
언젠가 우리나라의 대학교들도 비싼 학비가 아깝지 않을 만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수준에 이르는 과정속에서
저소득층을 향한 학비 지원 확대 방안 및
학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서 추진해야 값싸고 질 좋은 대학교로 거듭날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가격'에만 온갖 관심을 쏟고 있는 지금,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생각해야하고 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현재 군복무 중이기에 댓글을 바로 달아들이기는 힘이 듭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꼭 확인하고 댓글을 달아드릴테니

언제든지 댓글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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