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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LOG

알바로 경영을 읽다.

2010.03.01 20:42

by 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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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여러분에게 알바란 무엇인가?
100이면 100 '돈 줄'로 대답할 것이다.
물론 대표적인 대학생의 돈 줄이다.
특히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밤낮으로 알바에 시달려야하는
존경스러운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그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부모님 잘만난 덕에 학비걱정은 덜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나는 알바를 하며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 젊은이들이
알바를 하며 많은 것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어
내가 알바를 하며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첫번째 아르바이트 - 도넛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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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아르바이트는 도넛가게였다.
그 기업에 대한 나의 평가를 언급할 것이니 어느 도넛브랜드인지는 비밀!
정규직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게 된 도넛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대우가 너무 넘쳤다.(?)
파트타임 근무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입사시켰다.
때문에 대기업인 그 회사이름 타이틀로 노동부에 신고되어 어엿한 직장인처럼 서류가 날아오곤 하였다.
월급도 제대로 안주고 아무때나 퇴사시켜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입사를 시켜주니 그런 걱정은 모두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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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계산한 월급과 내가 받은 월급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보험 어쩌구 몇 퍼센트 내야 한다고하니 그런게 빠지구나~ 하고 넘어가긴 했으나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서류하나가 도착하였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온 서류였다.
나는 정규직원이었기 때문에 월급의 10%가 국민연금으로 빠진 것이다!!
내 시급이 당시 4100원 수준이었는데 10%가 빠진다면?
최저시급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지금 국민연금에 10만원이 들어가있는 상태이다..
회사측에서는 '악의'없이 한 행동같지만..
시급 1~200원 차이에 울고 웃는 파트타이머로서는 절대 행복한 대우가 아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 '파트타이머'의 입장과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나는 돈이 급해 한 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비때문에 한 푼이 아까운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큰 피해인가.
사회적 책임 vs 직원의 만족도 상승 vs 맛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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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넛가게에서 일한다~" 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하나같이
"도넛 엄청 먹겠네?"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내가 일하던 브랜드의 알바생들에게 대답은 NO이다.
이 브랜드의 철칙 중 하나는 '고객에게 최상의 맛을 선사하는 것'이다.
물론 음식브랜드로서 당연한 철칙이다.
하지만 제품을 만든 후 3시간이 지나면 폐기처분하는 '초강수'를 쓴것이 문제이다.
수제도넛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질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낮에는 그나마 잘 팔려나가서 문제가 없지만 늦은 밤이 문제이다.
나는 마감조로 일했기 때문에 이를 담당하게 되었다.
만약 도넛이 남게되면 모조리 봉지에 던져 으깨서 음식물쓰레기로 버린다.
(그냥 버리면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서 으깨야만 한다..)
다행히 나는 버리면서 먹을 수 있었기에
생에 먹어야할 도넛은 다 먹고 왔다...
하지만 나는 그 도넛들을 버리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동료들과는 농담으로 이거 유니세프에 고발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직원들에게 그냥 싸가라고 하면 어떨까 싶었지만
회사측에서는 그 '변질된'도넛을 직원들이 가져나가 가족이나 친구등 외부인에게 먹이게되면
맛의 만족도가 떨어져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주장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웃 도넛브랜드들은 직원에게 집에 싸가도록 하던지, 모아서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이 문제를 보고 내가 이 회사의 경영자였다면? 이라는 질문을 안떠올릴 수가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싸가도록 하는 쪽을 선택했다.
고객은 왕이지만 직원들은 그 왕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신하들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도넛을 싸가도록 하며 주고받는 정이 싹틀 수 있고(?)
자신이 일하는 곳의 제품을 친구나 가족들에게 나눠주면서 애사심도 높일 수 있다.
썩었으면 몰라도 몇 시간 지난 것을 브랜드 이미지를 운운하며
음식물을 버리고, 직원의 만족도 상승을 기회비용으로 버리는 것은 당연히 손해일 것이다.
두번째 아르바이트 - 씨푸드 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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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번째 알바는 씨푸드 부페였다.
고급 호텔과 견주어도 될 만큼 고급스럽고 큰 곳이였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겠지만 부페는 알바계에서 가장 힘든 곳! (노가다 제외)
그곳에서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었을까?
점장님, 우리가 원하는 웃음은 그 웃음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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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페에서 하는 일. 정말 힘들고도 힘든 일이다.
계속 계속 먹는 손님들 덕분에 그릇은 계속 계속 날라주어야 하며
더러운 음식물을 다 만지고 처리해야만 한다.
때문에 배도 고프고 몸도 힘이 든다.
하지만 힘든 일을 하는 직장일 수록 위계질서는 더 강하고 대우는 더 안좋았다.
파트타이머와 매니져 간에 상명하복 질서는 상대적으로 강했고
우리가 쉬지 못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채찍질을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많고 많은 음식들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몇 시간 뒤에 우리는 얼굴에 표정도 사라질 정도로 힘이 들게 되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 갖추어진 이유는
그곳의 점장이 '웃음'에 대한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이 웃으며 일하기를 누구보다 바랬다. 서비스업이라 더욱 그랬다.
그렇다면?
파트타이머에게 제대로된 휴식시간을 제공하거나 음식을 간간히 제공해 주는 등
'혜택'을 부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오픈 전 '넌센스 퀴즈'였다.
아침조회를 하면서 웃긴 퀴즈를 내 맞힌 사람에겐 상품을 주는 식이였다.
물론 웃겼다. 나이 든 사람이 그런 문제를 내는 것도 웃겼고 답도 매우 웃겼다.
하지만? 1분만 지나면 사라질 웃음이라는 것이 문제.
그 넌센스 퀴즈에 대한 기억이 향후 6시간을 웃겨줄 수 있겠는가????
학력, 절대 인재를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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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분야가 다양한 만큼 인재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종류가 다양하다고해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인간성', '친화성'이다.
학교, 직장을 떠나서 주위를 둘러보라.
나에게 힘이 되고 모든 이에게 힘이되는 사람이 없는가?
때로는 말동무가 되어주고 때로는 개그맨이 되어주고 여러사람에게 웃음을 주어 힘을 내게 하는 사람말이다.
부페 알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때문에 과거에 급제한 '선비'님들께서는 이런 미천한 일을 하지 않으시려한다.
나는 왠만큼의 학벌이 갖추어져있는데
나정도의 학교를 다니는 알바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학교 친구들만 봐도 대부분 '과외'나 '사무직' 알바만을 선호하는데 있을리가 있겠나.
나는 이 부페 알바에서 만나게 된 친한 형이 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재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는 앞서 말한 '인간성'과 '친화성'을 아주 제대로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힘들다고 하지않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한다.
소외된 친구가 있으면 항상 가서 말걸어주고 웃겨주고.
어느새 말동무가 되어있다.
일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회사에 대해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닌데 정말 성실히 일한다.
그래서 그 매장에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그에게 의지하고 그를 중심으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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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사람좋네~" 라는 감탄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그가 다니는 회사 사무실의 분위기를 상상해보라.
세계 최고 기업보다 화목한 사무실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곧 직원들의 업무증진력 향상을 뜻한다.
부페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들고 상사들이 짜증나고 하는데 오직 그 때문에 간간히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나중에 어느 회사의 CEO가 된다면 당장 전화해서 낙하산 취직이라도 시켜주고 싶을 정도이다.
이러한 무형의 능력은 절대 학력과 스펙으로는 알 수 없다.
유능한 CEO라면
자신의 기업에 이러한 인재를 부서마다 배치할 수 있도록
좀 더 새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았다.

내 생각이 옳든 그르든

나는 남들이 돈 줄로만 생각하는 알바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만약 내가 나중에 CEO가 된다면 제일 아래급의 직원들이 필요한 것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각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명문 대학 과거에 급제하신 선비님들께서는 고귀한 사무직에만 종사하려하신다.

하지만 진정한 CEO 또는 그룹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항상 밑바닥을 체험해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하무인'의 성격만 커질 것이고

설령 아랫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하다 하더라도

선인장에게 매일 물을 퍼주는 식의 실효성 없는 정책만 늘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젊을 때는 사서 고생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고생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영 마인드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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