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ffer May 04. 2023

벗이 모이는 밭으로 가자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벗밭의 백가영 대표는 대학생 시절, 홀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좀처럼 채우기 힘든, 부족한 퍼즐 한 조각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 그때 시작했던 소박한 교내 프로젝트는 어느덧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하는 식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식탁 너머의 이야기를 양분으로 지속 가능한 식문화가 열매 맺기까지, 벗이 모이는 밭에서는 오늘도 다양한 씨앗을 심는다.



브랜드명

벗밭(Butground)


의미

순우리말 ‘벗’과 ‘밭’을 합친 이름으로, 먹거리를 고민하는 벗과 식탁 너머의 밭을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식문화 플랫폼이다.


탄생 시기

2019년 6월


핵심 가치

2030 청년과 생산 환경이 더불어 건강한 식문화를 만드는 것. 도시를 거점으로 벗과 밭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어떻게 하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우리가 즐거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서 사업화하기로 결심했다.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수익 모델을 만들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먹거리와 환경뿐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지금까지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성장 포인트

선택과 집중. 항상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지만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함께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뾰족하게 다듬고 있다.





과일 한 알도 친구와 나누는 곳



대학생 시절, 벗밭을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하고 교내에서 파머스 마켓을 열었다고요.
백가영 대학 친구들과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는 사과 한 봉지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생활비 일부를 떼어 과일을 사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썩기 전에 전부 먹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가족들과 사는 제겐 새로운 사실이었죠. 친구들과 함께 더 건강하게 먹을 방법을 궁리하다가 저를 포함해 친구 4명이 교내에서 파머스 마켓을 열기로 했어요.

건강한 식사에 관심을 보인 친구들이 많았나요?
백가영 파머스 마켓을 열기 전 끼니 만족 설문 조사를 했어요. ‘당신이 바라는 식사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건강’이었어요. 다만 그 정의가 다 달랐죠. 근육을 키우려고 닭가슴살과 필수 아미노산을 챙겨 먹는 것이나, 5대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는 것이든 모두 저마다의 건강함을 위한 거예요.

그럼 벗밭이 생각하는 건강함은 무엇인가요?
백가영 먹는 사람과 먹거리, 생산자, 자라는 환경이 다 함께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저희의 몫이고요.

‘즉흥과일클럽’도 그 일환인가요? 여럿이서 모여 제철 과일을 먹는 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백가영 프로젝트 그룹을 하면서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나서 2019년 본격적으로 사업화했어요. 파머스 마켓과 소셜 다이닝을 동시에 진행하고 싶었는데 다음 해에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한계에 부딪혔어요. 서서히 상황이 좋아진 작년에 처음 ‘즉흥과일클럽’을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열고 있어요. 당시 자취를 하던 멤버가 ‘우리끼리라도 과일을 먹어보자’고 제안한 게 계기였죠.






나에서 우리로

 


즉흥과일클럽은 박한솔 님이 주로 진행한다고요. 어떤 분들이 찾아와서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박한솔 즉흥과일클럽은 혼자서는 과일을 먹기 어렵거나, 제철 과일 자체에 흥미가 있거나, 둘 다에 해당하는 분들이 모이는 자리예요. 지금까지 복숭아, 무화과, 감, 석류 등을 먹었죠. 저희는 최대한 다양한 품종과 각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질문을 신경 써서 준비해요. 여럿이 모였을 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거죠. 꼭 무언가를 해결해 주지 않아도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는 분도 꽤 있더라고요.

그 밖에도 벗밭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백가영 크게는 건강한 식문화를 알리는 것, 함께 경험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건강한 식문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려면 대안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즉흥과일클럽을 통해 제철 과일을 먹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이죠. 이 밖에도 무포장, 무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움직이는 파머스 마켓 ‘찾아가장’, 판매한 제철 꾸러미를 활용한 요리 워크숍 ‘집에가장’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세 분이서 그 모든 걸 해낸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각자의 명함에 적힌 ‘퍼스트펭귄’, ‘뜨거운감자’, ‘소문난맛집’이라는 직함도 독특하고요.

백가영 저희 셋이 합을 맞춘 지 딱 1년이 됐네요.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들어 무리를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부른대요. 대표인 저의 역할에 딱 맞는 이 말을 우연히 알게 돼 쓰고 있어요.
배기현 교육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를 잘 다뤄보고 싶다는 포부를 담았어요.
박한솔 벗밭이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소문난 맛집이 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있어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평소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아요.
배기현 일단 얘기를 많이 해요.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할 때도 자주 있죠. 어떤 주제든 모두가 합의하는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의견을 나누거든요. 한솔 님이 합류한 이후에는 회고하는 시간도 갖고 있어요. 솔직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개선할 계획을 세워요.
박한솔 각자의 언어가 다를 뿐,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렇기에 회의는 서로의 언어를 맞춰가는 시간인 거죠.
백가영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면 바로 역할에 맞게 할 일을 정리하고 빠르게 진행해요. 저희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서 일을 하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거든요.






식탁 너머의 이야기



어떤 기준으로 제철 농산물을 선정하나요?
배기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작물을 위주로 하고, 가끔 새로운 것을 곁들여요. 제철 꾸러미에는 레시피도 함께 들어 있는데, 외부 푸드 커뮤니케이터의 도움을 받아 해당 농산물로 되도록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어요.
박한솔 저희 사무실의 환경이 일반적인 원룸,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1인 가구의 주방과 닮아 있어요. 갖춰진 설비라곤 전자레인지와 한 구짜리 인덕션이 전부거든요. 여기서 요리할 수 있는 건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말이죠.
백가영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농산물인가를 우선시해요.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유기 전환을 준비하는 농부의 작물, 또는 자연농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풀을 베지 않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논밭을 갈고 김을 매는 경운도 하지 않는 농사법이거든요. 대농보다는 규모가 작은 중소농을 고려하고요. 저희는 농산물뿐 아니라 농부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싶거든요.

그러고 보니 도시의 청년들은 농부와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어요.
백가영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파머스 마켓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모였지만, 막상 농부를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대학 교수님께 한살림재단 대표님을 소개받은 게 전환점이 됐죠. 이후 더 많은 농부들을 만나게 됐고, 서슴없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분도 생겼어요. 다만 한살림은 자체 유통 구조가 있으니 저희는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 친환경 농사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분들을 더 찾으려고 해요. 실제로 농부들을 직접 만나면서 더 많은 것이 보였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보였나요?
백가영 식탁 너머로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그냥 과일이나 채소에 불과했다면,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노력과 이야기가 있는지를 알게 된 거예요. 식탁이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지죠. 그래서 더 많은 도시 청년들에게 저희가 느낀 걸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요. 그만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늘어나 고통스럽기도 하지만요. 그럼에도 무엇을 얼마나 타협할지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고 싶어요.



건강한 식문화의 베이스 캠프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각자가 꼭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배기현 청년과 농부를 규정하지 않고 만나는 것이요. 청년과 농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정형화된 모습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만나는 분들은 너무 다 다르더라고요.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고민을 함께 나눌 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박한솔 즐거움이요. 일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정말 많이 웃거든요. 즐겁게 일하면 그 에너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벗밭에 찾아오는 분들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래서 평소에도 벗밭 SNS에 그런 모습을 기록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해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백가영 올해는 교육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려고 해요. 지속 가능한 식문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죠. 교육을 통해 나의 식생활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돌보고, 음식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요.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관심이 한번 생기고 나면 행동은 자연스레 뒤따를 거예요. 매일의 식사에 변화를 주고, 직접 농가에 방문하는 등 실천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거죠.







Editor Yang Seulah

Photographer Maeng Minhwa

작가의 이전글 너, 내 동료가 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