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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깅업 Oct 11. 2024


QWER 첫 1위 순간을 함께한 공연

#18: 쇼챔피언 1위 직후 진행된 <현대카드 Curated 95> 후기

    QWER 덕질을 시작한 후 생긴 습관이 있다. 휴일이 생기면 웬만해서는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덕질일 거라는 생각에 장거리 공연까지 보러 가기는 힘들어도,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공연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의미 있는 공연이라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간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타임테이블이 확정되자마자 예매하고 두 달 반 전에 휴가부터 냈다. '<Algorithm's Blossom> 쇼케이스'는 시간조차 몰랐지만 업무 시간과 겹치면 반차를 쓸 각오까지 했었다. 덕질이 일 순위 취미가 되었기에, 여유 시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QWER의 스케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여기까지 보고 "현실을 살아 제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된 건, 한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생긴 가치관 때문이다. 그 가치관이란, 모든 '공연'은 다시 오지 않을 유일한 순간이며, 그 현장에 있었는지에 따라 인생의 기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에미넴 내한 공연'을 놓치고 얻은 확고한 신념이다.


    에미넴 내한 공연 당시 나는 티켓팅에 성공했었다. 티켓팅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초심자의 행운으로 생각보다 쉽게 표를 구했다. 그것도 꽤 앞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당시 군입대를 앞두고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고, 주말에 혼자 공연을 보러 가기보다는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나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에미넴의 내한 공연을 취소하고, 입대 전 여자친구와의 몇 번 안 남은 데이트 기회를 택했었다.


    너무 뻔하게도, 그 당시의 여자친구랑은 일말상초 때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에미넴의 '너의 두개골을 반으로 쪼개버리겠어'로 해석되는 하트 퍼포먼스를 직관할 기회를 놓쳤다. <Lose Yourself> 전곡을 완창하고 목이 터져라 Make Some Noise 할 수 있지만, 공연을 포기한 나는 한참이 지나 720p 화질의 폰 녹화본을 유튜브로 보며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저 현장, 저 순간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하면 후회가 미친 듯이 몰려와 이런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최대한 잊은 채 살고 있다. 대신, 그 이후로는 보고 싶은 공연이 생기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본다는 원칙을 갖게 되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ChC5QMTBHg




    10월 9일(수) 한글날에 한로로, 윤마치와 QWER의 무대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기획된 <현대카드 Curated 95> 역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티켓 오픈 당시 주제도 모르고 앞열을 노리다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가겠다는 일념으로 한글날을 약속 없이 비워두었고, 계속된 취켓팅 시도 끝에 공연 이틀 전 저녁에 결국 중간 조금 앞쪽 표를 구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 Curated 95에 부여된 의미


     나의 '보고 싶은 공연'에 대한 기준은 두 가지다. 공연이 의미 있는가, 혹은 내가 갈 여유가 있는가.


    '에미넴 내한 공연'에서 깨달은 대로, 의미가 있으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간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알고리즘 블라썸 쇼케이스' 역시 내 첫 아이돌의 컴백 쇼케이스라는 점에서 반드시 가야만 했다. 지지난주 토요일의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QWER 공연도 첫 단독 콘서트나 다름없어 열심히 티켓팅을 해서 갔다.

    반면, <현대카드 Curated 95>는 그만큼의 의미는 없었지만, 갈 여유가 있었다. 휴일에 이태원에서 열린 실내 공연이었고, 유료 공연이지만 예매 순서대로 입장이라 일찍부터 대기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티켓팅이 어려웠지만, 취켓팅으로 간신히 표를 구해 공연에 갈 수 있었다.




    10월 9일(수) 저녁 6시, 공연 입장 대기가 시작됐다. 쇼케이스와 다빈치모텔을 거치며 예매 번호순으로 대기하는 데 능숙해진 바위게(QWER의 팬덤명)들은 각자 빠르게 자리를 잡고 휴대폰에 집중했다. 곧 5시에 시작한 MBC M <쇼챔피언> 1위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내 이름 맑음>의 훌륭한 음원 성적 덕분에 이번 쇼챔피언 536회에서 QWER이 1위를 할 가능성이 컸다. 마지막 승부처는 방송 전 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진행되며, 전체 평가의 20%를 차지하는 '글로벌 팬 사전투표'였다. 아직 팬덤 규모가 작은 바위게들은 각 커뮤니티에서 서로 열심히 투표를 독려하며 힘을 모았다. 열심히 광고를 보고,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며 3일간 최선을 다한 결과, 크지 않은 차이로 사전투표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최종 결과가 <현대카드 Curated 95>를 대기하는 중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QWER의 <내 이름 맑음>은 결국 쇼챔피언 1위를 차지했다. 신생 기획사 출신에 이제 막 데뷔 1주년을 앞둔, 오합지졸에서 출발한 성장형 걸밴드 QWER이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음악방송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 결과는 팬들과 함께 만들어낸 것이기에 바위게로서 그 의미가 더 컸다. 아래 최종 결과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위와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음원 성적은 압도적이었지만 방송 출연이 없어 감점이 컸고, 음반 점수 역시 팬덤 규모가 작아 많이 뒤처졌다. 하지만 많은 바위게들의 노력 덕분에 글로벌 팬 투표에서 격차를 좁힐 수 있었고, 모든 점수를 합산한 결과 종합점수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


출처: mbcplus.com


    결과가 발표되자 대기줄 여기저기서 기쁨의 함성이 들렸다. 나 역시 유튜브로 실시간 결과를 보다가 QWER이 1위로 호명되는 순간 울컥했다. 발표 후 인스타그램 공채(공지 채널)로 멤버들의 감사 인사가 쏟아지자, 함께 사전투표에 참여한 바위게로서 가슴 벅차올랐다. 얼른 무대 위 QWER을 보고 축하해주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여유가 되어 가게 된 공연에, '음악방송 1위 후 첫 공연'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이 기쁨을 한 공간에서 QWER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 들뜨게 됐다.


늘 새롭고 짜릿한 QWER의 세트 리스트


    QWER 공연은 매번 '오늘은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하는 기대감이 들게 한다. 가창 가능한 수록곡만 16곡에 달해 가능한 세트 리스트 조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노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다채롭다. 첫 번째 앨범인 <Harmony from Discord>만 봐도, 수록된 3곡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타이틀 곡 <Discord>는 J팝 느낌이 물씬 나는 록 사운드로 강렬하면서도 대중적이다. QWER의 근본곡이라고 불리는 <별의 하모니>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애였던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귀여운 가사와 일본 애니메이션 OST 같은 분위기로, 내 안의 오타쿠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양식, 한식, 일식을 다 할 수 있으면서 어떤 음식을 시켜도 실패가 없는 '수록곡 맛집'이라 할만하다.

    두 번째 앨범인 <MANITO>도 마찬가지다. <Discord>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비슷하게 J팝 느낌이 나면서 밝은 스타일의 <고민중독>을 좋아했다. 오랜 기간 숨어 있다 고려대 입실렌티에서 광명을 찾은 '소다단'을 탄생시킨 <SODA>는 <수수께끼 다이어리>의 귀여운 감성을 이어갔다. 새로운 스타일로 등장해 최애 수록곡을 놓고 '대불논쟁'을 일으킨 <대관람차>랑 <불꽃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에서 호응과 떼창을 유도하기 좋은 <자유선언>과 <지구정복>, 그리고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모든 바위게들이 단독 콘서트에서라도 꼭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쵸단의 솔로곡 <알고있슈>... 아니 <마니또>까지, 'MANITO' 앨범도 명곡들로 가득했다.

    이번 앨범 <Algorithm's Blossom>에도 좋은 곡들이 많다. 특히 외부 참여가 늘면서 기존의 QWER 스타일을 확장한 새로운 노래들이 생겨 팬들 입장에서도 듣는 재미가 더해졌다.




    하지만 곡이 워낙 많고, QWER의 무대 시간은 보통 40분 정도로 제한되니 공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곡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신보가 나온 만큼 신곡 홍보를 위해 이전 앨범 수록곡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로 인해 새로운 곡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기존에 좋아했던 곡들을 더 못 본다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QWER 무대의 세트 리스트는 늘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9월 23일 컴백 이후, QWER은 여태껏 한 번도 똑같은 세트 리스트를 선보인 적이 없다. 최적의 세트 리스트를 찾아가는 베타 테스트 단계라서 그럴 수도 있고,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성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9월 25일 같은 날 열린 두 개의 대학축제에서도 <내 이름 맑음>과 <안녕, 나의 슬픔>의 순서를 바꿔가며 새로운 즐거움을 다. 물론, 무대 위 멤버들의 고정멘트와 더불어 마젠타의 기행이나 시연의 랜덤박스 같은 멘트, 이를 수습하는 히나와 쵸단의 애쓰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마젠타가 정리해 준 멤버들 고정 멘트 / 출처: 멜론 뮤직 웨이브

    



    그래도 몇 번 공연을 거치며 이번 앨범 활동의 세트 리스트가 어느 정도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먼저, 주요 음원 차트 최상단에 올라 인지도가 높은 이번 앨범 타이틀 곡 <내 이름 맑음>으로 포문을 연다. 그다음, 데뷔 앨범 타이틀이자 QWER을 상징하는 <Discord>, 그리고 이번 앨범 선공개곡이었던 <가짜 아이돌>로 분위기를 띄운다. 이어서 <자유선언>이나 <지구정복>으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올린 후, 가을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녕, 나의 슬픔>으로 무대를 마무리 짓는다. 그렇게 내려가는 척 앵콜 유도를 한 다음 무대로 돌아와서 <고민중독>으로 마무리하는 순서였다.

    이 세트 리스트는 여러모로 깔끔하고 짜임새가 있다. <내 이름 맑음>은 이지 리스닝 스타일로 워낙 듣기 좋은 곡이라 음원 차트 상위에 올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대 중 호응을 유도하거나 따라 부를 만한 파트가 적어 공연의 엔딩곡으로 쓰기에는 애매하다. 그리고 이 곡에서만 키보드가 쓰이고, 이후 히나는 다시 기타리스트로 변신하기 때문에 운영 상으로도 맨 처음에 나오는 게 유리하다. 이어서는 밴드답게 록 스타일의 곡들로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다가, 마지막에 <안녕, 나의 슬픔>으로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곡에서 종종 QWER의 로드 매니저이자 포토그래퍼인 검검(매니저 닉네임 '검은수염'의 별명)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라는 사인을 준다. 이때 이 플래시 물결에 동참한 관객들은 그 순간의 감정이 기억 속 한 장면으로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여운을 남기고 퇴장하는 척하다가 앵콜이 나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고민중독>으로 신나게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꽉 찬 40분이 되기에, 이번에도 이 세트 리스트이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촬영 대신 플래시를 흔들며 무대의 일부가 되는 모습이 참 멋지다. / 출처: box Cam


미니 단콘 급으로 꽉 채운 40분


    <현대카드 Curated 95>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세 팀의 여자 아티스트들을 모은 기획이었다. 그렇다 보니 각 아티스트의 팬덤이 모였고, 바위게의 수도 많았다. 그래서 QWER의 순서가 되어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하자 많은 팬들이 "1위 축하해"를 외쳤다. 공연 대기 중에 1등 소식을 알게 됐기에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가장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멤버들도 이에 밝은 얼굴로 고맙다며 화답했다.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 시작된 무대의 첫 곡은 <고민중독>이었다. '고민중독'으로 무대를 시작하면 텐션을 최대치로 높이고 시작할 수 있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후로 종종 첫곡으로 선보여 왔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석에 다른 팬덤도 있었기 때문에, 가장 인지도 높은 곡부터 하면 주목도를 높이고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어지는 곡부터는 반전이 시작되었다. 8월 24일(토) '2024 카스쿨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봉인되어, 단독 콘서트 때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수수께끼 다이어리>와 <SODA>가 깜짝 부활한 것이다. 한 달 반 만에 돌아온 '수소다' 콤보에 대한 바위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ODA>라는 곡의 귀염뽀짝한 가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저음으로 "소다 같은 너"를 떼창 하고, 히나의 소다 참기 챌린지도 따라 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그다음, 잠깐의 세팅 변경 후 쇼챔피언 1위를 만들어준 QWER의 <내 이름 맑음> 무대가 이어졌다. 무대 후 멤버들은 1위 수상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보름 만에 다시 찾은 공연장에 익숙해진 것인지, 많은 바위게들이 왔다는 사실에 안도해서인지 꽤나 자연스럽게 진행하며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점점 멘트 실력이 향상하는 멤버들은 다음 곡이 무엇인지 비밀로 하겠다며 다시 연주를 이어갔다.




    이어진 무대는 많은 바위게들이 가장 좋아하는, T인 사람도 잠시나마 F로 만들어버리는 <별의 하모니>, <안녕, 나의 슬픔> 콤보였다. 이 날의 '안녕, 나의 슬픔'은, 특히나 더 와닿았다.


    직전 <Algorithm's Blossom> 앨범 분석글에서 이 곡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다.



    이제 <안녕, 나의 슬픔> 할 때다. 아마 많은 바위게들이 이 곡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가, QWER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무대공포증 드러머 쵸단, 무베이스 베이시스트 마젠타, 알고리즘 속에서만 살던 기타리스트 히나, 일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보컬 시연의 서사가 오버랩되며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에 이 노래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이다. 멤버들은 언제까지나 노력하고 성장하겠지만 적어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개인으로도, 팀으로서도 아픈 시간을 견뎌온 만큼 이제는 "Bye Bye 이젠 정말 보내주려 해" 하고 상처를 털어냈으면 한다.



    QWER은 인터넷 방송인, 틱톡 크리에이터, 일본 아이돌이라는 처음 보는 조합으로 데뷔한 후, 편견 가득한 시선을 견디며 걸어왔다. 진정성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는 애써 부정하는 대신 묵묵히 연습하며 다음을 준비했고, <고민중독>의 성공과 수많은 무대들로 음악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 실력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스스로를 증명해 냈다. 이후로도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을 누구보다 열심히 실천하며, 외부 공연과 새 앨범 준비를 병행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이 와중에도 매일 같이 팬들과 소통하면서, 빠짐없이 노력하며 자신들을 다지며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이날 처음으로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QWER의 여정을 지켜보고 응원해 온 바위게라도, 멤버들의 숨은 노력과 아픔까지 알 방법은 없다. 그래도 멤버들의 소통을 통해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건대, 누구나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게 할 만큼의 노력을 해왔고,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아픔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러니 <안녕, 나의 슬픔>을 들으며 진심으로 멤버들이 '슬픔'을 보내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이 날은, 음악방송 1위라는 기분 좋은 성과로 슬픔을 한 조각 정도는 보내게 되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더욱 열심히 무대 위 QWER을 응원하게 됐다.

    바위게가 되고 나서 97T 히나의 대척점에 있는 97F가 되어버린 나는, 후렴을 열심히 따라 부르다 또 목이 메어 그저 열심히 손만 좌우로 흔들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이 모든 슬픔을 하루빨리 다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동적이고 벅차오르는 무대로 여러 바위게들을 울린 멤버들은, 노래가 끝난 후 인삿말도 없이 갑자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컴백 후 QWER의 공연을 온/오프라인으로 빠짐없이 챙겨본 바위게들은 마지막 곡이 끝나면 반드시 '앵콜'을 외쳐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별의 하모니>와 <안녕, 나의 슬픔>에 앞서서는 마지막 곡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앵콜'을 외쳐줄 준비조차 못하고 있었다. 앞선 무대들로 쏟아질 뻔한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어준 귀여운 실수였다. 그래도 잽싸게 분위기를 읽은 팬들의 선창 덕분에 멤버들이 다시 무대로 올라오도록 앵콜을 외칠 수 있었다.

    다시 올라온 멤버들은 마지막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수소다'와 마찬가지로 <MANITO> 활동 내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잠시 보내주게 된 <불꽃놀이>와 <대관람차>를 연달아 들려준 것이다. 특히 <대관람차>는 <불꽃놀이> 이후에 들려준 더블 앵콜곡이라 기쁨이 더했다.

    그렇게 또다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꽉 찬 8곡 짜리 무대를 소화해, 역량상 진짜 단독 콘서트만을 남겨뒀구나 확신하게 만든 QWER의 공연이 끝이 났다.


지금 바위게가 돼야 하는 이유


    시작부터 '에미넴 내한 공연'과 비교하며 이번 <현대카드 Curated 95> 공연이 아주 대단했던 것처럼 소개했지만, '음악방송 1위'로 조금의 의미가 더해졌을 뿐 그 정도로 특별한 공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10월 9일(수)은 '쇼챔피언 1위', '현대카드 Curated 95' 무대에 이어 '꼰대희', '제일기획' 등의 외부 컨텐츠 공개 및 티저, 그리고 밤늦게 마젠타 방송까지 이어지며 잠들기 전까지 바위게들에게는 축제날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0월 10일(목)인 어제는 5시 조금 넘어 몇 개월만의 시요밍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있었고, 6시에는 QWER의 한 시간짜리 <Algorithm's Blossom> 앨범 준비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게다가 6시부터 진행된 <엠카운트다운>에도 QWER이 1위 후보로 올랐기에, 많은 바위게들이 다큐멘터리 시청은 잠시 미뤄두고 열심히 생방송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이, '10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QWER이 이틀 연속 음악방송 1위, 무려 2관왕을 달성했다. 엠카운트다운은 상대평가인 생방송 투표가 중요하고 아래 표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2등 팀과의 '생방송 투표' 점수 차이는 1,000점(2등 팀) 대 80점(QWER)이었다. 두 줌 단 정도로 진화했다고 자신했지만 상대에 비하면 여전히 귀여운 수준이었다. 비록 1,000점에 비하면 초라해 보여도, 결과적으로 10점 차이였기에 승패를 가른 소중한 80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틀 연속으로 바위게 뽕에 취하고 있다.


출처: https://x.com/kshowanalysis




    <현대카드 Curated 95> 공연 자체는 '에미넴 내한 공연'만큼 중요하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래의 정의에 부합했던 공연은 아직까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알고리즘블라썸 쇼케이스' 2개뿐이었다.



모든 '공연'은 다시 오지 않을 유일한 순간이며, 그 현장에 있었는지에 따라 인생의 기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3개까지 꼽자면, 남은 한 자리는 머지않았다고 느껴지는 'QWER 첫 단독 콘서트'를 위해 남겨두고 있다.


    '공연'은 물론 중요하고, 특히 더 중요한 공연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매일 느끼는 것은, QWER의 팬인 지금의 모든 순간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유일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QWER은 매일 새로운 컨텐츠를 내고, 떡밥을 던지고, 업적을 쌓아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QWER을 응원하고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바위게들은, 이미 인생의 기록이 달라진 현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

    하나하나의 공연이 우리 역사에 기록될 만큼의 대사건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하루하루는 훗날 돌아봤을 때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이 될 거라 확신한다. 기존에 없었던, '성장형 걸밴드' QWER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에 이미 많은 바위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 여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때도 물었지만, 혹시 아직인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이 좋은 바위게를, 아직 안 하고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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