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QWER의 비하인드 자컨, Warding QWER
QWER의 첫 번째 팬 콘서트가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다. 공연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직캠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봤다. 당시의 감동을 다시 느끼며 기억을 되살리던 중, 알고리즘이 뜻밖의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QWER의 자컨(자체 컨텐츠), <Warding QWER> 시리즈의 <Algorithm’s Blossom> 쇼케이스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4개월이 지난 이 영상을 다시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성장형 걸밴드’ QWER에게 이런 자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순한 기록을 넘어, 또 다른 의미나 역할이 있지는 않을까?
QWER의 유튜브 채널에는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와 같이 QWER의 시작점이자 연출이 많이 개입된 웹예능뿐 아니라, <민머리 극장> 같은 콩트 형식의 페이크 다큐, 커버 영상 및 브랜디드 광고 등 다양한 컨텐츠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Warding QWER>이라고 이름 붙여진 시리즈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Warding'은 흔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ward off'라는 숙어의 형태로 '(부정적인 무언가를) 피하다/막다'라는 의미로 종종 쓰일 뿐이다. 하지만 QWER과 연결 지으면 또 하나의 표현을 떠올릴 수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와드를 박다'라는 의미의 'warding'이다. QWER이라는 이름 자체도 LOL의 스킬 키에서 따왔고, 팬덤명인 바위게도 LOL에 나오는 몬스터의 이름이다. 자연스럽게 'Warding QWER'도 LOL의 아이템 '와드'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와드(ward)'는 게임에서 시야에 안 보이는 구역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적의 동선을 파악하여 위협을 미리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 'Warding QWER' 컨텐츠 역시 QWER의 성장 과정에서 '와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첫 번째로 QWER의 성장 과정에 대한 시야를 확보해 준다. 'Warding QWER' 시리즈는 주요 컨텐츠나 공연에 대한 비하인드를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팬과 대중이 보는 완성된 컨텐츠나 공연 이면의 준비 과정 같이 날 것 그대로의 QWER을 볼 수 있다. '성장형 걸밴드' QWER이기 때문에, 이런 생생한 순간을 이들이 성장한 후에 보면 또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 게임 속 '와드'처럼 적들의 위협, 즉 부정적인 오해나 비판으로부터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Warding QWER' 시리즈는 말 그대로 '비하인드'를 담아내는 시리즈다. 합주를 하면서 꽁냥 대는 모습은 물론, 무대 준비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도 나오고, 때로는 준비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대로 송출하기도 한다. 그만큼 연출을 최소화하고 진정성 있는 순간을 담아낸다. 이러한 날 것의 기록들이 팬들에게는 더 큰 응원의 이유가 되고, 때로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멤버들을 지켜내는 방패가 되어주기도 한다.
<Algorithm's Blossom> 쇼케이스 비하인드 영상은 9월 22일(일), '2024 펩시 페스타' 직후 쇼케이스를 위해 리허설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앞선 공연에서 타이틀 곡 <내 이름 맑음>을 깜짝 선공개하고 온 멤버들은 지칠 법도 한 스케줄에도 최선을 다해 리허설에 임한다. 그리고 영상은 쇼케이스 당일, 마지막 리허설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상을 다시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5:58 구간부터 나온다. 리허설 직후, 컴백 앨범 발매 1시간 만에 타이틀 곡 <내 이름 맑음>이 멜론 TOP100 95위를 한 것을 보며 리액션하는 모습이다. 'Warding QWER' 컨텐츠인 만큼 대본이나 연기 없이 멤버들의 생생한 반응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젠타의 코믹한 '네에에?!'는 몇 번을 들어도 재밌다.
<Discord> 당시에는 한 달 뒤에 역주행을 할 때까지 차트인 하지 못했고, <고민중독>도 당일에는 TOP100에 입성하지 못했다. 9월 2일(월)에 선공개 됐던 <가짜 아이돌>은 많은 행사를 돌며 부르고 챌린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TOP100에 들지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곡이 발매 1시간 만에 차트인을 한 것에 대해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은 이어서 HOT100 차트를 본다. HOT100 기준으로는 앨범 발매 1시간 만에 무려 8위의 기록이다. 그 모습을 본 마젠타는 아래와 같이 혼절을 해버리고 만다. 이 외에도 전곡이 30일 기준 HOT100에 든 것을 보며 멤버들은 감동에 주저앉은 채 바위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어서 영상은 쇼케이스에 함께 하지 못한 바위게들을 위해 현장의 중요한 순간들을 담아낸다. 무대를 마치고 울컥해 눈물 파티를 시작한 쵸단부터, 갑자기 메인 기타를 맡게 된 고충을 떠올리며 '뿌엥'하고 우는 시연, 언니들이 우는 혼란한 상황에 '슬플 때는 공룡 생각을 해' 하며 자기만의 스타일로 위로하는 히나, 버텨줘서 고맙다고 울먹이며 바위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마젠타의 모습까지 착실히 담아낸다.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QWER의 순간들을 담아내기에, <Warding QWER> 컨텐츠는 시간이 지나서 돌아볼 때의 재미가 있다. 물론 컨텐츠가 처음 공개 됐을 때도 바위게로서 열심히 스밍한 결과에 대해 멤버들이 이렇게나 기뻐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로부터 5개월 간, 아래와 같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성장 스토리를 써 온 성장형 걸밴드 QWER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다시 볼 때의 감동이 더욱 크다.
<내 이름 맑음>은 컴백 일주일 후인 9월 30일에, <Algorithm's Blossom> 앨범 리뷰를 쓰면서 실시간으로 성적을 수정해야 했을 정도로 빠르게 순위가 올랐다. 이후로도 더 많은 사랑을 받아 결국은 TOP100 2위까지 올랐었다.
<내 이름 맑음> 활동 중에 이룬 업적은 음원 성적뿐이 아니었다. 출연 한 번 없이 <쇼챔피언>, <엠 카운트다운>, <쇼! 음악중심>까지 3개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수상했다. 이후 활동을 이어가며 KGMA, MAMA, MMA에서 각각 베스트 밴드상, 베스트 밴드 퍼포먼스상, 핫트렌드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태국 AAA에서 신인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그렇게 금의환향한 QWER은 한 달 전, 1분 만에 매진된 QWER의 첫 번째 팬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4월에는 일본에서 첫 팬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고, 오늘은 제1회 디 어워즈로 또 하나의 베스트 밴드상을 수상하러 갔다. 그리고 이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Warding QWER> 컨텐츠가 있다.
QWER과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는 현직(?) 바위게들은 이런 '와드' 덕분에 외부에서 볼 수 없는 순간에 대한 시야가 확장된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 뒤의 치열한 과정을 보며 멤버들에 대한 팬심을 더욱 키울 수 있다. QWER에 뒤늦게 입덕하는 신입 바위게들은 과거의 영상을 보며 '그땐 그랬구나' 하며, 함께 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영상으로나마 달랠 수 있다. 그리고 이만큼이나 리얼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안티들의 핸드싱크나 립싱크 같은 억까(억지로 까내리기)에 대해서 언제든 시청각 자료를 들며 반박할 수도 있다.
태생이 뉴미디어 기반인 QWER한테는 이렇듯 자컨의 의미가 남다르다. 일반적인 자컨은 멤버들의 캐릭터나 케미를 보여주기 위해 잘 놀게 판을 깔아주는 형태가 많다. 실제로 웬만한 예능보다도 더 재밌어서 자컨만으로 팬덤을 키우는 아이돌도 많다. QWER의 컨텐츠 중에도 그런 유형이 있다. 개인적으로 레전드라고 생각하는 영상은 멤버들의 케미에 정신 놓고 웃게 되는 아래의 후아유 브랜디드 컨텐츠다.
이런 일반적인 아이돌 자컨 같은 컨텐츠도 필요하다. 하지만 QWER은 일반적인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성장형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태생이 남다른 만큼 계속해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이다. 'Warding QWER' 시리즈는 QWER의 성장과 증명을 담아내는 기록으로서 앞으로의 걸음에 있어서도 중요한 컨텐츠일 것이다.
최근에는 또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 '자작곡도 없는 게 무슨 밴드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지난 영상은 안팎으로 제법 많은 어그로를 끌었다. 컨텐츠의 형태와 내용도 기존의 자컨들과 달랐다. Warding QWER 시리즈로 보기에는 기획이 많이 들어갔고, 윕예능이라 보기에는 진지하고 리얼하며, 다큐멘터리라고 보기에는 너무 날 것이다. 제작진의 개입 없이, 흡사 실험 카메라 느낌으로 멤버들이 자작곡을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때의 노력과 고민, 갈등과 화해까지 전부 말이다. 그래서 40분짜리 고봉밥인데 정신없이 몰입해서 보게 된다.
오늘 새벽에 QWER의 컨텐츠 총책임자인 빙튜브(a.k.a 빙빙)가 이번 주 일요일에 올릴 자컨을 편집하다 잠시 라이브를 켰다. 여기서 컨텐츠의 길이와 제작 방향에 대한 고민에 대해 아래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다. 새벽에 멤버가 아닌 메인PD의 라이브 방송을 챙겨볼 정도로 딥한 바위게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여러분들은 마라토너라 10km 뛰자 하면 좋아하겠지만, 처음 뛰는 사람들은 10km 뛰자 하면 싫죠. 어쨌든 이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장벽을 만들면 안 되니까요.
정확한 사실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바위게들은 40분이 아니라 1시간 40분짜리 영상을 내놔도, '오히려 좋아' 하며 볼 마라토너다. 하지만 QWER에 막 입덕하는 사람이 40분짜리 영상으로 영업당하긴 힘들다.
그래서 '입덕용'과 '딥덕용' 컨텐츠를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역할 모두 해낼 수 있는 컨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낼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잠깐 본업인 마케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브랜디드 광고를 맡길 채널을 고를 때도 이를 구분한다. 무조건 구독자 대비 평균 조회수 높은 채널이 능사는 아니다.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제품과 시청자 층의 핏이 맞다면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컨텐츠가 나올 수 있다. 연예인 게스트로 항상 조회수가 100만 이상 터지는 채널과 평균 조회수 20만이지만 시청층이 확실한 채널이 있다면, 조회수가 떨어져도 관여도가 높은 후자를 택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보통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신제품은 조회수, 고관여이거나 구매를 유도해야 하는 제품은 조회수보다 인게이지를 중요하게 본다.
QWER과 3Y 코퍼레이션은 협업을 통해서든 자컨을 통해서든 전자의 '입덕용' 컨텐츠도 잘한다. 하지만 이번 컨텐츠는 후자에 가까운 '딥덕용' 컨텐츠로 보인다. 컨텐츠 주제 자체도 가장 QWER다운 '정면돌파'인 만큼, '멤버들이 자작곡을 만드는 과정을 개입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선택지만큼 진정성을 잘 보여줄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팬의 입장에서는 곧 나올 자작곡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멤버들이 얼마나 진심인지 보면서 더욱더 응원하게 된다.
이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 많은 바위게들에게 'QWER'은 네 명의 멤버뿐 아니라 컨텐츠를 담당하는 '3Y코퍼레이션'과 음악을 담당하는 '프리즘필터'를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팀이다. 그래서 멤버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소속사와 제작진까지 같이 응원하게 된다. 당장 내일 올라올 컨텐츠도 제작진이 얼마나 깊이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는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금이나마 엿보게 되었기에 더욱 기대하게 된다.
QWER에게 있어 'Warding QWER'과 같은 컨텐츠는 단순한 자컨의 의미를 넘어선다. 성장의 기록이자, 진정성의 증거이며, 팬들과의 소통 창구다. 앞으로도 이런 '와드'를 통해 QWER의 더 많은 순간들이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