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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QWER의 자작곡 ‘청춘서약’

#25: QWER <청춘서약> 감상 후기

by 디깅업

2월 28일(금)은 QWER의 데뷔 5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런 의미 있는 날 저녁 6시에, QWER의 자작곡이 기습 공개 됐다. 사실 '기습'이라기에는 이미 많은 바위게들(QWER의 팬덤명)이 예상하고 있기는 했다. 여러 가지 힌트가 이 날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QWER 팬카페 2월 스케줄에 '데뷔 500일'이 강조 표시되어 있었다. 팬들에게 멤버들의 소식을 알리는 달력이기에, 아무것도 없는 날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디자인 요소라고만 생각했던, 멤버들의 상징 캐릭터가 그려져 있던 2월 25일(화)에도 QWER의 케이콘 2차 라인업 포함 소식과 앨런 워커 공연 게스트 초청 소식이 공개되었다. 스케줄 달력마저도 허투루 볼 수 없는 QWER이다.

두 번째는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자컨(자체 컨텐츠) 1화 초반부에 QWER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보여주는 연출에서 나온다. 성공적으로 팬 콘서트를 마쳤음에도 여전히 '자작곡 없는 밴드'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에 대해 정면돌파 하고자 의기투합하는 단톡방의 모습이다. 여기서 좌측 상단 안 읽은 메시지의 숫자가 228이고, 마지막 마젠타의 메시지로 다시금 500일인 2월 28일을 강조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QWER> / 자작곡도 없는게 무슨 밴드야?


마지막으로, 같은 영상 5:20 대에 시연이 "2월 말 3월 초에 나오잖아"라는 이야기를 하며 바위게들을 심장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녹음된 오디오와 달리 자막 상으로는 '2월 말에 나오잖아?'라고만 되어 있다. 빙빙, 힌트를 정말 많이도 주셨었군요...


QWER - '청춘서약' 들여다보기


그렇게 어제 QWER의 3주 간의 노력의 결실인 첫 번째 자작곡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이 곡은 3월 1일(토) 오후 2:30 기준으로 인기 급상승 음악 19위를 기록하며 서서히 오르고 있다. 워낙 기습 공개였기 때문에, 내일 자컨 마지막 에피소드가 올라간 후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다.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2화에 나온 이번 자작곡에 대한 떡밥들은 다음과 같았다. 메인 프로듀서의 피드백을 받고 나서 방향성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졸업이나 학교 느낌이 난다', '응원가 느낌이 난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보자'.

그리고 공개된 곡에는 모든 떡밥이 회수되어 있었다. 학교 밴드 음악의 느낌이 나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나아가는 느낌이 나고, QWER 멤버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2편에 나오는 많은 소스들이 최종 발표된 곡에 담겨 있기도 하다.

내일 올라올 이번 시리즈 자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더 많은 비하인드가 풀리기를 기대하며 '청춘서약'에 대한 첫 느낌 몇 가지를 기록해두고자 한다.


<청춘록>의 밴드가 만든 듯한 '청춘서약'


이번 곡은 음원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았다. 오직 유튜브 채널 <QWER>에만 올라와 있다. 그리고 곡 자체도 편곡이 거의 없는, 초안 그대로 녹음한 듯한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기존 QWER의 음악들, 아니 웬만한 상업 음악은 모두 기본 악기 외에 수많은 사운드가 추가돼 곡을 풍성하게 만들고 완성도를 높인다. 하지만 어제 공개된 '청춘서약'은 드럼, 베이스, 기타, 그리고 보컬만 들린다. 마치 학교 밴드에서 부원들이 자작곡을 만들고 최종 합주를 서툴게 녹음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서약'은 첫 번째 자작곡임에도 3주 만에 녹음까지 마쳐야 하는 타이트한 스케줄로 제작됐다. 게다가 온전히 QWER의 자작곡이기 위해 다른 이들의 손을 최대한 덜 타야 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내에 A부터 Z까지 멤버들이 직접 만들고, 믹싱 등의 후작업도 최소화된 상태로 공개한 듯하다. 그렇다 보니 사운드 간의 밸런스도 잘 맞지 않아 일부 가사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들었을 때, 냉정하게 보면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고 평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제 저녁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연은 이 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팬들이 이번 노래가 아마추어 같아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좋아하는 모습에 안도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아마추어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QWER이 팬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응원하는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이다. 처음부터 완벽하면 응원할 맛이 안 난다.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에서도 느꼈지만, 완성된 곡을 통해 다시 한번 멤버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시연은 라이브 방송에서 이번 곡이 QWER의 자컨 <청춘록>의 연장선 느낌이라고 했다. '청춘록'은 멤버들이 신생 여고생 밴드부 컨셉으로 나오는 단편영화다. 멤버들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돋보였던(?) 이 컨텐츠가 의미 있던 가장 큰 이유는 QWER과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열정 가득하지만 아직은 서툰, 음악을 사랑하는 소녀들의 모습. QWER의 첫 번째 자작곡인 '청춘서약'에서는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곡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가사조차 잘 안 들리는 날 것의 사운드에 당황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공채를 보고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니 이들의 노력이 와닿아 울컥해졌다.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은, 처음부터 여러 사운드가 추가된 완벽한 편곡으로 나왔으면 '직접 만든 거 맞냐'는 의심이 나왔을 수 있을 만큼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춘 밴드 느낌으로 낸 지금의 풋풋한 버전이 더욱 좋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가


이번 자작곡의 테마는 '항해'에서 출발했지만 '응원가' 느낌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마침 3월을 앞두고 공개하니, 아예 그쪽으로 가자고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그래서 '청춘서약'은 응원가 같으면서, J-Rock스러움이 특징인 QWER의 노래답게 애니 오프닝 같은 느낌도 강하다. 특히 스포츠물이나 소년만화 애니의 오프닝에 넣으면 정말 찰떡인 밝고 희망찬 사운드다.

가사에도 이런 '응원'의 느낌이 점진적으로 발전되며 담겨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마지막 후렴으로 가면서 가사 변화를 통해 점점 빛을 향해 가는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시연이 부르는 첫 번째 후렴에서는 '괜찮아 영원히 잡은 손 놓지 않을 테니까 / 달려가 오늘도 빛이 비추는 저너머로'라며 멀리 있는 빛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느낌을 표현한다. 여태까지 QWER이 달려온 모습이 겹쳐 보이며 노랫말에 힘이 실린다. 쵸단이 부르는 두 번째 후렴에서는 '괜찮아 영원히 잡은 손 놓지 않을 테니까 / 조금씩 한 걸음 빛이 비추는 저 너머로'라며 그 빛을 향해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부르는 듯한 마지막 후렴에서는 '약속해 영원히 잡은 손 놓지 않을 테니까 / 햇살이 머무는 이곳에서 우리 함께 하자'고 외친다. 어둠 속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햇살에 도달했고, 자신들의 청춘을 함께 하고 있는 팬들을 향해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며 곡이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QWER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


전반적인 곡의 정서가 QWER의 <메아리>와도 많이 닮은, 정말 QWER다운 곡이 탄생했다. 이 노래가 바위게들에게 더 와닿는 이유는 가사 곳곳에 QWER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작곡 공개 이후에 진행된 QWER의 500일 기념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멤버들은 곡에 대한 소감과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여기서 시연은 이번 곡에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긴 파트가 각자에게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사를 썼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이 곡에 잘 묻어난다.


#시연


수도 없이 고민했던 날들
지친 마음을 위로한 하늘엔 고양이 구름


시연은 멤버들 중 가장 다이내믹한 서사를 가진 멤버다. 부상으로 인한 휴학, 연습생 무산, 코로나19로 밀린 일본 데뷔 등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이돌의 꿈'을 놓지 않았던 청춘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QWER의 프런트맨으로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기에 많은 팬들이 항상 뜨거운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떻게 고민과 힘듦이 없었겠는가.



'수도 없이 고민했던 날들 / 지친 마음을 위로한 하늘엔 고양이 구름'이라는 짧은 한 줄에 이 심경을 담아낸 느낌이다. 기존의 QWER 곡 답지 않은 저음의 벌스라, 시연의 멤버 공개 에피소드에서 그랬듯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위로를 받기 위해 올려다본 하늘에 '고양이 구름'이 떠 있다는 것에는 QWER에 합류한 덕에 얻게 된 영혼의 듀오, 자신의 애착인형 히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동생이 언니를 참 잘 따른다^^)


#쵸단


떨려오는 심장 소리 모르는 척
내겐 쉽지 않았던 첫 발걸음


쵸단의 서사도 못지않다. 10살부터 드러머의 꿈을 키워 대학에서 실용음악 전공까지 하지만, 무대공포증이라는 벽에 막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도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떨린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완벽할 때까지 미친 듯이 연습을 한다고 한다. 리더이자 팀 내 유일한 전공자라는 남모를 부담감을 안고, 항상 반창고를 두른 손과 아픈 무릎도 모르는 척하면서 말이다.

'떨려오는 심장 소리 모르는 척 / 내겐 쉽지 않았던 첫 발걸음'이라는 가사는 쵸단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다. 공포증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병이다. 치유에만 전념할 게 아니라면, 끊임없이 노력하며 더 잘 참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뿐이다. 비록 첫 발걸음은 쉽지 않았겠지만, 매 번 떨려오는 심장 소리를 모르는 척 눈부시게 멋진 연주를 선보인다.


#마젠타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눈엔 서투름 한 스푼


마젠타는 유명한 '노력의 악마'다. 다른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음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지만, 그만큼 더 많은 노력으로 지금은 무대 위에서 멋지게 솔로를 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이번에 처음 작곡이라는 도전에 함께 하며, 작사 작곡에 대한 가능한 모든 책을 사서 탐독하고 공부해 왔다는 마젠타다.

노력도 재능이기는 하지만, 마젠타는 창작자로서의 순수 재능도 상당히 뛰어나다. QWER의 <Algorithm's Blossom> 다큐멘터리를 보면, 팬들도 멤버들도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인 <안녕, 나의 슬픔>에서 상징적인 가사인 '지난 나의 발자국에, 서투른 꽃이 피어나'는 젠타가 쓴 것이라고 한다. 한 달 넘게 가사를 고민하던 이동혁 프로듀서는 이 구절을 기반으로 전체를 다시 썼고, 그 덕에 모두가 사랑하는 곡이 탄생하게 됐다.

'노력의 악마' 마젠타는 항상 자신을 '서투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고, 많은 팬들이 그 모습에서 위로와 응원을 얻는다.


#히나


어제의 난 이불속 달빛 아래서
꿈을 꾸는 내 모습을 쫓아가

히나는 데뷔 전 틱톡 팔로워가 400만에 달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지만, 실제 모습은 본 사람이 거의 없던 '전설의 포켓몬'이었다. 그런 히나도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꿈이 있어 고등학교 때 실용음악 전공을 준비했지만 실패했고, 항공과에 진학했다가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쉬게 되었다. 그 사이 틱톡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자신의 표현으로는 점점 히키코모리가 되어 갔다고 한다. 그렇다고 꿈을 놓은 것은 아니었으니, '이불속 달빛 아래서 / 꿈을 꾸는 내 모습을 쫓아가'라는 가사에 그런 모습이 표현된다.

하지만 QWER로 데뷔한 히나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후 락스타로 각성했다. 팬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기타도 능숙해져서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팬들과 아이컨택하며, 무신사 TV 메인 MC로 발군의 진행 능력도 보여줬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히나는 이번 자작곡에서 실용음악을 준비했던 이전의 경험과 특유의 차분하고도 똑 부러진 성미를 살려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으고 다듬는 중심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로 하나의 꿈을 좇는데 그치지 않고 끝내 이뤄낸다.


내일은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 1, 2화의 아웃트로 장면이자 지금의 내 심정이다. 내일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QWER 멤버들이 3주 넘게 매일 밤을 새 가며 매달린 작업물은 세상에 공개가 됐고, 벌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내일 어떤 비하인드를 들려줄지 더욱 기대된다.

내심 기대하는 또 한 가지는, 이미 공개된 <청춘서약>에 대한 비하인드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앨범에 대한 스포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청춘서약' 라이브에 대한 스포라도.

QWER의 500일 기념 위버스 라이브 방송 마지막에 멤버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라이브로 들려주겠다는 스포 아닌 스포를 했다. 바위게들은 이미 떼창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얼른 함께 외치고 싶다!


햇살이 머무는 이곳에서 우리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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