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은행은 어째서 QWER을 모델로 썼을까?

#26: 우리틴틴 X QWER <메아리> 컨셉 필름 감상 후기

by 디깅업

오랜만의 글이 이벤트 참여용 벼락치기 글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글이라는 게 한동안 쓰지 않다 보니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 어떤 문장을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청춘서약> 공개 이후 다섯 달 가까이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틴틴 X QWER <메아리> 시청 소감' 이벤트라는 감사한 계기로 다시 글을 써보게 됐다. 네이버 블로그에 쓰는 게 이벤트 조건이라 블로그에 먼저 썼지만, 이곳에도 남겨두고 싶어 조금 다듬어서 가지고 왔다. 언제나 그렇듯 컨셉 필름 시청 소감이라는 간단한 계기에서 시작했지만, 큐떱과 관련해서는 투머치토커가 되어버리기에 또 한 편의 장문글이 탄생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우리은행 X QWER


2025년 5월 31일 토요일, QWER의 컴백 일자가 확정되고 컨셉 포토까지 공개된 시점. 이때 대뜸 바위게들의 심장을 울리는 <메아리> 인트로와 함께 컴백 직전인 6월 4일에 우리틴틴에서 QWER과 관련된 무언가가 공개된다는 티저가 올라왔다.


우리은행의 '우리틴틴'은 이미 작년 QWER의 레전드 자컨(자체 컨텐츠), 바보밍과 개똥밍의 시초가 된 브랜디드 컨텐츠 광고로 바위게들에게 익숙한 브랜드였다. 그 당시 이미 '틴틴'보다는 '틀틀'과 거리가 더 가까운 (적어도 그렇게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바위게들은 이 만남을 반기면서도 무언가 본격적인 콜라보가 진행되리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6월 4일, 갑자기 두 개의 컨텐츠가 올라와 QWER의 컴백만을 기다리던 바위게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는 '우리은행'이라는 조금은 전통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를 귀염뽀짝하게 만든, 히나의 스쿨존 버전 '우리으냉!' 징글로 끝나는 '우리틴틴' 카드의 34초짜리 광고였다.


그리고 또 하나가 오늘 소개할, 바위게로서는 그저 은혜를 입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은행이 만들어준 QWER <메아리>의 뮤직비디오였다.


우리틴틴 X 메아리, 고민해도 괜찮아


'뮤직비디오'라고 이야기했지만, 일반적인 뮤비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보통의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 위주로 나오기 마련인데 이 영상은 등장하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고, QWER 멤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따금씩 나올 뿐이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의 뮤직비디오라면 당연하게 16:9 비율을 택하는데, 이 영상은 4K로 볼 수 있음에도 브라운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질 저하된 필터에 4:3 비율을 택한 점도 특이하다. 여러모로 봤을 때, 이 영상은 제목에 나오듯 QWER의 <메아리> 뮤직비디오가 아닌 컨셉 필름인 것이다.


qwEᵣ(오타다.)은 거들뿐, 이 영상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학생들이다. 주인공은 총 세 명이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두 '좌절한 청춘'들이다. 달리기 연습 중 낙오하는 육상부 학생, 채점을 하는데 비가 쏟아지는 일반반 수험생,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혼자 주목받지 못하고 끝내 자신의 그림을 찢어버리는 미술부 학생. 목표를 원하는 대로 이뤄내지 못한 채 좌절한 세 학생은 여느 여고생이 그렇듯 매점에서 만난다. 한 친구가 돈을 챙겨 오지 않아 당황하는 다른 친구 대신 '우리틴틴' 카드로 계산해 주는 사소한 계기로, 셋은 언제고 함께 하는 단짝 친구가 된다.

저도 우리틴틴 카드...


가까워진 세 친구는 점심시간도, 쉬는 시간도, 체육 시간도 함께 한다. 셋이 복도도 교정도 함께 거닐며 언제든 함께 다닌다. 매점 주인 시연, 경비 히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이들을 이끌어줄 책임이 있는 체육선생님 쵸단과 담임선생님 마젠타는 이들의 변화를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방과 후에도 셋은 함께 모여 기타를 치고 그림을 그리며 우정을 다진다.


그러면서 인물들의 서사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오히려 반전인 것이, 이들의 처지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낙오하던 육상부 학생은 육상에 두각을 드러내기는커녕 연습할 시간에 락커룸에서 혼자 기타를 치다가 체육선생님에게 걸리고 만다. (체육선생님 쵸단이 글러브를 끼고 매섭게 노려보지만... 말로 잘 타일렀으리라 믿는다.) 글러브 낀 쥬라기 공원의 블루와 도넛을 입에 문 여우를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미술부 학생은, 안타깝게도 상을 탄 친구를 부러워하며 좌절하고 만다. 채점을 할 때 비가 쏟아지던 일반반 학생은 모의평가에서도 그와 비슷한 결과를 받고 침울해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여고생들이다. 고작 몇 번의 실패로 포기하고 낙담이기에는 너무도 어린 청춘들이다. 각자 나름의 실패를 겪고 침울했지만, 친구들과 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잊고 웃고 떠드는 게 제일 자연스러운 청소년들이다.


락커룸에서까지 기타를 치던 육상부 학생이 쉬는 시간, 교정의 나무 밑 벤치에 혼자 앉아 있다. 체육복이 아닌 교복을 입은 채다. 하지만 표정은 (지하실에 끌려갔다 온 것 치고는) 제법 밝다.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했을 때 미술부 친구가 그려준 그림을 보고 있고, 이 안에서도 본인은 체육복을 입은 채 기타를 치는 모습이다. 이내 침울하게 교정을 걷던 일반반 학생에게 미술부 친구가 다가오고, 혼자 앉아 있는 육상부 학생을 발견한 둘은 친구에게로 간다. 함께 뭉친 셋은 언제 우울했냐는 듯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다음 장면. 세 소녀는 문을 열어젖히고 빛이 비치며 꽃잎이 흩날리는 옥상으로 향한다. 거기서 파란 체육복을 입고 <메아리>의 마지막 후렴을 부르는 QWER과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춘다. 원래는 팬들을 향한 가사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런 이야기로 보니 영략 없이 청춘을 향한 응원으로 들린다. 영상 곳곳에서 남몰래 지켜보며 응원하던 QWER이 흐뭇한 눈길로 소녀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에 들리게 좀 더 말하고 싶어
이 맘을 가득 모아서
두 눈 맞추고 널 크게 안을 거야
어떤 별을 닮은 꿈들이 네게
반짝거린다면
그 얘길 꼭 들려줘
함께란 이유가 되어줄 테니 "

- QWER <메아리> 마지막 후렴구


그리고 마지막 장면. 답답한 고민과 걱정을 잠시나마 벗어던진 듯 한 세 소녀는 드넓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하늘에는 노래의 영어 제목이 비친다. REBOUND. 그렇게 우리틴틴 X QWER의 <메아리(REBOUND)> 컨셉 필름이 마무리된다.


그래서, 이 만남은 왜 이뤄졌을까?


<메아리>라는 곡.


어그로를 끌고 시작했으니 나름의 답을 내려보고 마치려고 한다. 우선 위에 보았듯, 이 만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청춘을 응원한다'는 것. 정확하게는 '우리은행'이, '우리틴틴 카드와 QWER의 <메아리(REBOUND)>'를 매개로 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하는 광고를 실무적으로 정말 단순하게 두 가지로만 나눠 보자면, '브랜드 광고'와 '제품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이 광고는 '브랜드 광고'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통해 '우리틴틴' 카드가 뭔지, 어떤 혜택이 있으며 가입조건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얻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틴틴 카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만큼 확실하게 전달이 된다.


QWER의 <메아리(REBOUND)>는 멜로디와 가사, 곡의 전개 등에 모두 응원이 담겨 있다. ‘메아리’의 가사는 감정이 점점 깊어지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절에서는 내면의 갈등이 드러나다가, 2절에서는 화자가 용기를 낸다. 그리고 브리지 이후에는 확신을 담아내며, 꿈을 향한 마음이 점차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드럼을 포함한 곡의 연주도 이 흐름을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구조를 띤다. 그래서 곡을 듣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힘이 난다. '응원'이라는 주제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영어 제목도 이에 크게 한몫한다. '메아리'를 영어로 하면 'echo'다. '메아리'라는 단어를 'rebound'라고 번역하는 것은 사실 어색하다. 'Rebound'의 의미 중에 5번째쯤 가면 '(음향이) 반향 되다'라는 뜻이 있지만, 직관적으로 붙는 조합은 결코 아니다. 즉, 영어 제목을 REBOUND로 결정한 데는 의도와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부딪히고 다시 튀어 오르는' 데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까지, 이 곡은 청춘을 응원하는 최적의 선택이 된다. 영상 속 세 명의 소녀는 각자의 길에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느 청춘물과는 달리, 영상의 시작과 끝에 반전이 없다. 이들은 여전히 실패하고 좌절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낙담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하며 금세 다시 밝아지고, 박차고 일어나듯 옥상을 향해 달려 무한히 펼쳐진 하늘을 바라본다. 그 끝에 이들이 보는 하늘에 비치는 REBOUND라는 글자가 보다 확실하게 영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34초짜리 '우리틴틴' 메인 광고에 나오는 아래의 문구가 이 컨셉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고민해도 괜찮아.
답은 한 개가 아닐지도 몰라.
작은 것들은 다 넘겨버려.
너를 믿는 거야.
우리가 너를 응원할 테니까.
우리틴틴.


육상은 힘들지만 기타를 칠 때 가장 즐거운 소녀에게, 입상할 그림이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는 소녀에게는 '답은 한 개가 아닐지도 몰라'라고 이야기해 준다. 열심히 하지만 번번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소녀에게는 '작은 것들은 다 넘겨버려'라며 응원해 준다. 실패와 좌절을 겪어도, ‘메아리’처럼 부딪히고 다시 튀어 오르면(REBOUND) 되는 청춘이니까.


<QWER>이라는 화자.


너무 노래 얘기만 했다. 사실 이 노래와 응원은 QWER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생긴다. '성장형 밴드' QWER은 시작부터 수많은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과 싸워왔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완전히 새로운 꿈을 위해 모인 만큼, 수없이 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이다. <디스코드>로 데뷔한 당시에는 바로 차트아웃이라는 실패도 겪어야 했고, 활동 초반까지는 예상보다도 많은 우려와 의심 섞인 시선에 좌절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QWER은 작년 한 해 <고민중독>의 대히트에 이어 <내 이름 맑음>까지 연타석 히트를 치며 명실공히 대세 걸밴드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명 아이돌과 가수들은 물론, 레전드 밴드인 '노브레인'에 이어 'YB'와도 자컨을 찍을 정도를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특히 오늘 올라온 YB와의 자컨에서는 15:40 구간에 윤도현이 QWER을 처음 접했을 때는 대단치 않게 봤지만 점차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말에 함께 듣던 YB 멤버들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 말을 들은 QWER 멤버들은 감격하여 몸 둘 바를 몰라한다.


오늘의 자컨은 팬으로서도 감격스러운 콘텐츠였다. 팬들은 QWER이 얼마나 밴드 활동에 진심인지 안다. 아직 만 2년도 되지 않은 QWER이지만, 지금까지 이룬 성과와 성장만 봐도 '성실함' 수준을 넘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꿈을 향해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각자의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그리고 여러 자컨을 통해서도 적나라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비친다. 그런 노력을 화면 너머로 봐온 대선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 YB의 인정은 다시 봐도 감동스러운 장면이다.


이런 QWER이기에, 그들이 전하는 '응원'은 가사나 퍼포먼스를 넘어설 수 있다. 이미 실패와 좌절을 딛고 치열하게 달려온 청춘들이기에 다른 누군가의 청춘을 응원하는 화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우리틴틴과의 만남에서 핏이 잘 맞았고, 그런 만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브랜드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탄생했다. 이번 광고를 보고 새삼 느꼈다.


응원을 전하고픈 광고주라면,

QWER을 보시면 된다는 것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드디어 공개된 QWER의 자작곡 ‘청춘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