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돌아온 영혼을 달래며.
나는 모로코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모로코를 만나기 전이나, 만난 후나 모로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글쎄.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도깨비나라가 아니라 모로코다. 정말이지 이 보다 더 정확하게 모로코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모로코를 가게 된 건, 두 달 정도의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였다. 스물여섯, 남들 다 가는 유럽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여행은 아무리 길어도 아쉽기 마련인지라 이번에는 편도 티켓만 끊었다. 돈이 없는 대신 시간은 많은 대학생 신분이라 나름의 사치를 부린 것이다. 그런데 편도로 가게 되니 욕심 아닌 욕심이 생겨 아프리카 땅도 밟아 보기로 했다.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어본 나는 내 평생 가장 멋진 사막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결정했고, 모로코행 티켓을 구매하면서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국에서 모로코에 관한 여행정보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모로코와 관련된 책은 나오긴 하지만 전부 에세이 형식의 글뿐이고, 여행자에게 도움을 줄 만한 책은 한국에 없음을 알게 된다. 물론 일본어와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해외 직구를 하면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처럼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로코 여행은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 지 고민 될 것이다. 그럴 땐 이미 발 빠르게 다녀온 블로거들의 글을 참고하면 된다. 물론 그 정보 역시도 아주 적지만 모로코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로서는 사막의 단비와 같은 정보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모로코는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나 상위 레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왠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나는 반드시 모로코를 정복하겠다는 야심 찬 결심을 하게 됐다. 그 덕에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모로코에 머물렀고, 수많은 인연들을 만들었다. 그 뿐인가. 평생 한 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비 오는 날의 사막을 보기도 하고, 11세기에 만들어진 요새를 보기도, 또 지구의 나이와 거의 비슷한 산들의 성장과정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모로코에 있으면서 한국에 가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달 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상하게도 모로코로 들어오는 비행기보다 나가는 비행기 티켓이 거의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도시를 여러번 옮겼고 그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게 옮겨 다니다 통장의 잔고가 잔인할 정도로 드러날 때 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오늘 내 영혼도 한국에 돌아왔고 영혼을 맞이하는 일은 혹독했다. 여행 중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뭘 해도 무기력했으며 재미도 없고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온 몸을 덮었다. 이런 내 영혼이 이 사회에 놀라지 않도록 지난 여행을 기록하며 달래 보려 한다. 왜 누가 그러지 않았나. 여행은 곱씹을수록 짙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