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들 이야기

by 디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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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위에 알고 계신 신의 아들들이 계신가요?


저는 6급 병역 면제가 아닌 5급 전시근로역이었습니다.


전쟁 상황에만 동원되는 이름하여 신의 아들입니다.


동년배 또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남자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공공의 적 같은 존재였죠.


아버지의 뒷배를 이용한 능력 있는 놈이었고 혹여나 있을지 모를 엄청난 권력의 비호를 받는 총아와 같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건넸던 여러 가지 질문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제 아버지에 대한 물음과 평가였습니다.


육사 몇 기 출신인지, 대통령과 비밀스러운 친분은 없는지 그리고 엄청난 재력을 보유한 것은 아닌지 등 온갖 추축과 자의적 난무한 해석들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였는지 몰라도 제 친구를 포함해 국방의 의무를 다한 분들께는 신의 아들로 거듭나게 된 스토리를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는 불편함은 아마도 평생을 가져가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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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할지 몰라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꿈은 멋진 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몸을 다치기 전까지 그리고 투병 중에 있었어도 오로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사관학교 모집에 응시하고자 했습니다.


지원하기에 부족한 실력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었어도 어떻게든 기회를 잡고자 했던 바람은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의 만류 속에 한때의 꿈으로만 남았습니다.


군대 간 친구들이 언제 휴가를 나와도 늘 대기하고 있었기에 4년 동안 들었던 무용담은 그 누구보다 많고 다양했었습니다.


그 덕에 직접 체험하지 못한 군대 생활이었지만 사회생활에서 군 면제 사실을 대신하기 위한 방편으로 충분한 역할도 수행했었습니다.


한창 좋은 젊음의 시기에 낯선 곳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갈등과 육체적 어려움들이 반갑게 다가올 리 없겠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나누지 못한 저만의 배부른 아쉬움도 여전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집에서 출퇴근했던 유일한 방위병 출신인 제 친구가 한때는 참 부럽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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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직장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식들의 군 제대 소식을 접했습니다.


무사히 제대를 하고 부모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꼰대 같은 나 때의 이야기를 할 수 없기에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저의 젊은 시절의 아쉬움도 돌아보게 됩니다.


군 면제를 이끌어냈던 그때의 질병과 아픔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군 생활을 어디서 했는지 관심 섞인 물음도 끊이지 않고 메아리로 되돌아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도 그려봅니다.


아들을 위하는 마음에 마련하셨던 30년이 넘은 빨간색 약통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꺼내보았습니다.


제우스의 분노를 사고 저승으로 갔던 시시포스처럼 평생의 형벌과 같은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선택받은 신의 아들임을 이제부터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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