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인생 해석집

정답은 없어도 힌트는 얻을 수 있다

by 디기리

나만의 인생 해석집이 없으면 남이 정해주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합의한 룰에 맞춰서 살아간다.

문제는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죄책감이 들거나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_김미경





얼마 전 고등학교 총동문회에서 새로운 인명부 출판을 위한 개인정보 동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작은 도시지만 70년이 넘게 배출한 동문의 수가 적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 내키지는 않았어도 혹시나 모를 친구의 반가운 소식을 기대하며 직장과 개인 연락처를 공개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까이 지내는 친구 역시 연락을 받았다며 정보제공을 할지 말지의 고민을 자주 나누는 대화창에 메시지로 남겼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된 대화는 곧 무거운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일도 일상도 집중이 안 되고 잡념이 많이 생기네. 무료 무기력한 거 같고..."



오십이 넘은 나이들이기에 친구가 남긴 말속에서 고민의 크기와 무게가 작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jon-tyson-BtiORCa6Hxg-unsplash_1.jpg Unsplash의 Jon Tyson




"뭔가 위로와 용기가 되는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실감이 크다는 친구에게 교과서 같은 위로를 건넸을 뿐 적절함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차리리 그동안 힘들었겠다는 위로 한마디면 충분했을걸.."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마 적절함이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쉬라는 다른 친구의 말이 어쩌면 더 적절하고 마음의 평안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술 한 잔 속에 고민을 담아 털어내고 공감하며 잠시라도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영역임을 압니다.


30년 가까운 시간의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과 타협하며 세웠던 계획들이 막상 막다른 벽 앞에서 막혔을 때 들었던 두려움과 막막함 그리고 여유 없음을 저 역시 느껴보았기 때문입니다.



공부에 뜻이 있어 다양한 기회를 갖고 싶어 하는 친구 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짊어진 친구의 짐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오늘따라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것을 믿고 굿밤~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andrey-k-7ebAmGFd8L4-unsplash_1.jpg Unsplash의 Andrey K



삶의 고민들을 대할 때면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오는 인류의 해석집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리 남을 최고 스승들의 말씀을 제 인생에 투영하고 재해석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마음의 위안을 삼고 두려움 뒤에 숨은 용기를 다시 불러내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고민들도 또 다른 성격과 의미들을 담고 있기에 매번 맞닥뜨릴 때마다 당황하며 허둥 됩니다.



그래도 블로그란 공간에서 저의 눈높이에 맞는 풀이 방식으로 마음을 그려내면서부터 예전만큼 불안 속에 머물진 않습니다.



저는 저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는 중입니다.



저와 결이 다르게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고 활기찬 성격을 가진 친구에게 또 다른 친구가 전했던 말을 한 번 더 해주고 싶습니다.



"친구야, 이럴 때일수록 미친 듯이 놀고, 소리 질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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