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트블뤼테
앙스트블뤼테(Angstblute)는 죽음을 감지한 전나무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평소 때보다 훨씬 화려하게 마지막 꽃을 피워 올리는 현상을 뜻하는 생물학적 용어다.
이 단어는 독일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화, 만발, 전성기'를 뜻하는 블뤼테(Blute)의 합성어로 '불안 속에 피는 꽃'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끈기보다 끊기』_유영만
우리들의 일생에는 분수령이 있습니다.
별다른 부침 없이 살아왔다고 해도 저마다의 인생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누구에겐 설렘과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또 다른 누구에겐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입니다.
아마도 죽음을 감지한 전나무의 불안감이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듯이 어쩌면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생각지도 못한 창조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편안함이 끝나고 궁핍이 시작될 때 인생의 가르침이 시작된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우리에게 분수령은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여는 시작점으로 다가옵니다.
저의 첫 번째 고비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홀로 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삐거덕거렸던 직장 생활을 접고 개인 사업을 준비했지만 순수한 마음에만 기대기엔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한창나이에 전력으로 몰두해야 할 시기를 놓친 채 또다시 찾아간 밥벌이 현장에서 두 번째 고비를 맞은 건 반백 살의 나이였습니다.
지금도 두 번째 고비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또 다른 분수령을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세 번째 고비는 65세 전후라고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시간에서 다른 모습과 형태로 다가올 듯싶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 큰 고난이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시기마다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내공은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내공이 삶을 살아내고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는 앙스트블뤼테(Angstblute)입니다.
매일 써왔던 글의 주제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쓸 글의 주제도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압니다.
모든 불확실한 상황에서 맞닥뜨릴 두려움, 공포 그리고 불안 그리고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 매일 제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은 매일의 기다림 속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순식간에 꽃망울을 피웁니다.
살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 온 힘을 다해 활짝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를 사방에 알립니다.
올해보다 그 아름다움이 덜한다 해도 한 해 동안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궈낸 최고의 작품으로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화려하게 피워낼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글을 통해 불안감이 없는 삶을 지향하지만 결국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어쩌지 못하는 두려움과 어려움이라는 아이러니와 같은 것입니다.
오늘을 살기 위해 또다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