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내게 전하는 주문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것을 네게 줘~"
치과 치료를 위해 나선 길, 신호등에 걸린 차 안에서 딸아이에게 전한 말입니다.
누구보다 자신과 잘 타협하며 지내고 있는 아이지만 왠지 부모 된 입장에서 한마디 거들어야 할 순간이란 생각에 건넸습니다.
'공부해라, 운동해라, 일찍 자라, 책 읽어라'라며 여태 해왔던 잔소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나이입니다.
잠이 늘 모자라 피곤해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이뿐이었습니다.
말없이 긍정하는 딸아이를 보며 잠깐의 침묵 속에서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에게도 같은 말을 전해줍니다.
"그래, 너에게도 좋은 것을 줄게~"
예전 저를 오랫동안 봐왔던 직장 동료에게 어느 날 물었습니다.
"ㅇㅇ과장님, 과장님이 보실 때 저의 제일 큰 장점이 뭐예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ㅇㅇ님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세요.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듣는 큰 귀를 가지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이런저런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저에게 어쩌면 잘 어울리는 평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는 결국 제 자신에게 제일 좋은 것을 줄 선택을 방해하며 항상 걸림돌로 남았습니다.
가슴에 담아두지도 않을 누군가의 한마디에 가슴앓이를 하면서 저와의 진정한 소통과는 멀어지는 결과만을 얻었습니다.
마흔을 지나 오십이 가까이 될 시점에 이르러 큰 홍역과도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서야 제 마음의 소리에 조금씩 귀 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타인을 대하는 실력은 어땠는지는 몰라도 진정 나를 대하는 실력은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요즘 저는 사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안부도 묻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만나는 제게 꼭 안부와 관심의 말들을 건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펼쳐지면 좋을지, 다른 사람은 뭐라 해도 너 자신만큼은 너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나눕니다.
가장 제일 좋은 선택을 했지만 여의치 않거나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도 했던 선택에 관한 것이지 너 자신의 문제는 아니라고 알려줍니다.
남들에게 들이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나에게 쏟을 것도 이야기합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글을 쓰는 아침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 들 때면 여지없이 제게 다시 한번 이 말을 건넵니다.
"디기리야,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것을 네게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