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주어진 답이란 없습니다
한 해 전 관심 있던 분야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을 치렀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기준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합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익숙하게 알고 있듯이 1차 시험은 4지 선다형 객관식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2차 시험은 주관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험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최후의 보루로 속칭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객관식 시험의 부담이 덜 다가옵니다.
100점을 목표로 시험 준비를 한 것이 아니기에 기준 커트라인 이상만을 생각하며 시험 준비를 했지만 사실 공부하면 할수록 고민의 포인트는 더 생겼습니다.
확실하게 알면 쉽게 풀 수 있지만 어설픈 지식으로는 주관식보다 객관식이 더 어렵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객관식은 기존에 출제되었던 기출문제를 기준으로 눈에 익히는 작업을 했고 주관식 준비는 명확하게 서술할 수 문제들을 기준으로 익숙할 때까지 보고 외우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시험을 치른 뒤 1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받아본 점수를 보니 생각보다 주관식 시험의 점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객관식 시험과 달리 서술형의 주관식 시험에서는 부분 점수가 인정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설명서 속에 모범 답안은 있지만 정확한 답이 아니더라도 그 뜻에 부합되는 단어와 의미가 포함된다면 받을 수 있는 보너스와 같은 것입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경험한 오로지 정답과 오답만이 있는 공간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주관식이라는 영역이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 경험한 저의 세상은 네, 다섯 개의 제시어들 중 오직 하나의 정답만을 고르는 시험과 같게 느껴졌습니다.
알게 모르게 저의 인생도 계속해서 그렇게 재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반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주관식 시험처럼 다가옵니다.
주어진 문제 속 하나의 정답을 찾는 인생이 아닌 저마다의 주관적 견해와 가치가 반영된 현답이 존재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인생을 풀어내기 위해 공부하면 할수록, 무지를 깨우칠수록 문제 안에 제시된 제시어들이 적절하지 않거나 생각의 결과 다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이에 손에서 만들어진 문제가 제가 풀어야 할 문제인지도 두세 번 더 읽어보게 됩니다.
어차피 인생에 주어진 정답이 없다면 제가 알고 싶은 문제를 내고 그에 맞는 답을 찾는 것이 부분 점수를 더 얻어내는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1등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객관식형 사고에 아직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제는 그 익숙한 시험에서 벗어나 과정도 의미 있고 결과도 예측할 수 있는 나만의 시험을 찾아 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 없는 나만의 유일한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