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30분

내가 주도하는 시간

by 디기리



어김없이 4시 10분에 잠에서 깹니다.


매일이지만 지금 일어날까 아니면 알람이 울릴 때까지 더 누워있을까 반복되는 고민을 합니다.


고민도 잠시 여러 가지 상념들이 떠오르며 살아 있음과 일상이 시작됐음을 알립니다.


그중 지나가지 않고 마음에 계속 머문 단어 하나에 순간 조용했던 마음이 널을 뛸 준비를 시작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리저리 종일 쉼 없이 뛰고도 남았겠지만 이제는 일부러 관심을 끄고 생각의 스위치를 끕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화제를 돌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제게 전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깨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산책길에 나섭니다.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던 집안을 벗어나 제일 먼저 만나는 상쾌한 공기에 기분 좋음이 스며듭니다.





ganapathy-kumar-9kbsq91NFwg-unsplash.jpg Unsplash의 Ganapathy Kumar




걸음을 내디디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 하루 만나게 될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제게 묻습니다.


맨 처음 맞이한 오전 4시 30분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누군가는 꿈을 이룬다"라는 문구로 다가왔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거창함으로 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그동안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저의 일상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을 만큼 속에서 루틴을 세우고 지켜내려 할 뿐입니다.


그 속에서 미리 결론을 정하기보다 두려움과 불안을 피하기 위한 선택만은 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덕분에 가로등에 비친 이팝나무의 하얀 눈꽃을 눈에 담고 이른 새벽을 함께한 이름 모를 새에게 하루의 안녕도 건네봅니다.


보름이 갓 지나 완전한 모습의 꽃 달은 아니어도 붉은 꽃처럼 물든 영롱한 달에게 저의 안녕 또한 빌어봅니다.







ian-taylor-B5LGz92kaAM-unsplash.jpg Unsplash의 Ian Taylor



출근을 하는 길을 포함 하루의 첫 네 시간은 제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갑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정돈하고 흐트러진 몸을 위해 움직이며 부족한 지식과 지혜를 차곡차곡 쌓습니다.


예전의 삶에서 변화하고 싶다는 의지에서 시작했고 한동안 부침도 있었지만 이젠 제 몸에 잘 맞는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지나고 보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중 내가 주도하는 시간을 통해 얻은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중에 제일 반가운 것은 알면 알수록 찌그러지고 허술한 부분들이 많은 저를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동안은 지나온 시간과 과거의 저를 원망하며 후회했었지만 지금은 오지 않는 세상 속 저의 모습을 찬찬히 그려봅니다.


남이 그려준 미래가 아닌 제가 그린 모습 속에서의 저를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