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이 내게로부터 시작되었다

by 디기리

생각해 보니 오십이 될 때까지 내가 한 말과 내가 한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말과 생각이 모두 그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상의 영향을 받아 흔들린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요히 무게를 잡을 수 있는 힘을 키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오십에 읽는 장자』_김범준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나요.


몇 번의 직장을 옮기면서 이직의 트리거로 내세웠던 것은 업무 환경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이었습니다.


맡은 일과 주어진 책임의 과중함도 없진 않았지만 사실 모든 상황이 제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우려 섞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한동안 자유를 품을 수 있으니까요.


거기까지는 제 계산 속에 들어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우겨대면서 결국 그 안에서 계속해서 머물며 허우적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kelly-sikkema-Ir0ZOVYBx9k-unsplash.jpg Unsplash의 Kelly Sikkema



삶은 내게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 그 일을 어떻게 다루고 받아들일 것인지를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건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고통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억울함도 없진 않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줄 몰랐습니다.


촘촘히 얽힌 조직과 일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으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은 늦었지만 그 고통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던 것이 제 자신임을 인정할 수 있어서 반갑고 좋습니다.


지금도 몇몇의 사람들이 떠오르긴 해도 그들을 더 이상 볼모로 잡지 않으려 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 역시 피해자 코스프레 속 주인공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않으려 합니다.


불필요하게 제게 던졌던 생각, 행동, 말로 인해 겪였던 고통을 이제는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kelly-sikkema-4le7k9XVYjE-unsplash.jpg Unsplash의 Kelly Sikkema



나의 삶은 결국 사람 그리고 사물과 관계 맺는 모습에서 결정됩니다.


어떤 응답을 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 나의 성장과 행복이 따라옵니다.


몰라서 그렇지 누구에게나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자유와 힘이 있습니다.


물론 내면에 오랫동안 묵었던 감정들은 여러 형태로 어딘가에 계속해서 자리 잡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꽤 오랜 시간 저와 머물렀던 부정과 미움 그리고 오해의 감정들을 떠나보내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비워진 감정의 주머니에 어떤 것들을 채워야 할지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습니다.


사람이 싫고 환경이 싫어 삐뚤게 바라봤던 예전의 회사들도 누군가에는 소중한 삶의 터전들입니다.


이제는 그 터전들이 단단해지길 마음속으로 응원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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