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서 엿본 삶의 관점
자극이 변화로 이어지려면 그 자극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환경에 있어야 한다.
그 환경 속에서 숙성이 되어야 한다.
일정 기간 숙성이 되어야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한 번의 선택은 큰 결과를 불러오지 못한다.
하지만 그 행동이 다음 행동을 촉발할 수는 있다.
처음 내린 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린다.
그런 시간이 지나면 쌓인다.
눈이 내리면서 땅의 온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나를 바꿀 자유』_김민기
신발장에 고이 모셔둔 운동화가 있었습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지인에게 받았던 선물입니다.
때마침 산책을 할 기회가 생겨 반가운 마음에 신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산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고 곧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발볼이 넓은 제게 새로운 운동화는 너무나 가혹하게 다가왔고 2시간에 걸쳐 들었던 생각은 오직 한 가지였습니다.
"이 신발은 더 이상 신지 않겠어~!!"
그런 마음으로 재활용 수거함에 넣으려 했지만 선물로 받은 신발이라 당분간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습니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서려 했지만 비가 오는 날씨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주로 사용 중인 운동화는 빗물이 금방 스며들기에 다른 대안을 찾아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신발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바로 그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차피 오래 신을 생각이 없었기에 빗물에 젖던 먼지를 뒤집어쓰던 그리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별다른 기대는 없었지만 신발 끈을 최대한 여유롭게 늘리고 신어보니 처음의 느낌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30분 정도의 산책길에서 예전과 같은 후회는 들었지만 빗물에 젖지 않고 뽀송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신발은 자신의 쓸모와 쓰임을 증명하였고 점점 제 발에 조금씩 맞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들어 그 신발은 저의 산책길과 늘 동행합니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신발이 있지만 제 시선은 늘 한 곳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발에 저를 맞추려니 힘들고 괴로웠지만 조그만 계기로 시작된 시도와 인내심에 결국 내 몸에 맞는 신발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신발은 재활용으로 재 탄생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았을 겁니다.
모든 일에 적용할 순 없겠지만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갖은 관점도 새로운 신발을 내 몸에 맞추는 일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나에게 맞춰진 일이 아닌 기존에 존재했던 기성품들을 나 자신에게 맞추려니 어쩌면 힘들도 괴로운 것이 당연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인내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신에게 적응시키는 노력들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만나는 신발은 나를 훨씬 더 멀리 그리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