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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조던이 공중에 떠 있는 이유

날개 상징과 브랜딩

by 민찬
사유하는 소비자에게.
오늘의 글을 요약합니다.

1. 인류는 비상을 동경해왔고, 그 꿈은 브랜드의 상징 속에 살아 있다.
2. 날개, 점프, 공중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인간 조건을 초월하려는 상징적 욕망의 표현이다.
3. 이처럼 존재를 울리는 브랜드를 우리는 ‘소울마크(Soulmark)’라 부른다.



이 로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비상’을 떠올리게 하는 로고라는 점입니다. 나이키는 니케의 날개(Wing of Nike)를, 스페이스X는 우주로의 상승(Ascension)을, 애스턴마틴은 속도와 역동성을 의미합니다. 이 세 브랜드 이외에도 비상을 상징하는 브랜드 디자인 요소를 우리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시각적 요소는 인간에게 어떤 힘을 끼치는 것일까요? 오늘도 종교학이라는 우물에서 브랜딩 인사이트를 길어보겠습니다.



인간의 오랜 꿈, 하늘을 나는 것


당신은 주로 어떤 꿈을 꾸나요? 호그와트 같은 광대한 대지 곳곳을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니는 꿈은 제가 자주 꾸는 꿈이자, 앞으로 자주 꾸고 싶은 꿈입니다. 저는 나는 법을 배운적이 없는 데 꿈 속에서는 쉬이 날아다니죠. 마치 태어날 때부터 날아다녔던 사람처럼요. 꿈에서 깨도 그 감각이 선명합니다.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인류가 이 땅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부터 ‘날아다니는 것’은 인류의 꿈이었습니다. 종교학자 멀치아 엘리아데의 말에 따르면 ’주술적 비행‘은 가장 오래된 민속학적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미 구석기 인류부터 ‘새-영혼-비행’의 신화적 모티프가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알타미라 동굴의 암각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새의 마스크를 쓴 사람이 등장하죠.* 시간이 지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황제의 신격화에도 이러한 모티프가 쓰였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최초로 ’날기‘에 성공한 군주가 등장합니다. 황제 전욱의 딸은 황제에게 ‘새처럼 나는’ 기술을 알려주었다고 전해져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황제 전욱의 시대에는 비행기가 없었을거에요. 구석기 시대는 말하면 입 아프죠. 그런데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날기’의 오랜 꿈은 이뤄진 것 아닐까요?



비행기의 시대에도

비행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비행이라는 상징은 항상 인간 조건의 폐지, 그리하여 인간 조건을 초월, 그래서 인간의 자유를 드러낸다”
멀치아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p.178


우리는 이제 비행할 수 있지만 여전히 비행을 동경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비행은 인간 조건의 초월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인간이기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퍼스트 클래스를 탄다고 해도요.


비행기가 인류의 비행 갈망을 충족할 수 없는 이유는 비행기를 타는 시대에도 인간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우리의 삶에 상승감보다는 속도감을 줍니다. 속도감은 수평적입니다. 상승감은 수직적이죠. 비행기는 약 3만피트 이상 땅으로부터 떨어져 운행한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그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앞사람, 뒷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발을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그 곳은 3만 피트 높은, 여전히 땅입니다.


어쩌면, 비행기의 시대에 여전히 비행은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그 갈망을 브랜드가 채웁니다. 상징으로 말이죠. 상징은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결정적 능력입니다. 마치 꿈 속에서 나는 것이 실제 같다고 느끼듯, 브랜드의 날개 모양을 볼 때면 우리는 상승감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나는 것은 신과 같다


인간은 자유인이 되고자 합니다. 인간 욕망 깊은 곳에서 부터요. 살짝만 공중에 떠도 인생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살짝만 공중에 뜨면 일상이 지워질 것만 같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의 말처럼 영혼의 상승은 영혼의 평안함과 짝을 이룹니다. 빛 속에서 그리고 상승 속에서 역동적 일체가 이뤄지죠.


“복합적인 민속신화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고, 얼마나 극적으로 공중 여행을 하는가에 있지 않고 다만 중력의 작용을 받지 않을 만큼 인간 존재 자체가 존재론으로 변동하였다는 데 있다”
멀치아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p. 170


얼마나 빨리 나는가는 상관 없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나는지 역시 상관 없죠. 그저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됩니다. 그 때,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변화합니다. ‘날아서 하늘에 올라가는 것’은 중국어로 “새의 깃털로 변신한 그는 불사자처럼 올라갔다”라는 표현과 같습니다.***



왕이 가마에 탔던 이유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왕들이 사람들의 어깨에 들린 기구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것은 신격화 된 그들이 땅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신처럼 ‘공중을 날았다’”
영국의 인류학자 A.M. Hocart


비행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에 더해, 비행은 인간의 계급적 상승을 의미하기도 합니다.호카르트의 말처럼 아시아 역사에서 왕들이 가마를 탄 이유는 공중으로부터 떠있기 때문입니다. 왕은 땅의 계급이 아닌, 곧 신적인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렇기에 애스턴 마틴처럼 럭셔리 브랜드에 날개 상징 모티프가 자주 쓰이죠.



에어 조던은 ‘공중에 떠 있기에’ 매력적이다



앞서 살펴본 비행의 의미에 비추어 에어조던의 로고를 살펴볼까요? 에어조던의 로고에서 마이클 조던은 단순한 농구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공중에 떠 있는 존재죠. 점프를 할 때, 그는 몇 초 동안 중력에서 해방된 듯 보입니다. 그의 점프는 단순한 운동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본능적으로 동경하는 ‘비상(飛上)’의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에어 조던의 ‘Jumpman’ 로고는 바로 그 순간을 박제한 것입니다.


농구는 기본적으로 ‘점프’가 중요한 스포츠인데요, 그러나 그 점프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비상의 이미지’로 각인될 때, 그것은 초월의 순간이 됩니다. 그래서 에어 조던을 신는 것은 단순히 농구화를 신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존재’의 이미지를 신는 것이죠. 그것은 점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곧 브랜드가 전달하는 입니다.



이렇게 존재론적 의미를 담은 브랜드 상징을 '소울마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기능적 역할(Trademark) 너머

감성적 역할(Lovemark) 너머,


우리의 존재를 터치하는 브랜드들,

그 브랜드가 이 시대의 소울마크(Soulmark)가 아닐까요.



마치며: 당신의 브랜드도 날개를 달아보세요


당신이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면,

아래 3가지 분류의 모티프 중 하나를 활용해보는건 어떠세요?

또 다른 소울마크의 시작이 될지 모릅니다.


비행 모티프: ‘새’, ‘깃털’, ‘로켓‘
공중 모티프: ‘구름’, ‘바람’, ‘점프’

천상 존재 모티프: ‘천사’, ‘유니콘’, ‘페가수스’



*참고문헌: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p.172 /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p.164 / ***엘리아데 <신화, 꿈, 신비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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