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공동창업자들.
뉴욕은 너무나도 크고 복잡한 도시입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사는 도시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죠. 심지어 잠시 머물렀던 사람들조차도 뉴욕을 떠난 뒤엔 그리움에 젖곤 합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도시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예측 불가의 매일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뉴욕에서의 삶은 예상하지 못한 만남들로 가득합니다. 하루하루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고, 때로는 특별한 인연이 불현듯 시작되기도 하죠. 하지만 정작 매일의 순간들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렇듯, 뉴욕도 일상 속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 깊이는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처음 뉴욕에 오는 이들은 겉으로 드러난 도시의 모습에 압도되기 쉽습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영화에서 본 풍경을 찾아가며 뉴욕을 단편적으로 경험하곤 하죠. 하지만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골목,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엮여 나가는 무수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뉴욕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요?
저는 그 뉴욕의 한 단면을 처음 뉴욕을 방문한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한 날에서 발견했습니다.
처음 그들과의 만남은 조용히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들의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 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그들의 뉴욕에서의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링크드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풍 벤처스 라는 곳의 최경희 님이 올린 포스팅이었죠. “빌딩 케어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인 이민우 씨가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니, 도와줄 분을 찾습니다”라는 글이었어요. 그 포스팅을 본 순간, 제 머릿속에는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느낄 낯섦과,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할 수많은 혼란과 도전들이 떠올랐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그러나 끈질긴 공동 창업자들
일요일, 그들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뉴욕을 수도 없이 거쳐 갔던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처럼 보였죠. 하루, 기껏해야 이틀 남짓 뉴욕에 머문 그들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고, 낯선 도시의 생경함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압박감과 함께, 이곳에서 그들이 마주할 도전이 얼마나 클지 직감할 수 있었죠.
간단한 인사와 소개가 오간 후,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그들의 말은 대단한 것 없이 담담하게 이어졌지만, 한 팀으로 네 번의 피벗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을 수많은 고민과 고난이 이들을 뉴욕으로 이끌었고, 어쩌면 그들에게 이번 방문은 스스로에게 주는 트로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그런 긴 여정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이름—민우, 이서, 용수, 다은, 그리고 지혜—를 하나씩 알게 되었고,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아닌,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알면서부터, 저 역시 그들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렸습니다. 각자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스토리가 하나둘씩 제게 다가왔죠.
낯선 뉴욕에 도전장을 던지고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은 그들의 용기를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죠.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더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자, 주중 수요일 오후를 통째로 그들을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할 세 가지 중요한 만남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만남: 뉴욕 부동산의 심장, BOMA 뉴욕
첫 번째 만남은 다섯 명의 창업자들에게 있어 조금은 무겁고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그들은 아직 뉴욕의 시장이 얼마나 크고 복잡한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요. 제가 준비한 첫 미팅은 뉴욕 상업용 부동산 협회, BOMA 뉴욕의 Executive Director인 Lori와의 만남이었습니다. BOMA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정보의 보고였습니다. 뉴욕에서 제대로 발을 디디려면 이곳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필수적이죠.
사실 이 미팅은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어요. 며칠 전에 급하게 연락을 했는데, Lori는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날 오후, 뉴욕의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그들과 Lori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창업자들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Lori는 뉴욕 부동산 시장의 복잡한 구조와 트렌드를 친절하고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죠.
그 미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로피 빌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뉴욕의 상징적이고 가치 있는 건물들—예를 들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도시의 아이콘이 되는 건물들이죠. 이들 건물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투자 대상이기도 합니다. Lori는 그런 트로피 빌딩이 뉴욕 시장에서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에너지 솔루션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처음 듣는 뉴욕 부동산 업계의 생태계와 트로피 빌딩에 대한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Lori가 설명한 이 거대한 시장의 동향을 들으며, 그들의 상업용 빌딩 케어 솔루션이 이곳에서 어떤 가능성을 지닐 수 있을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이 미팅을 통해 그들은 비로소 뉴욕에서 자신들이 가진 솔루션의 잠재력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듯했습니다.
Lori와의 대화는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뉴욕 부동산 시장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그들의 작은 배가 어떻게 항해할 수 있을지, 그들은 그날 미팅을 통해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두 번째 만남: 스타트업의 길, Starta Ventures
두 번째로 준비한 미팅은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뉴욕의 로컬 VC이자 Accelerator인 Starta Ventures의 Anastasia와의 만남이었죠. 사실, 이 미팅은 원래 아나스타샤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한 자리였지만, 그 시간을 공동 창업자들에게 양보했습니다. Anastasia는 뉴욕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특히 외국인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만남은 그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열어준 중요한 기회가 되었어요. Anastasia는 한국을 곧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뉴욕과 한국의 창업 환경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외국인 창업자로서 뉴욕에서 겪는 도전들과, 한국에서 창업자로 활동하며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조언들이 오갔죠. 그들의 고민에 맞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은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그들의 창업 여정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Anastasia는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장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녀는 뉴욕의 스타트업 씬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외국인 창업자들이 갖춰야 할 네트워킹과 현지 적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특히, 그들에게 ‘작게 시작하되 크게 생각하라’는 조언을 건넸습니다. 뉴욕에서 작은 성공이 결국 더 큰 기회를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들은 이 미팅을 통해 뉴욕에서의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실질적인 전략을 구상할 수 있게 되었고, Anastasia와의 만남은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 브루클린의 테크 포럼, 새로운 시선
마지막으로 그들과 함께한 자리는 뉴욕의 비영리 조직이 주최한 공개적인 이벤트였습니다. 이전 두 번의 미팅이 프라이빗한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뉴욕의 성숙한 로컬 조직과 스타트업 씬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죠. 우리가 참석한 곳은 뉴욕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에서 처음 개최한 Tech Founder Forum이었어요. 이 이벤트는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의 중심지인 네이비 야드의 New Lab에서 열렸고, 다양한 기업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개발한 빌딩 케어 솔루션은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그들의 주요 고객군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에 익숙하지 않은 오래되고 성숙된 조직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뉴욕의 성숙한 조직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직접 체험하는 것이 필요했죠. 이 이벤트는 그런 성숙된 조직들이 스타트업 씬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그리고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포럼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가들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뉴욕의 기업가들이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직설적인 질문들은 공동 창업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낯선 환경에서 주저하며, 언어적 장벽과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경험은 그들에게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날의 경험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을 겁니다.
뉴욕은 다양한 인종과 국가 출신의 기업가들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이들이 모여 각자의 열정을 쏟아내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그들은 뉴욕의 스타트업 씬이 얼마나 다채롭고 역동적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그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지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날의 기억, 사진 속에 담긴 시간
그날의 만남들이 끝나고, 저는 그들과 함께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언젠가 그들이 다시 뉴욕을 찾게 될 날, 이 사진을 보며 뉴욕에서의 하루를 떠올리길 바랐습니다. 뉴욕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던져주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도전들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한 방식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순간에 기회가 다가오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에 만난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들이 조금 더 준비를 하고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뉴욕은 관광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큰 도전의 장이 됩니다. 그들이 이 도시에 발을 디디며 얻은 인사이트와 경험들이 그들의 창업 여정에 작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날의 경험이 그들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주었기를 바라며, 언젠가 다시 그들과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뉴욕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 그들의 미래에 큰 영감이 되길 바라며, 그날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