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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과 친구들 Oct 06. 2024

꿈과 결핍 사이 어딘가

돈 벌기는 쉽지 않다. 잘 벌기는 더 쉽지 않다. 

난 타고난 창업가는 아니다. 그냥 열정 넘치는 개발자였고, 공부 열심히 하면 그만큼 성장과 보상이 따라오는 직군이다. 다만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는 것 보다는 이왕이면 유니크하면 좋겠고, 특별한,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런 마음이 조금씩 성숙하다보니 사업하고 있는 지금의 순간까지의 결정들을 이어오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큰 꿈을 가져야하지만, 꿈만으로 성공할 순 없었다. 창업 생애주기에도 데스밸리가 존재하듯 창업자의 생애주기에도 데스벨리가 존재한다. 이 데스벨리에 빠지기 전, 빠진 후, 회복한 직후에 창업자들은 많이 포기한다. 여기서 누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가 하면 사실 꿈이 큰 사람보다 결핍이 큰 사람이 훨씬 많았다. 어쩌면 사업과 도박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이 큰 꿈과 결핍 사이에서 중독이 일어나고 멈출 수 없다는 공통점이 매우 흡사하다.


큰 꿈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방법은 아니다. 

큰 꿈을 가지고, 언제나 낙관적이어야 하며,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 시간과 자본, 주위 자원들을 베팅해야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다. 사람은 긍정적일 때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마다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긍정적이긴 했지만, 어려움을 아직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잔고가 좀 남아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사업이라는 것이 뭔지를 공부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했어햐했다. 돈 버는 일이라는 착각 안에서 시장과 전혀 상관없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고, 유튜브 몇개만 찾아봐도 사실 이런 방법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그 눈을 뜨지 못했다. 꿈은 컸지만, 이 꿈을 이루는 방법들은 내가 알아서 찾았어야했다. 방법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데스벨리를 경험해야하고, 지금은 데스벨리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정말 많은 방법들을 새로 배우고 있다. 


결핍을 통해 배우되 나를 깎으면 안된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일단 창업자가 멀쩡해야한다. 멘탈헬스 사업을 하면서도 항상 고객에게 제공했던 가치는 긍정과 편들어주기였다. 사고가 심각하게 왜곡돼있는 사람이라도 꾸준하고 반복적인 긍정 메시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 같은 편들어주기가 회복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창업자가 데스벨리에 있을 때는 정말 많은 비교와 멸시, 자기 혐오와 부러움 즉, 엄청난 결핍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성적으로 이 결핍을 자양분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최고의 추진체가 될 수 있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게 창업자를 갉아먹기 시작하면 성장곡선은 더뎌지고 오히려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걸레짝이 된다. 번아웃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생물학적인 인지능력, 기억력 등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어째든 일은 줄일 수 없고 사고를 바꿔야한다. 결핍을 갖고 있되, 긍정적이어야한다. 


꿈과 결핍의 밸런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어떤 갈림길에 서있거나, 선택의 순간에 와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도보다는 어떤 이득을 극단적으로 취하려다보니 취하고 싶은 것도 못 취하고 다른 무언가도 함께 잃어버리는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꿈과 결핍에 대한 양가감정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세상의 진리가 있다면 Balance가 아닌가 싶다. 세상 어떤 일이라도 가장 효율적이고 이득이 되는 최적 중도가 있고, 이는 자연과학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성공적인 사업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한 소수의 대박사건이 아니라 최적 중도의 누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꽤나 성공적인 사업을 했던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한 순간의 대박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쌓아온 사업 경험이 다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나이가 많던 적던 큰 상관관계가 없었던 것 같다. 그 경험의 누적이 결국 좋은 사업을 만들고, 아주 큰 꿈과 결핍에서 오는 현실적인 전략과 근성들이 그 안에 녹아있는 것이다. 


이제 뭐하지

나도 계속 이러한 트레이닝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속에 있다. 그냥 트레이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돈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인지 검증하며 많은 시도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전에도 나름 잘 진행될 것 같은 프로젝트가 폐기됐다. 딱히 실망스럽진 않다. 시도 해볼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내 20년을 결정할 아이템을 지금 열심히 찾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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