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99%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라면, 1%가 기억될뿐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중에서도 이름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였다. ‘농부준 빛날환 성씨 강’에서 ‘Paul Joseph Junhwan Kang’으로 바뀌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이름의 변화를 넘어, 내 인생의 여러 전환점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이름처럼 내 삶도 단순히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여러 갈래의 변화가 이어졌고, 그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마치 백부작 드라마가 아닌, 매 시즌마다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미국의 TV 쇼처럼, 내 인생도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것 같다. 그 에피소드들 속에는 극적인 순간도, 고난과 작은 성취의 순간도 있었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의 반복일지 모른다. 99%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라면, 나머지 1%는 중요한 전환점과 도전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그 1%에 집중하며, 그 순간들이 내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노력한 결과로, 내 인생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고 영원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 이야기는 타인에 의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혹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내 삶의 순간들이 기록되고, 그 빛나는 순간들은 어딘가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종종 “누가 기억해줄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도 사실, 80억 인구 중에는 거의 기억되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단 한두 명이라도 나의 인생을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의 두 번째 인생 라운드를 시작하기 위한, 더 정확하게는 그 시작을 만드는 용기를 얻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번에 얻은 것이 아니었다. 40살부터 50살까지의 약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끈기 있게 자신을 다듬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세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성실함에 대한 갈망이었다. 나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면모는 사람들에게 항상 인상 깊게 남았지만, 그들은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지는 않았다. 종종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성실하지 않다는 인식도 따랐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창의성과 성실함이 하나로 융합되는 나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한 가지 일에 10년간 매진해보고 싶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성실함을 통해 나를 완성시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더 깊은 성취를 느끼고 싶었다.
두 번째는 영어였다. 나는 항상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기피했었다. 단지 부족함을 느낀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피해 다녔다. 영어가 부족해서 스스로 기회를 외면하고,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기회들을 잃었다. 특히 오라클 아시아 퍼시픽에서 주선된 인터뷰에서 나는 영어 실력 때문에 주저했고, 결국 그 기회를 외면했었다. 그 경험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영어를 극복하지 않으면 나에게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피해 다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그들과 맞설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더 큰 프로젝트와 혁신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나는 항상 더 큰 도전과 더 큰 변화를 이루고 싶었고, 그것이 나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시선과 협력이 필요했다. 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큰 혁신을 이루고자 했지만, 그 제안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과 네트워크가 부족했다. 그때의 한계는 나를 다시 한번 더 큰 성장을 향한 길로 이끌었다. 나는 내 역량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세 가지 경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성실하게 10년을 매진하는 것, 영어를 극복하는 것,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두 번째 인생 라운드를 시작하는 용기가 강제적으로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동기가 있었다. 나는 단지 성실함을 원하거나 영어 실력을 키우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 너머에는 나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더 큰 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진짜 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내 안에는 이미 그 프로젝트에 대한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그것은 ‘죽음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의 과정을 통해 나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를 구상하고 싶었다. 내가 꿈꾸는 프로젝트는, 죽은 1,000억 명의 영혼과 현재 살아있는 80억 명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단지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함께 탐구하고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의 두 번째 인생 라운드를 시작하려 한다.
올해 11월 25일, 뉴욕에서의 10년을 기념하며 나는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길은 적어도 앞으로 20년은 더 필요할 것이다. 나는 이 여정을 통해 나의 인생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큰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나의 두 번째 인생 라운드를 시작할 용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용기는 단순히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면, 그 두려움이 바로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용기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용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용기가 만들어 지는 기간은 하루 이틀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는 10년이었다.
당신들에게 만들어질 용기와 그 시간은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