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과 냄새,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는 하루를 혁명 카페에 보낸다.
메데진 (Medellin)을 싫어하고 싶지는 않다.
도시를 평가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내가 잠시 머무는 입장일 뿐이고, 이곳은 누군가의 고향이며 일상이고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적인 말은 아껴두려 한다.
그런데 냄새는 감정보다 빠르다.
매연이 공기를 덮고, 내가 반드시 걸어가야 할 그 루트 안에 오줌 냄새가 남는다.
뉴욕의 더러움에 10년 이상 오래 노출된 사람으로서 쓰레기 더미나 더러움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냄새는 별도의 피로를 요구한다.
문제는 도시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냄새가 먼저 싸움을 걸어온다는 점이다.
나는 이곳에서 나름의 생활 리듬을 만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오전 잡으로 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에 최소 3시간은 밖에 나가 움직인다. 그리고 나이트 잡을 진행 한다. 24시간을 잠자는 시간 포함해서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사는 셈이다.
이 루틴은 메데진에 와서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뉴욕부터 이어져 내려온 자기 관리 방식이다. 도시가 바뀌어도 루틴은 바뀌지 않는다.
여하튼 그 루틴이 나를 밖으로 내보낸다. 그걸 지키지 않으면 guilty를 느낀다.
산책을 하고, 작업할 카페를 찾아 걷는다. 혁명 카페까지 이어지는 길은 길지도 길지 않지도 않다. 20분 정도.
그 사이에서 나는 도시의 냄새를 견딘다. 냄새가 나를 따라오고, 나는 그 냄새를 무시한다. 결국 이 싸움은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는데…
뭐. 그 사이에 하나 달성한 것은 드디어 ATM으로 현금을 뽑았다. 아직 달러와 페소와의 환율차가 없기는 하지만. 그건 다행.
그나마 지금 희망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이곳을 사랑하게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뉴욕도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의 뉴욕은 ‘살아남는 곳’이었지 ‘사랑하는 곳’이 아니었다. 시간이 쌓이고, 그 안에서 관계·일·기억이 생기고 나서야 감정이 생겼다. 그리고 그곳의 시민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 메데진에서 그런 감정을 만들지 못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도.
10년이 넘게 걸린 그 시간을 어찌 일주일 만에 가지려고 할까? 그런데 좀 오래 살다 보면 단번에 알 것 같기는 하다.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하지만 도시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감정은 대개 미움보다 늦게 움직이고, 사랑은 더 늦게 도착한다.
여하튼 지금은 도시를 탐험하려는 마음보다, 자기 루틴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 크다. 그 의지가 나를 밖으로 밀어낸다. 냄새를 감내하는 이유도 사실 도시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떠날 시점이 되었을 때 혹은 그때가 가까워지면 생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곳에 태어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다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 매연들에 사람들은 아무 표정의 변화가 없다. 는 것. 아… 공기 좋은 뉴욕. 서울에서도 원망했는데 그것은 비교할바가 아니다.
도시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대부분 그렇게 진행된다.
지금은 아직 견디는 단계다.
그것도 내 방식의 적응의 과정일지 모른다. 다만, 그러다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