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건조하는 마음으로 도시를 상상해 온 한 사람의 이야기
2026년부터 나는 데이 잡과 나이트잡으로 살기로 했다.
데이 잡은 은퇴가 없는 것일 것고 나이트잡은 엑싯이라는 형태로 기존에 반복되었던 것에
지금 준비하고 있는 bcdW에 앞으로의 5년을 집중할라고 하다 보니
다시 직업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할 답을 만들게 되었다.
물론, 올해 1월을 좀 이런 것들에 시간을 쓰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콜롬비아 메데진의 매연과 오줌 냄새에 좀 괴로워하고 있다.
뱃사람이 아닌데도 배를 꿈꾸다.
어쩌면 36년 전부터 내 세계는 이미 물 위에 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나는 바람을 타는 배에 집착했다.
그 배가 어떤 항구로 향하는지도 몰랐고,
누가 타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잠든 거대한 도시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별명을 지었다.
바람부는 바다(Windy Sea), 그리고 선장(Captain).
그때가 벌써 1992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세상은 나에게 조타륜을 쥐여준 것 같았다.
—
10대의 나는 치기어린 사회주의자였다. 그당시는 그리 희귀한 것은 아니었다. 쉬쉬하며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고등학생이 그러기는 쉽지 않았지만.
사실 나에게 그 말은 정치적 성향이라기보다
“세상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오랜 질문이었다.
고등학교를 포함해서 학교를 세 번이나 쫓겨나면서도
그 질문만은 놓지 않았다.
그때에도 근대 이후의 자본주의 국가 개념은 없었다.
국가의 개념은 없었고 고대 도시 국가가
다시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이었다.
왜 어떤 도시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어떤 도시는 서로를 연결하는가.
왜 어떤 구조는 착취를 생산하고,
어떤 구조는 공동체를 만든다고 믿는가.
나는 그 질문을 언어로 정리하기보다
세계관으로 키워왔다.
—
처음 만든 회사 이름은
우주정거장과 친구들(Space Station & Friends).
소개서의 첫 문장은 이랬다.
“우주선에 탄 우리는 지구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때에도 나에게 들어 왔던 말은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원주민은 모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라는 것에서 출발 했던 것이다. Make the invigible visible.
그때는 몰랐지만
우주정거장은 나에게 도시의 은유였고,
우주선은 곧 배였으며,
지구인은 세대와 기억, 그리고 관계였다.
그 회사는 오래 가지 않았지만
세계관은 폐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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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노아의 방주가 다시 떠올랐다.홍수 이후를 상상하는 기술, 종을 선택하는 윤리, 거주를 설계하는 도시학,
기억을 남기는 아카이브.
나는 노아의 방주를 빗대어
미스테리 폴의 방주(Mystery Paul’s Ark)라는 파티를 열었다. 그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적 실험이자 퍼포먼스였다.그리고 60여명의 친구들앞에서 나는 뉴욕으로 이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때는 난 "죽음" 과 "디자인" 이라는 단어에 더 치중했었다.
—
나는 다시 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번에는 엔진도, 항해도, 선원도 갖춘 배였다.
뉴욕으로 이주하고 3년이 되었을때인가?
런던에서 뉴욕으로는 크루즈쉽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서 바다를 건너왔다.
그안에서 망망대해에 내 캐빈을 따라 날아 오는 새 한마리를 보면서 노아의 방주를 다시 상상했었다.
그런데 생산력이 극도로 증가된 상황에서의 노아의 방주는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인가?
이때 도시를 프로토타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도시는 제품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생각이었다.
—
배는 결국 도시가 되었고,
도시는 이제 하나의 선택적 자생적 도시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한다.
Sim Eternal City는
기후 위기 이후의 도시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세대와 기억을 어떻게 아카이브할 것인가,
삶과 애도의 방식은 어떻게 바뀌는가를 묻는다.
그 질문은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경제, 기술, 돌봄, 생태, 심리, 문화 산업이 함께 엮인 시스템의 문제다.
그런데 그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그것을 직업이라고 이야기해야 할텐데 아직 사람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니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직업이라고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다.
—
사람들은 여전히 묻는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세요?”
나는 잠시 멈춘다.
왜냐면 이 질문은 업계나 역할이 아니라
정체성과 세계관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 세계를 직업 언어로 번역한다면
Future City Creator
혹은
Urban Future & Memory Systems Creator
조금 길지만 정확하다.
—
돌아보면 내 삶은 늘 배와 도시를 오가고 있었다.
치기어린 사회주의자 시절의 공동체 상상
바람부는 바다, 그리고 선장이라는 별명
우주정거장과 친구들의 우주선 서사
미스테리 폴의 방주 파티 그리고 뉴욕으로의 이주
플로팅 시티라는 도시 설계
Sim Eternal City라는 세계관
이 선들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36년 전부터 그려진 항로였다.
—
Sim Eternal City 플로팅 도시를 보이게 만드는 일이 나의 직업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같은 배에 있다.
어쩌면 이미 있는 그 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