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인문학
혹시 인공지능과 대화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동안 그 놀라운 기술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복잡한 보고서도 뚝딱, 막막했던 기획안도 술술 풀어주는 모습에 ‘이것만 있으면 회사에서든, 내 사업에서든 훨훨 날 수 있겠구나’ 하는 장밋빛 꿈에 부풀었죠.
그런데 AI와 대화를 거듭할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AI가 아니라 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지시와 데이터를 요구하는 AI 앞에서, 저는 자꾸만 무언가를 얼버무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제 입버릇처럼 붙어 다니던 ‘~인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 때문이었죠.
돌이켜보면 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온통 ‘~같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다른 분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주장에 힘을 싣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을 때조차 이 ‘~같다’라는 안개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겸손이고, 배려이며, 안전한 소통 방식이라고 믿으면서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책임을 피하고 싶은 비겁함, 내 생각이 틀렸을 때 받을 상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제발 내 의견을 공격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외치는 소심한 자아가 숨어 있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정답을 강요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다’는 마법의 방패를 무의식적으로 휘둘러왔던 것은 아닐까요? 튀지 않고, 공격받지 않고, 그저 무리의 안전한 일원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슬픈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죠.
그날 이후, 저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마침표로 문장을 끝내보는 연습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때로는 오만하게 비칠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제 언어가 단단해지자 제 생각과 행동도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불분명한 안개가 걷히자, 비로소 사람들은 저라는 사람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이죠.
AI는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가장 정직한 거울이 되어 우리 자신을 비춰줄 뿐입니다. 저는 그 거울 앞에서 ‘~같다’는 말속에 숨어 있던 진짜 제 마음과 마주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마음도 ‘~같다’는 안갯속을 헤매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한번 용기를 내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생각에, 당신의 마음에, 당신의 삶에 선명한 마침표를 찍어주는 겁니다.
당신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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