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그루 해바라기여라
얼마나 더
정처 없이 떠돌고,
나무와 얘기를 하고 바람을 맞으며,
들녘을 바라보며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흐르는 강물에 동무의 안부를 전하고,
돌아가는 새에게 소식을 전하고 또 전해받고,
비오기 전 뛰어오르는 물고기를 보고,
동네 개 짖는 소리며
새벽에 일어나라며 낮에 알 낳았다는 닭 우는 소리며,
송아지 보내고 우는 어미소의 울음소리며,
봄이 왔다며 피어오르는 꽃망울을
보고 듣고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밤하늘의 별들이며,
내리는 이슬이며 마당의 잡초며 뒹구는 낙엽이며
밀려둔 책 원고며,
아들과 가야 할 여행이며
아내와 다녀올 고향이며
만나야 할 그 누군가 하며……
한정 없는 미련과 아쉬움과 그리움은 이 아침에 가질 수 있는 나만의 호사인가?
그렇지, 다른 누군가가 가질 수 없는 것이겠지. 대설 날, 그래도 반가운 눈님은 오셨지만 햇살이 따사로우니, 나는 한 구루 해바라기여라. 늘 그렇게 그리움을 안고 서있는 해바라기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