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직 눈은 남아있고
종달새 노래할 때는 아득하나
입춘이 한 달도 남지 않고
그 날이 와도
우수며 경칩은 멀지 않았을테니
토방(土房)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개울물 녹는 소리라도 듣다보면
어느새 그 날이 되어있지 않겠어요?
사노라면 그 날은 문득
와 있겠지요
많은 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시간도 아니라는 것을
겨울 한 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알아가고 있네요
오늘처럼 달 밝은 날에 마당에 나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보면
구름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가는 달 또한
쉬이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가고 오는 것이 어디
사람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