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겹벚은 화려하고
안산 구구대는 비둘기 소리 들려오고,
햇살 한줌 느껴지는 이 봄날에
내 마음에는 물기가 촉촉한데
봄빛이야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세월이야 흘러가면 어이 올까나? (4.25)
마당의 봉선화는 화려하고
해질녘 풀벌레 소리 청아하고,
검은 구름 두터운 여름날에
내 마음에는 습기가 송송한데
구름이야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세월이야 흘러가면 다시 올까나?
마당의 단풍은 화려하고
귀뚜라미 소리 봄꾀꼬리마냥하고,
반쯤 가린 달빛이 맑고 깊은 가을밤에
내 마음에는 외로움이 헛헛한데
달빛이야 지고나면 그만인 것을,
세월이야 흘러가면 언제 올까나?
간밤에 내린 서설은 맑고
겨울 새소리 덩달아 깊고 맑고,
싸라기 같은 눈발이 선 겨울날에
내 마음에는 햇살이 땃땃한데
눈발이야 그치면 그만인 것을,
세월이야 흘러가면 오기는 할까나? (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