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by 오월의바람

‘곡식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밤새 비가 내린

이른 새벽,

어머니는 복실이와 함께

논으로 걸어가셨다.


밤새,

물꼬는 괜찮은지,

어디 허물어진 데는 없는지

살피셨다.


몇 십리길,

한 곳에 모여있지 않은 논들,

다 둘러보려면 한나절.


어머닌 발소리를 다 들려주시고선,

40키로,

간당간당한 몸을 이끌고

구름 사이, 해 받으며 돌아오셨다.


복실이가 있어

깜깜해도, 천둥쳐도

든든하다고 하셨다.


오래전 일이다.


이젠,

어머니도,

어머니를 기다리시던 아버지도,

복실이도 세상에 없다.


요 며칠 장맛비는 그쳤고,

먼 옛날 그때처럼

해가 내비쳤다.


여름이 지나고,

처서이니 머잖아 백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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