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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an 31. 2019

브랜드 행사는 어떻게 준비할까?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TIP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자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해오던 일 외의 업무들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러한 기회는 막연한 두려움을 쓰나미처럼 몰고 오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그 결과가 성공이던 실패이던 귀한 자산이 된다. 나 역시 디지털 관련 업무만 해오던 커리어와 무관하게 수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는 큰 규모의 브랜드 행사를 2년간 담당하게 되었고, '디지털만', '콘텐츠만' 하는 사람이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두루 운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행사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굉장히 친숙하며 우리 모두가 행사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해 본 적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준비했던 결혼식, 지인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연말 파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북클럽 등), 하물며 가족모임까지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은 행사들이 있다. 그리고 평소에도 이런 모임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좋아했고, 잘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내 표정은 딱 이랬던 것 같다.


내가 준비하는 브랜드 행사는 외식업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한 연말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하루 장사를 접고 행사에 참석하셔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참석하는 만큼 '좋은 시간이었어'라는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브랜드 행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성공하는 브랜드 행사가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그 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막막하고 막연했던 기억이 난다. 브랜드 행사를 개최하라는 미션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지만 중요한 tip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모든 행사 준비의 시작은 장소 확정이다. 

행사 장소는 행사의 성격과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만약 연말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면, 멋진 공연과 즐거운 볼거리가 가득한 행사가 된다. 하지만 시상식이 고급 호텔에서 진행된다면 시상식의 격조가 높아진다. 이처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는 행사이더라도, 장소에 따라 행사의 성격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행사에 맞는 적합한 장소를 고심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일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실무 입장에서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디스플레이 제작물을 준비하려면, 하루라도 장소가 빨리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tip. 서울시내 주요 호텔은 각종 기업행사로 예약이 가득 차기 때문에 원하는 일정을 잡기 위해서는 1년 전부터 예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연말에 예약이 많다.)



2. 최대한 상세한 프로젝트 과제 리스트를 작성해라.

오프라인 행사의 완성도는 작은 디테일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그 날의 날씨, 참석자의 컨디션 등 제어할 수 없는 부분부터 행사장의 온도와 식전 음악까지 많은 것들이 모여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좋은 행사를 준비할 수 있다. 이 작은 것들은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어 어느 작은 한 부분이라도 부족할 경우 행사의 퀄리티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행사 기획은 멋진 기획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산품의 작성부터 사내외 커뮤니케이션까지 해야 할 업무가 정말 많고 특히 유관부서의 도움 없이는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빠르게 달리기만 하면 무엇을 놓쳤는지 잊어버리거나, 중요한 것임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쉽게 소홀해질 수 있다. 이럴 때 행사가 계획대로 잘 준비되고 있는지 기준이 되어주는 것이 과제 리스트이며, 행사 당일까지 본인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tip. 수많은 과제 중에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나는 유관부서에 요청하는 업무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단하게 해 줄 수 있는 업무라 생각하고 촉박하게 일정을 잡아두었다가 행사 직전까지 준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게 생긴다. 함께하는 파트너에게 충분한 여유를 두고 업무를 요청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3. 행사에서 '초대(RSVP)'는 의외로 너무 중요하다. 

살면서 크고 작은 행사에 초대받거나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돌이켜보면, 어떤 행사는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잘 적어두지 않으면 쉽게 잊혀 참석하지 못하게 되고 어떤 행사는 지속적으로 이 행사가 다가옴을 알려주고 잊지 않도록 안내해줘서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초대를 받는 방법 역시 각양각색인데 짧은 문자 메시지로 초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카드사 VIP에 선정되었다는 안내를 스팸 메일함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시상식에 초대받는 모든 분들께 발송된 초대장. 민트색 코사지는 시상식장을 빛냈다.


함께하는 디자이너가 '모든 행사의 시작은 초대인 것 같아, 그래서 초대장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말에 무척이나 동감했다. 초대장의 역할은 정보 전달을 너머 행사를 미리 상상해보고, 행사 당일까지 설렘을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행사는 좌석배치, 식사 등의 이유로 참석률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행사 당일까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참석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행사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참석해도 행사의 메시지가 인파에 가려지는 느낌이 들며, 너무 휑한 행사는 참석하는 이들 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예상 참석 인원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참석률을 높이는 추가적인 액션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4. 브랜드를 촌스럽지 않게 노출하자. 

브랜드 행사를 알리기 위해 관련 업계 기자 혹은 인플루언서를 초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행사의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의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 역시 브랜드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타깃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브랜드 행사장에 격자무늬의 포토월을 설치한다. 하지만, 사실 포토월에 익숙한 셀럽이 아니라면 브랜드 행사장의 포토월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그렇기에 포토월을 설치한다면, 인증샷 이벤트 등 최대한 많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운영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SNS에 남기고 싶은 포토스팟을 행사장 곳곳에 세련되게 설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무대 중앙에는 어디에서 찍어도 행사를 알 수 있도록 대형 로고 제작물과 디스플레이 화면을 노출한다. 지나치게 로고로 범벅하는 행사장보다는 행사의 성격을 잘 드러나게 하는 제작물들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하여 세련되고 자발적인 입소문을 낸다. 

행사의 로고가 새겨진 아이스카빙. 흔한 백조 모양이었다면 사진을 찍고 싶었을까?


행사장 곳곳에는 수상한 업소의 업소명이 새겨져 있었다.


5. 참석자가 되어보자.

지하철을 타고 온다면 행사 장소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 주차장 엘리베이터에서 초대장을 주섬주섬 꺼내는 것보다 안내 표시판을 보고 참석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배가 고플 텐데, 몸을 녹여주는 티와 다과가 있으면 좋겠네. 일찍 오신 분들은 기다리기 지루하니 소소한 부대 행사도 마련해야겠네. 


너무 뻔한 말이지만 행사를 준비하면서 진행되는 모든 의사결정은 참석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에 가보거나, 행사장 주위를 둘러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심한 부분까지 마지막으로 챙기면 행사 준비는 끝이 난다. 행사의 분위기를 미리 생각해보고 필요한 것들을 최종적으로 배치하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행사 당일에도 수 없이 발생한다.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이를 최소화하는 게 완벽한 행사 준비의 시작이자 끝인 것 같다. 



+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각 방송사마다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해왔었다. 남들에겐 상주고 - 상 받는 뻔한 행사이지만, 나한테는 그 행사가 주는 묘한 설렘과 감동이 있었다. PD를 꿈꾸던 유년시절 연말 시상식을 연출하는 PD가 되고 싶었고, 결국 방송국 PD는 되지 못했지만 시상식을 연출하는 꿈은 이루어졌다. 이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야 깨달았다. 그때 오프라인 행사는 해본 적 없다고, 두렵다고 도망쳤으면 나는 꿈을 이룰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나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그 도전이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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