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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an 23. 2019

치킨집 사장님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B2B마케팅을 처음 시작하는 마케터가 알아야 할 3가지


마케터라는 직업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마도 '유행에 민감하겠군' 일 것이다. 애플과 나이키같은 세련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멋드러진 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이곳 저곳에 우리 브랜드(상품)를 알리는 직업. 하지만 어떠한 산업군에서 진행되는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얼마나 되는가 등에 따라 마케팅이라는 공통의 범주 아래에서도 진행되는 일들은 천차만별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B2B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왜 B2B마케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을까?

B2B마케팅은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을 기용한 캠페인, 대규모 광고예산을 쏟아 붓는 프로모션 등 B2C마케팅 과는 다른 지점이 많기 때문에 '나도 마케터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는 매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B2B의 특성상 영업조직에 속해 하는 업무는 마케팅이지만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매출상승에 직결되는 B2B마케팅은 이제 각 회사에서 중요한 직무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기획 혹은 마케팅의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반드시 언젠가 한 번은 만나게 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치킨집 사장님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4년 전,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B2B마케팅을 처음 담당하게 되었다. 그 전 회사에서는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일반 이용자(B2C)를 대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했었다. 확연하게 다른 B2B마케팅 업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1) 마케팅의 목표가 꼭 매출과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시 회사의 서비스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가 부족하고, 시장의 생태계를 망친다는 부정적 프레임이 존재했다. 이러한 경우에도 매출증가를 목표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맞을까?


개인적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회사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라며 멋진 퍼포먼스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한 것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치킨집 사장님들을 만났다. 그리고 또 만났다. 마케팅이라 불릴만한 업무는 거의 없었고, 마케팅의 성과는 늘 글로만 서술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1년은 B2B고객(=타겟)을 이해하고, 좋은 메시지를 발굴하고, 콘텐츠로 만들고,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는 일에 집중했다. 우리 서비스의 진심을 전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서비스를 둘러싼 부정적 프레임을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들은 훗날 매출 상승을 위한 B2B마케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도 단단한 초석이 되었다. 


B2B, B2C와 무관하게 모든 회사의 마케팅 목표는 상이할 것이다. 특히 B2B는 올해 우리 회사가, 우리 사업이 목표하는 것에 따라 급격히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마케터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카멜레온같은 태도 변화가 요구되며,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4년 동안 나는 필요에 따라 플랫폼 기획, 디지털 콘텐츠 제작, 페이스북 운영, 오프라인 브랜드 행사 개최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해왔다. )


2) 인스타그램, 유튜브만 마케팅 채널이냐! 문자와 메일을 무시하지 마라.

'요즘 유튜브 누가 안해요? 우리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운영해야 해요!' 만약 타겟을 직접 만나보지 않았다면, 책상 위에 앉아서 유튜브 채널 운영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치킨집 사장님도 유튜브를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면서.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 배달, 그리고 다시 다음날의 매장 운영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치킨집 사장님들이 직접 유튜브에 접속하거나 진득하게 영상을 볼 시간이 있을까? 오히려 우리가 사장님한테 필요한 정보를 배달해드릴게요. 하는 push형 채널들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대기업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루어 유튜브도 운영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인스타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수 많은 채널들 중 회사의 타겟에 맞는 채널을 집중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다. (최근 마케팅 트렌드와는 멀지만) 40대-60대가 많은 치킨집 사장님들의 연령을 고려하여 오프라인 우편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친숙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카카오톡(플러스친구)과 문자 메시지로 우리의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다. 실제로 오프라인 우편,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을 통해 B2B플랫폼 접속을 유도하는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고, 사이트의 PV/UV는 4년만에 수십 배 규모로 증가하였다.


우리 타겟에 맞는 채널이 정해졌다면, 그 이후 할 일은 채널이 힘을 가질 때 까지 무한정 애정을 주며 키우는 방법 뿐이다. 플러스친구 2,000명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20,000명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파급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3) 잘 만든 콘텐츠, 써먹고 써먹고 또 써먹는다!

요즘 디지털 콘텐츠 하나가 제작되고 사라지는 시간이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흥하는 콘텐츠는 날개를 달고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이에 비해 B2B고객을 위한 콘텐츠의 생명력은 길고,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B2B콘텐츠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우리 회사 입장에서 꼭 전달해야 하는 정보 (제품 설명서, 사용법, 정책서 등)

2. B2B고객들에게 유용한 정보 (산업 트렌드, 전문 정보 등)


이번 달에 처음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오픈하는 사장님이라면 식재료 주문방법부터 메뉴별 레시피 등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접해야 한다. 1번과 같은 유형의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접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변경사항만 업데이트하면 되어 활용도가 높다. 또한 부가세 신고방법, 여름철 식재료 청결관리 등은 매 년 반복되는 이슈로 같은 콘텐츠로 대응이 가능하다.


만약 1번과 같은 정보만 가득하다면 사장님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 1번 콘텐츠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2번과 같이 치킨집 사장님이 재미와 유익함을 주는 콘텐츠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에서 1등하는 치킨집 사장님의 성공비결, 크리스마스에 가장 인기있는 치킨 메뉴, 매출 2배 만드는 메뉴 구성법 등 치킨집 사장님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잘 만든 콘텐츠 하나는 책자, 웹사이트, sns등 각 채널에 맞게 각색하여 사장님께 전달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와 확신

타겟을 이해하고, 마케팅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을 찾고 실행하는 일은 B2B/B2C 공통적으로 해야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B2B마케팅도 특수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보편적인 마케팅과 비슷한 지점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산업에 대한 이해와 진행하는 마케팅 방법에 대한 확신이다.


지난 4년 동안 업무를 하며 다른 브랜드에서는 당연한 보편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나도 유튭하고시포요), 최신 트렌드와 뒤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나도 핫한 콘텐츠 만들고 시포요)이 늘 있었다. 페이스북이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뒤늦게 채널을 셋팅하고 운영해봤지만 역시 효과는 드라마틱하지 못했다. 한 때 인터넷에 유행했던 'ㅇㅈ, ㅇㅇㅈ' 같은 문구를 써보고 싶어 아빠에게 테스트도 해봤지만, 이모티콘으로 오해해 우는거냐 웃는거냐라는 말을 듣고 다시 가장 평이한 문구를 골라 쓰기도 했었다.


나의 타겟인 치킨집 사장님들을 이해하고,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을 이해하고, 마케팅 컨퍼런스에 나오는 최신 트렌드를 무조건 적용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최적화된 마케팅 방법을 찾고 밀어 붙이는 신념이 B2B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신념이 쌓아온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야 조금 B2B마케팅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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