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에게 묻고 싶은 세 가지 질문
육아 '휴식'이 아닌 '휴직'이기 때문에 커리어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저 역시 싱글일 때는 육아휴직 중인 친구들에게 '부럽다'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 회사생활이 힘들어질 때마다 임신과 휴직을 도피처로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낮의 브런치를 여유롭게 즐기거나, 한산한 백화점을 유유자적 즐기는 휴직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일매일 전쟁 같은 일상이었고, 육아휴직을 휴식이 아닌 휴직으로 바라봐주는 위커넥트 김미진 대표님의 말 한마디가 따뜻한 온기로 다가왔습니다.
<위커넥트>는 경력 보유 여성이 최고의 팀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채용 플랫폼입니다. 제가 위커넥트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만삭의 몸으로 하루하루 버텨내며 회사로 향하던 출근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임신을 하고 회사와 내 주변 상황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무렵,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김미진 대표님의 강의를 들었고, 좋은 인연이 닿아 <커리어 리스타트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커리어 리스타트 워크숍>은 일하는 여성, 경력단절 여성이 커리어를 스스로 되짚어보고, 일의 의미와 일터에서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워크숍입니다. 1부에서는 위커넥트의 커리어 리스타트 워크북을 바탕으로 나의 강점과 역량을 발견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2부에서는 참석자들의 커리어 고민에 대한 김미진 대표님의 짧은 코멘트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모두의 고민은 주니어이던, 시니어이던 아이가 크던 작던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민의 줄기는 같되, 그 깊이만 다를 뿐이었죠. 고민을 공유하는 내내 너무 슬펐습니다. 아빠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HR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김미진 대표님의 코멘트 중 일하는 여성이라면 꼭 스스로 자문하고, 자신만의 답을 내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만한 내용들이 있어 기록합니다.
1. 나의 총알은 무엇인가요?
회사 상황에 따른 보직 변경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나의 커리어가 방향성을 잃기 쉽습니다. 이로인해 이직이나 커리어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면, 나의 총알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헤드헌터를 컨텍해 시장의 흐름도 듣고, 총알이 될만한 나의 강점들을 미리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합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인 건, 총알을 적절할 때 쏘지 않는다면 녹슨 총알이 되어 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직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적당한 시점에 총알을 제대로 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많은 엄마들에게 총알이 녹슬어감을 알면서도 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2. 엄마는 유리공이 아닌 고무공을 저글링 하는 중입니다.
아이가 으앙 하고 나오는 순간, 아니 아이가 생김을 발견하는 그 순간부터 엄마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출산 준비물을 챙기고, 아이를 키울 시스템을 세팅하는 것도 엄마의 몫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최대한 좋은 선택지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입니다. 남편이 많이 도와주지만, 아이의 케어도 대부분 엄마의 몫입니다. 아이가 생애 처음 내뱉는 말이 '엄마'인 것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 되면 육아, 살림, 직장, 자기 계발 등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고 이 모든 것들이 균형 있게 진행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이 모든 일들이 유리공으로 되어 있어 잘 저글링 하지 않으면 산산조각 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아이도, 직장도 고무공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한 번 떨어트린다고 깨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믿음, 내가 쥐고 있는 것들이 고무공이라 떨어 트려도 괜찮다는 강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3. 고민을 핑계로 결정을 유보하고 있진 않나요?
회사를 다니면서 큰 슬럼프가 온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했지만, 퇴근 후만 되면 이직 고민이 싹 사라졌습니다. 늘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만 하고, 이력서 한 줄 업데이트하지 않았습니다. '고민 중'이라는 말을 핑계 삼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이죠.
엄마가 되니 고민의 이유는 더 많아졌습니다. '회사 어린이집이 좋으니까',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까' 등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들로 도전을 주춤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현업에서 배운 것을 학문적으로 다시 되짚어볼 수 있도록 석사과정을 밟고 싶은데, 정말 득이 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에 몇 년째 망설이고 있습니다. 타임 푸어의 삶을 사는 엄마가 된 지금은 더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고민을 핑계로 결정을 유보하는 삶을 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삶을 살야겠다 다짐합니다.
아이와 함께여서 더 값진 시간
이번 워크숍에는 서준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 세 명이 함께했습니다. 워크숍에 방해가 될까 봐 대표님께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세 엄마들은 워크숍의 반은 아이를 안고 서서 함께했지만, 엄마에서 벗어나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오아시스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딸을 낳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과 함께 수반되는 많은 삶의 고민들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여성의 고용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으며, 바로 어제 있었던 구글 컨퍼런스에서 스피커의 성비가 비슷하도록 균형을 맞춘 구글의 섬세한 기획이 좋았다는 지인의 후기를 봤습니다. 일하는 여성과 워킹맘을 바라보는 사회의 온도가 조금씩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여성 선배들이 일군 성과이며, 저 역시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길을 걸어야 겠다 생각합니다.
일하는 엄마라서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보다, 일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가르치리라 다짐합니다. 열정이 넘치는 엄마를 만나 미세먼지를 뚫고 아침 꿀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워크숍에 함께해준 서준이에게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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