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파티, 소중한 커리어도 일시정지
사람이 이렇게까지 놀 수 있을까 생각했던 30살의 여흥을, 31살의 1월에도 이어가는 중이었다. 맛있는 술과 즐거운 모임에 흠뻑 빠져 에너지풀하게 살던 날들. 그 날도 친구 부부와 와인으로 시작하여 꼬냑의 불쇼까지 흥겨운 파티를 즐기고 있는데, 내 몸의 이상징후가 느껴졌다. 생전 처음 파티가 끝나기 전 먼저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혹시나 하고 가볍게 해본 임신테스트기는 무거운 두 줄을 보여주고 있었다.
으악! 으악! 진짜 두 줄이네!
회사에서 팀을 옮긴지 고작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새로운 직무에 대한 커리어도 견고히 쌓고 싶었다. 나를 믿고 좋은 기회를 준 팀장님께 잘한 결정임을 직접 증명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2018년 1월. 내 인생에 만난 소름 돋게 선명했던 두 줄은 이 모든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물론 술과 파티도 한 순간에 끝났다!.......
임신 기간은 입덧이나 조산 위험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몸은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배가 불러 올수록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일은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고, 휴직 예정일이 다가올 수록 이유 없는 우울함은 몰려왔다. 가장 큰 문제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발생했는데 ... 나의 커리어 욕심이 주변에서 배려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오히려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 임산부라는 특수한 신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어느덧 임신 10개월, 인턴에 졸업 전 조기취업까지 쉼없이 달려왔던 6년의 사회생활을 잠시 멈추고 출산휴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뱃속의 아이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10개월 동안 맘까페와 육아도서를 섭렵하며 출산과 육아, 부모로서의 삶에 대한 다양한 프레임과 의견이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우는 부모들과 달리 임신기간 내내 아이보다 나를 중심으로 살았던 예비 엄마인 나는 한국 사회가 원하는 고정적인 엄마상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프랑스식 육아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프랑스 아이처럼>에서는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는 것도, 모유수유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엄마가 행복하다면 좋은 선택이고, 생각보다 아이는 강하고 잘 적응할 것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엄마가 3년은 키워야 정서에 좋죠', '당연히 모유수유 하실거죠?' 라는 말이 불편하게 들릴때마다 엄마가 될 준비가 부족한 내가 아이를 갖게 된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울컥 올라온다. 특히, 커리어 욕심으로 인해 아이를 시부모님한테 맡기고 이른 복직을 할까 고민중인 나에게 육아와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온다. 엄마들이 듣는다면 너무 철없는 고민이라고 할까나?
정답은 없지만, 옳은 방향은 안다. 가장 최우선은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
타임 푸어가 되겠지만 번아웃이 더 자주 오겠지만, 내가 행복한 결정을 하고 나의 육아법에 자신감을 갖고자 한다. 그게 정답이 아닐지라도, 우리 부부와 아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줄 최선의 방법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