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혹은 타인에게 실망스러운 날에는 '과거에 내가 이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의 내 인생은 과거 순간순간마다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참 잘 선택해온, 잘 살아온 인생 같다가도, 어느 날은 백만금을 주고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다. 과거의 나에게 같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호통치고 싶은 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택의 무게도 20대의 선택과는 다르다. 업무적으로 매력적인 기회가 왔을 때 20대의 나는 시간을 쪼개고 체력을 나누어 무작정 돌진했다. 30대, 젖먹이 아이 엄마인 나는 이제 더 이상 선택지에 '나' 보다 '가족'을 둔다. 그리고 그 기회가 가정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위협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거절해야 한다. 앞으로 엄마로서의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할 텐데, 나중에 그 선택을 잘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어떤 관점에서 선택해야 할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사회가 강요해 온 평범한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에 후회가 없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옛날에는 다시 28살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지금 남편과 결혼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현실에 지치고, 육아에 지치고, 관계에 지친 나에게 더 이상 사랑하는 마음으로도 충만했던 28살의 순진한 나는 없다.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이 행복보다 감내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인생을 되돌려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몇 살부터의 인생을 리셋하여 다시 살고 싶을까?
세상살이에 용기 있고,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영롱하며, 사랑이 넘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