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겨울방학은 치열했었다.
주말에는 펍에서 밤샘 알바를 했고, 평일에는 공공기관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가끔은 학교 연구소 일을 하기도 했다. 금요일에는 6시 퇴근을 하고, 다시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했기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 잦았다. 한 번은 부장님과 우연히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근황을 물어보시기에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힘들겠다."라고 반응하셨다. 나는 그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사는 청년이 된 기분이랄까?
그러나 나의 치열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생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좋게 포장하자면 사색이라고나 할까? 속이 뭐가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밖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와서 한 참을 복기했다. 그러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의 기억까지 떠올리게 됐었다. 치열하게 생각하느라 치열하게 일할 수가 없었던 거다.
오늘도 조용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문득 옛 기억을 떠올렸다. 다행이다.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아서.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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