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28 일기
적응력이 좋다는 건 큰 장점이다.
스물일곱. 아프리카 차드에서 한 해를 보냈었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덥기만 한 건 아니지만 차드는 정말 더웠다. 그런데도 잘 적응을 했다. 사람들이 마당에 매트리스를 깔고 모기장을 치고 잘 때에도 나는 방에서 잠을 잤다. 이상하게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2월 중순이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섭씨 48도에서 49도의 날씨가 지속되었던 거다. 그 무더위가 6월 우기가 시작되기까지 계속된다. "습도가 없으면 좀 낫다."는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땅도 뜨겁고, 벽도 뜨겁고, 바람도 뜨겁고, 그늘도 뜨겁다. 적응을 하려 해야 할 수가 없었다.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에 열대성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에어컨 없이도 제법 잘 살았었는데 옛날이야기다. 적응력을 무색하게 만든 차드의 뜨거움이 생각났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한낮에 창문을 열어놔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건물이 산 밑에 위치해 있어서 더 일찍 시원한 바람이 찾아왔다. 참 반갑다.
적응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극한으로 치닫는 환경은 거부하고 싶다. 날씨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다. 한계를 느끼게끔 만드는 환경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무리 적응력이 좋다 한들 시원한 바람 한 번에 비할바가 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