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왔다.
부모님이 한옥 펜션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 솥뚜껑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요즘은 숯불보다는 솥뚜껑이 더 인기가 좋다고 그랬다.
그즈음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어린 고양이인지 들고양이였음에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모습을 감추었다가도 모닥불을 피우면 어느새 나타났다. 손님들이 귀엽다고 손을 대기라도 하면 배를 뒤집었다. 고기를 얻어먹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통통한 고양이가 되었다. 통통해지니 더 귀여워졌고, 이젠 고기를 가리기까지 했다.
가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들이 고양이를 치워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처음에는 잡아다가 가둬야 하나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쫓아버리기만 했었는데 처음엔 다시 돌아왔다가 나중에는 적당히 쫓으면 알아듣고 모닥불 근처에 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고양이에게 쎈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예뻐해 줬기 때문에 어느새 고기보다 아버지 곁을 더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고양이가 나타났다. 까맣고 덩치도 크고 날랬다. 쎈돌이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쎈돌이를 괴롭히는 걸 발견하면 당장 쫓아갔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멀리 도망을 쳐서 우리를 쏘아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쎈돌이가 사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도망을 친건지 혹시나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고양이 한 마리가 현관 신발장 위에 앉아 있었다. 비쩍 마른 고양이어서 난 쎈돌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얘는 누군데 여기 앉아있어?"
"쎈돌이야. 얼마 전에 왔어."
포동포동 부티나 던 쎈돌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야위고 겁먹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펜션이 아닌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아버지만 졸졸 따라다닌다. 무서운 고양이를 피해 달아났다가 더 무서운 세상을 만났던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쎈돌이를 돌보는 건 결국 아버지다.
쎈돌이가 다시 살도 오르고, 배도 뒤집는 태평한 고양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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