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해놓고 잠도 못 자는 나
이런 시기가 온다.
내가 최고로 예민하고 모든 자극이 싫어지고
번아웃이 와서 극도로 무기력해질 때
그래서 참 생산성 없는 대낮을 보냈을 때
그 흔한 잠마저 오지 않는다.
이런 날 내가 제일 한심하다.
잠도 하나 못 자다니
도대체 나는 오늘 뭘 한 걸까
머릿속은 분명 텅 비었는데
또렷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무의식적으로 뇌가 팽팽하게 돌아가는 기분이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유튜브의 잠 오는 영상을 틀어도
그 또한 내게 청각자극으로 꽂혀버려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날 아무 소리 없는 고요함은 더 싫다
참 알다가도 알 수 없는 내 몸과 까탈스러운 정신이다.
그래서 요새 밤에는 늘 무한도전이 틀어져있다.
시청하려는 목적이 아닌 그냥 백색소음
수많은 편이 있지만 나는 거의 50번은 넘게 본 가장
익숙하고 출연자들의 리액션까지 다 외워버린
몇몇 편만 질리도록 돌려놓는다.
새로운 것으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고 정신적 이해를 요하는 모든 것은 극도로 예민해진 지금의 나에게
마치 바늘로 콕콕 쑤셔지는 기분이기에.
분명 한 달 전에는, 아니 2주 전까지만 해도 억지로
폰을 보다가도 금세 떨구고 풀썩 잠에 들었는데
이제는 밤에 자는 느낌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하다.
요즘 시간이 죽어도 안 가는 내게 밤잠이 오지 않는 건
또 하나의 고문 같기도 하다.
남들이 들으면 참으로 배부른 소리
내가 말하면서도 참 팔자 좋네
그런데 사람은 참 이기적이게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 자신이라 생각하기에
그 순리를 온전히 따르는 나는 굳이 남과 비교 따위를 할 여유도 없이 내가 제일 괴롭고 힘들다.
쳇. 브런치글에는 감성적이고 좋은 글만 쓰고 싶었는데
깊게 문장도 생각하며 정성스레 쓰고 싶었는데
무슨 오밤중에 하소연만 하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하지만
숨만 쉬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기에
새벽에 들숨과 날숨을 오가며
그 숨에 날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걸 느끼며
오늘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벽
숨 쉬는 글을 적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