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iiA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iVER May 13. 2022

어느 마케터의 직업병

왜, 어떻게를 고민하느라 쉬는 것도 쉬는 게 아닌 사람


왼쪽 문구가 오른쪽처럼 보이는 지경에 이른 어느 마케터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전)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습관이자 일종의 직업병과 같은 걸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서비스 업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들과 만날 때에도 자신도 모르게 말투나 태도에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나온다든가, 교사나 강사 분들은 강의를 하듯이 말을 한다든가 등 그런 자잘한 습관들이 있을 겁니다. 마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습관적이자 본능적으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경험하며 왜 저렇게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고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나 굿즈로 브랜딩을 하는 회사의 마케터로 살다보면 경쟁사의 제품은 물론, 개인이 만든 굿즈를 보고도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되는데요. 오늘은 가볍게(?) 이 직업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좌-구찌 가든 아키타이프전 : 절대적 전형 / 우-김참새 작가 개인전 Collision : anxiety


1. 전시를 보다가, 머리를 스치는 것들


관심 있는 전시를 볼 때면 어떤 영감을 얻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또한 전시 흐름과 공간의 동선을 보며 관객들이 어떤 느낌과 경험을 얻기를 바라는 지를 유추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작품 스타일의 변화를 시간 순서로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테마 별로 각각 다른 경험을 하기를 원했던 것인지, 특정한 스토리가 있어 그 이야기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바란 것인지를 생각하곤 하죠. 이것이 결국 브랜드 경험을 구축할 때에 도움이 되기 떄문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 좌 : 김상진 작가 작품 / 가운데  : 방정아 작가 작품 / 우 : 후지시로 세이지 전 북마크 굿즈


특히나 비주얼 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볼 때면 색 조합과 형태 등을 언젠가 기획을 시도할 굿즈에 어떻게 반영할 지를 생각하곤 합니다. 작게는 보고 있는 작품을 어떤 제품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TMI : 위 사진 속 왼쪽 작품은 정말 키링으로 갖고 싶었...) 크게는 준비하고 있는 기획 굿즈 중 독특한 제품의 디자인의 영감을 받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시 마지막에 있는 굿즈샵에 반드시 들러 제 생각과 유사한 제품이 있는 지를 확인하곤 합니다. (TMI2 : 사진 속 굿즈는 전시 중인 작품이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작품이기에 투명 포토카드 굿즈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생각했는데 샵에서 판매 중이라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좌 : 위스키 브랜드 싱글톤 팝업 스토어 / 가운데 : 싱글톤 X 모베러웍스 WORK OFF 굿즈 / 우 : 편집샵 나이스웨더


2.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것들


휴일에 입소문 난 팝업 스토어를 가거나 우연히 경쟁, 동종업계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도 마케터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소비가 아니라 리서치에 가까운 행동을 할 때가 많죠. 크게는 나라면 혹은 우리 회사라면 이 제품을, 이 팝업 스토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제작했을까. 마케팅 전략의 목적과 핵심은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작게는 이 제품 어디서 어떻게 만든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보곤 합니다. 특히 DiiVER는 브랜드 경험을 다루는 B2B 업종이다 보니 보고 있는 팝업 스토어나 매장의 운영 전략, 디스플레이, 컨셉 도출의 목적을 어느새 나름대로 유추하고 있죠. DiiVER는 굿즈라는 실물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거지만 팝업 스토어와 같은 결의 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에서 보는 광고, TV/유튜브를 통해 보는 영상 광고, SNS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광고들을 볼 때도 요즘 톤 & 매너 트렌드를 분석합니다. 또 광고 속 메시지가 브랜드에게 적합한 지, 왜 저 카피를 썼으며 왜 이 매체를 선택했는지도 생각해봅니다. DiiVER가 대대적으로 광고할 일은 없지만 유효 타겟이 모여 있는 적절한 매체를 찾는 과정에 있기에 매체 전략을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광고 만큼 유심히 보는 것들은 브랜드-브랜드 간의 콜라보, 캐릭터-브랜드 간의 콜라보 등 입니다. 콜라보 제품들을 보며 왜 콜라보를 진행했을 지를 생각합니다. MZ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 콜라보 전략들이 연이어 히트를 하는 시장 상황이라 더욱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콜라보는 제품 콜라보 뿐만 아니라 굿즈 제작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상품군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지를 봅니다. 대다수가 화제성을 노리고 있지만 개중에는 정말로 브랜드와 타겟에게 맞는 콜라보를 굉장히 탁월한 전략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만약에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지도 잠시 상상해봅니다.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이 가고, 보게 되는 친환경 굿즈들 (@연남동 지구샵)


3. 덕질이 덕질이 아닌 일의 연장선


이 글을 쓰고 있는 DiiVER의 마케터는 자타공인 덕후입니다. 좋아하는 덕질 대상의 굿즈를 사는 것도, 그 대상으로 굿즈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덕후들과 나누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 간혹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브랜드 굿즈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고민하고, 깊게 빠져드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가령, 좋아하는 대상의 공식 굿즈가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해당 굿즈를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를 봅니다. 특히나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면 좀 더 유심하게 보죠. (물론 아묻따 결제할 때도 많습니다.) 공식 굿즈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고, DiiVER의 친환경 굿즈 제작에 대한 강점을 어떻게 키우고, 알릴 것인가를 아주 잠시 고민합니다. (결제가 더 급하니까요.)


소재를 보고 나면, 왜 이 굿즈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합니다. 담당자도 아닌데 말이죠. 대상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이 굿즈가 최선이었을까, 덕후에게 이 굿즈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등을 생각합니다. 최근에 임팩트가 컸던 건, 응원봉을 감싸는 인형 후드였습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이런 걸 산다고? 싶은 생각이 들만한 굿즈였으나 덕후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적절한 굿즈가 있나 하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정을 주는 대상의 귀여운 캐릭터로 만든 실물 인형인데 심지어 응원봉을 감싸는 실용성 있고 더 나아가 전시효과까지 있다니.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유심히 보는 건 같은 덕후들의 구매 행동과 굿즈 제작 행동입니다. DiiVER의 메인 타겟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이고, 그들의 고객이 덕후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처럼 아묻따 결제하는 유형도 많지만 비주얼 적으로 매력이 없거나 기존 굿즈와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바로 구매를 하지 않는 덕후들도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 커스텀 서비스를 통해 더 나은 굿즈를 만들 수 있기도 하고, 같은 덕후가 만드는 비공식 굿즈가 더 나은 상황도 있기 때문일거라 추측합니다. 그 대상을 너무 사랑해서 모든 실물을 갖고 싶긴 하지만 내 취향과 내 미적 기준에 맞는 걸 더 선호해 구매를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굿즈 제작에 있어서 모든 금손 덕후들과 경쟁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어디를 가든 생각과 고민을 많이하다보니 결국 집이 최고인 마케터가 될 때가 훨씬 많습니다. 피곤한 걸 알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모든 것이 영감이 될 수 있고, 또 언젠가는 꼭 업무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한' 이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습관이 결국엔 브랜드 굿즈 기획을 위해 본질을 파고 들고, 전략적으로 표현할 방법과 메시지를 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그래서 마케터는 그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고, 탐구하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해야 하는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를 탐구하고 연구해 만든 실물 굿즈 아이디어 보러 가기 >





매거진의 이전글 협찬을 해봤다. 방송이 생각보다 대박이 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