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전시 <일러,바치기> 후기
디지털 콘텐츠의 힘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돼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최근 트렌드인데요. 오프라인 이벤트가 온라인(디지털)에서 화제가 되게끔 유도하는 마케팅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굿즈'를 통한 브랜딩 및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고요. 오늘은 디지털 콘텐츠의 오프라인화에 가장 적합한 사례인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전시 <일러,바치기>를 굿즈 기획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Keyword 01. 실물 경험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는 위트있는 언어유희를 활용한 콘텐츠와 감동적인 콘텐츠로 인스타그램 내에서는 물론, 다양한 광고 콘텐츠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인기 일러스트 콘텐츠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모은 첫 개인전 <일러,바치기>를 신사하우스에서 진행했습니다. (12.10 종료) 이 전시를 무척이나 감명깊게 감상 한 후, 핵심적인 키워드를 세 가지를 꼽아 설명드리고자 하며, 그 첫 번째로 '실물 경험'을 꼽았습니다. 일러스트 콘텐츠 작품을 단순 인쇄를 통해 전시했을 거라 생각했으나 오래된 빌라를 리모델링한 공간 성격에 맞춰 다양한 소재의 입체적인 요소를 활용했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사랑을 많이 받은 콘텐츠들을 2D 일러스트 지면에 한계를 넘어 조형 작품으로 제작한 것이 대다수였습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도 임팩트를 갖던 키크니 작가의 콘텐츠들이 대형 사이즈의 인형과 판넬 등으로 구현되니 말 그대로 콘텐츠를 '실물'로 경험하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입체감까지 부여하니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팔로워들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지어주는 콘텐츠를 활용해 키크니 작가를 '작명가' 키크니로 브랜딩한 전시 컨셉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이 컨셉 하에 키크니 작가가 그간 작명을 하며 주고 받은 DM들을 작품 역시 실물로 구현해 일러스트 전시가 아닌 조형 전시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은 물론, 작품을 하나, 하나 읽는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Keyword 02. 참여와 동요
<일러,바치기> 전시의 또 다른 주요한 키워드로는 '참여와 동요'를 꼽을 수 있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실물 경험 키워드의 연장으로 디지털 일러스트 콘텐츠를 실물로 구현해 관람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대다수였습니다. 전시를 통해 시각적인 만족과 감상을 남길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참여해 콘텐츠의 일부 구성원이 되는 경험도 선사한 것이죠. 전시 1관에서는 위트 있는 작품의 실물 구현에 집중했다면 전시 2관은 참여와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콘텐츠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키크니 작가의 콘텐츠 특징인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작품 전시의 경우, 참여와 동요가 정말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요. 점진적으로 감정을 쌓아가며 동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콘텐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걱정과 불안을 직접 종이에 써서 그 걱정을 휴지처럼 구겨 던져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인데요. (첨부 이미지 중, 윗줄 세번째 참고) 콘텐츠가 전하고자 하는 위로를 직접적으로 경험해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게함은 물론, 인터랙션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키크니 작가의 특징을 잘 드러낸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eyword 03. 콘텐츠의 굿즈화
최근 많은 전시회에서 '굿즈'를 전시 과정 중 하나로 대하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키크니 작가의 '일러,바치기'도 굿즈에 굉장히 공을 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굿즈에 일부 콘텐츠 IP만 활용하거나 전시 메인 키비주얼만 활용한 것이 아닌, 굿즈에 맞는 다양한 일러스트 콘텐츠를 활용해 굿즈 역시 콘텐츠로서 혹은 콘텐츠를 굿즈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키링, 스마트톡, 문구류 등 일러스트 콘텐츠 디자인을를 인쇄로 활용하기 좋은 굿즈도 있었지만 일러스트 콘텐츠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이 눈에 띄었는데요. 가장 눈에 띄었던 아이템은 양면 시계였습니다. 키크니 작가의 프로필 이미지와 유사한 외형에 '개빡시계', '안빡시계' 두 가지 아트워크를 활용해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굿즈로, 일상 속에서도 키크니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같은 결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유즈툴과 콜라보한 원형 자석/칫솔 세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자석을 활용해 칫솔 보관이 용이한 제품에 키크니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를 더해 사용할 때 즐거움을 줄 수 있게 한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것 그리고 굿즈의 공통점은 '실물 경험'을 얼마나 강력하게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인데요. 사용하는 동안 콘텐츠 혹은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해 자연스럽게 애정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의 '일러,바치기' 전시는 전시 경험은 물론, 굿즈까지 콘텐츠 경험을 쌓아가는 것에 굉장히 큰 무게를 두었고,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기까지 했는데요. 이 고민은 굿즈 기획의 첫 고민이기도 해 좋은 영감을 얻은 듯 합니다. 굿즈 역시 크게 본다면 브랜드가 만들어 낸 콘텐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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