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마라톤‘이 이리 대단한 거였어요??

Prologue

by 아오리


2022년 3월 말, 처음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내려 이 도시를 맞이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도시를 달리고 있는 러너들이었다. 길에는 걷는 사람보다 달리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도 무색하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4월은 보스턴의 봄이 비로소 조금씩 시작되는 시기라는 것과 보스턴 마라톤이 열리는 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러너들에게 마치 ’ 러닝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긴긴 겨울이 비로소 스믈스믈 물러가는, 보스턴의 4월 풍경

마침 우리 집이 마라톤 코스의 39km 지점 정도인 Beacon St,. 주변이었다. 덕분에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네 번의 보스턴 마라톤을 집 근처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2022년 첫 해, 우리 가족은 마라톤을 관전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손바닥에서 불이 나게 박수를 보내도 모자라기만 한 것 같은 휠체어 경기, 내가 전력질주하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42.195km의 막바지를 달리는 엘리트 선수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세계 각국에서 온 러너들, 온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 응원하는 신나는 분위기. 모든 것들이 인상적이었다. ‘보스턴 마라톤’이 세계 6대 마라톤(‘25년부터 시드니 마라톤이 추가되어 세계 7대 마라톤) 중 하나라고 하니, 큰 이벤트인가 보다고만 생각했다.


집 앞에서 이렇게 신나고 설레기, 있기없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하도 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니, ’ 나도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같은 해 7월, ‘이곳에서 버틸 체력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거리와 시간을 늘려 가야 할지 몰라서 집에 있던 운동화를 신고 되는대로 삐그덕거리며 뛰었다. 그러다가 달리기 어플의 도움을 받아 곧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1년 넘게 5K를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꾸준히 달리게 되었다. 달리는 것은 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뛰면서 동네를 탐방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얻고, 오늘도 달리기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꾸준히 달리게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혼자 뛰다가, 이 도시의 큰 이벤트라고 하는 보스턴 마라톤 프로그램 중 5K에 도전하게 되었고, 온 도시가 열렬하게 나를 응원하는 경험에 반해 덜컥 Half를 등록하고… 달리고 달리고, 그렇게 나는 보스턴에서 러너가 되어 버렸다.


생애 첫 달리기 대회 참가, 2024년 보스턴 마라톤 5K와 Half


혼자서 달리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보스턴 마라톤에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남편과 함께 보스턴 마라톤 5K를 함께 뛰고 난 후 남편이 달리기에 푹 빠지게 되면서 덩달아 러닝화, 운동복 등등 관련 장비를 함께 섭렵하고, Zone2 러닝법 같은 훈련 스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내가 매년 동네잔치인 양 나가서 응원하고 즐기던 이 보스턴 마라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이며, 유일하게 Qualifying time을 요구하는 마라톤 ’ 끝판왕‘같은 대회라는 것이었다. 매년 이곳에서 뛰던 러너들이 모두 풀코스를 3시간 10분 이내에 들어오는 엄청난 사람들이었다니!!! (아니면 어마어마한 자선기금을 모금한 사람들이었다니!) 나에게는 ’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한번 나가나 보자’고 애써도 되지 않을 엄청난 기록이었다.


작년 단지 메달을 기념품으로 갖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보스턴 5K의 참가였는데, 사람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남편과 함께 보스턴 곳곳을 누비며 달린 경험이 나에게 남긴 여운은 실로 엄청났다. 4년 동안 매년 보스턴 마라톤을 응원하며 축제처럼 즐겼던 나에게도, (아마도) 이제는 마지막이 될 2025년 129회 보스턴 마라톤. 2025년의 아쉬웠던 마지막 관전, 보스턴 마라톤 디스턴스 메들리 참가 경험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서 조목조목 기록해 본다.


그저 이 메달이 갖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두 발로 보스턴을 구석구석 달리며 생겨난 최애 러닝코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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