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미국’ 선생님, 트조

Trader Joe’s_1317 Beacon St, Brookline

by 아오리


미국 우리 집은 말 그대로 ‘트세권’이다. 일명 ‘트조’라고 불리는 Trader Joe’s는 ‘고유 브랜드 제품, 합리적인 가격, 이국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식품을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로서리 체인이다. 트조의 에코백과 시즈닝은 미국 방문 기념품, 귀국 선물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이마트의 피코크처럼 기존 마켓에 나와 있는 상품들에 자신들의 브랜딩을 입혀 자체브랜드로 만든 상품(PB상품)들 위주로 판매한다. 트조에서 파는 물건은, 트조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알고 있는 익숙한 제품들이 업그레이드되어 새롭게 패키징 된 트조만의 물건들- 사람들은 이런 유니크함에 열광한다. 또 매 시즌마다 바뀌는 다양한 시즈널제품들 또한 사람들이 꾸준하게 트조를 찾게 만드는 재미로 작용한다.


집에서 저 멀리 보이는 트조! 여름에만 나오는 구아바향 핸드크림과 그 옆 오리지널 버젼!


‘트세권’에 사는 Homemaker로서, ‘미국에 와서 내가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는 아마 트조일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 오픈 시간에 맞춰 항상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었다. 소식지 ‘Fearless Flyer’에서 싱거운 미국 개그들을 보며 새로운 신상품과 시즈널 제품을 확인하고, 궁금했거나 신기한 것들을 매장에서 집어온다. 장미 시즌에는 장미향 핸드크림, 여름에는 딸기맛 초코를 코팅한 프레츨 같은 것이 그런 것들이다. 최근에 나온 샐러드 코너의 ‘한국식 비빔국수’도 궁금해서 사봤는데 ‘오! 생각보다 괜찮네?!’ 했던 아이템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는, ‘생각보다’라는 것이다. 한식의 불모지인 보스턴에서 살고 있는 ‘한인’의 ‘미국마트 한식’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딸기 시즌이라서 딸기딸기했던 25년 5월의 flyer. 이 소식지가 궁금하신 분은 https://www.traderjoes.com 에서도 보실 수 있어요!

트조는 나에게 제일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리기도 한다. 여름이 다가오면 복숭아, 자두 같은 Stone Fruits가 매장이 깔리고, 각종 호박과 Turkey들이 등장하면 ThanksGiving Day가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 여러 마트를 다녀보면 트조의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기농 제품들도 Whole Foods만큼 비싸지 않다. 인기 있는 마트이다 보니 물건의 순환이 빠르고, 그래서 야채와 과일들이 신선하다. 사실 트조의 최고 혜자템은 냉동식품이다.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의 형태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저렴하게 편리하게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식재료를 구하려고 애쓰는 대신에 ‘신기한 음식’들을 잔뜩 시도해보는 혜안을 발휘해보기도 했었다.


특히나 이 곳에서 내가 직접 집에서 복작거리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한식’을, 다양한 냉동식품들로 만날 수 있어 나에게는 숨통을 트여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트조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불고기와 파전 정도뿐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김밥이 인기가 많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었고, 지금은 주먹밥, 호떡, 고추장, 떡볶이까지 다양한 한식들을 냉동 코너에서 살 수 있다. 이전에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저녁을 급하게 차렸어야 했는데, 트죠의 냉동 잡채, LA 갈비, 파전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한식상을 후다닥 차려낼 수 있기도 했다. (트죠 만만세!!)


미국 마트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식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 ‘요알못’을 구원해주는 트조의 훌륭한 시즈닝들! (알리오 올리오가 최애*)


미국에 사는 한국인 주부로서 맞닥뜨린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앞에 두고, 트조는 한국마트에 가지 않아도 어느 정도 대체품을 제공해 주고 미국의 맛도 알게 해 준 곳이다. 주기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트조에서 사서 채워야 하는 물건들-대파의 대용품으로 구입하는, 중파 느낌의 스프링 어니언, 우유, 달걀, 그레놀라, 올리브오일, 냉동 다진마늘과 생강 큐브, 샌드위치용 햄과 치즈-도 거의 고정되어 버렸다. 아시안 마트에 가야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또 트죠에서 많은 미국주부들의 팁들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딸기팩을 들고 킁킁 냄새를 맡아 맛있는 딸기를 찾아내는 법(미국 딸기는 잘못 사면 정말 그냥 ‘무맛‘이다.), 브로콜리니 같은 낯선 채소들로 요리하는 법, 랍스터 비스크로 파스타를 만들어내는 팁. 거기에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고 내가 구입한 와인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건네주는 다정한 점원들과 매일 공짜 프리토킹, 영어로 이름 붙은 낯선 식재료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여기서 무얼 사서 어떻게 요리를 해야 그리운 한국의 맛을 가장 가깝게 구현해 낼 수 알아내기까지의 과정들…

다양한 사과의 이름들도 트조에서 배웠고! 장을 볼 수록 수많은 최애템들이 계속 생겨나고?!?!!

어쩌면 트죠에서 보낸 시간들은 단순히 그로서리 쇼핑을 넘어서, 미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3년 전, 서툰 영어와 두려운 마음으로 낯선 곳에서 피할 수 없는 ‘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트조. 이것저것 다 피해 집에 콕 숨어 낯선 곳에서 섬처럼 둥둥 그냥 떠 있고 싶었던 마음도,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트조에 다녀오면 조금씩 수그러졌다. 그렇게 트조를 시작으로 그다음에는 동네 커피가게, 또 그 다음에는 샌드위치 가게 이렇게 하나씩 미국생활의 디딤돌들을 놓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미국 생활의 수많은 Lesson&Learn을 다정하게 알려준 고마운 트조. 이렇게 적고 보니 더 애정이 퐁퐁 솟네, 내일은 아무래도 최애 초코콘을 사러 슬쩍 들러봐야겠다.


My top picks from Trader J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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