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먹고 자랍니다.

‘허당’이었지만, 결국 ‘하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 아님까

by 아오리



그러니까 나는 한번도 ’ 헬스장‘이라는 곳에 ‘운동’을 목적을 가지고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 저곳에 가면 도대체 어떤 운동을 하는 걸까?‘라는 의문조차 없었던 것을 보면 정말 ’ 헬스장‘이라는 곳은…… 음… 나에게 ‘면도기’ 정도(?)의 하찮은 중요도를 가졌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면도기‘는 욕실에서 남편이 사용하는 것을 가끔 보기라도 하니 그 중요도가 심지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헬스장’은 지금껏 나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았었던 ‘미지의 세계’였다.


’ 헬스장‘이라는 곳에 관심도, 흥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 근력 운동‘을 하려면 그곳에 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여태껏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 신중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실상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허당같이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체크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리라!!


굳은 열망이 이글이글 타올라 한국에 귀국하기 전부터 등록할 헬스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이사 갈 집과 센터의 거리를 확인하고, 시설과 평판이 어떤지도 좀 찾아보고, 비용이 합리적인지, 센터 주변에는 뭐가 있는지 등등 나름 세세하게 확인하고 운동센터를 골라두었다. 한국에 귀국하여 어느 정도 세팅을 마친 후,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체험수업을 받고 PT 수업을 등록했다. 그렇게 주 2회 PT 수업을 받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처음 배우는 초심자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그렇게 해맑게 주 2회 수업을 대여섯 번쯤 나갔을까, 갑자기 선생님께서 ‘개인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헬스장에 두 번이나 더 나와서 혼자 운동을 하라고요?
주 4회 웨이트 트레이닝이요?
뭘 해야 할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아직 모르겠는데요?

아… 이것은 내가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주 2회 정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업받으면 그래도 안 하던 근력운동을 하는 거니까 몸은 좋아지는 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사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그랬었다. 5킬로미터 뛸 수 있는 상태를 만든 후, 생각 없이 죽어라 5킬로미터만 2년을 뛰었다. 그 이상의 거리를 늘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익숙한 거리, 시간, 강도로 그저 ‘Fun Run’을 외치며 2년을 뛰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용기를 내어 10킬로 대회를 뛰고, ‘에라, 모르겠다.’ Half 대회를 우당탕탕 뛰고 나니 어느새 마일리지와 심폐지구력이 부쩍 늘어 있었었다. 달리기를 통해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계속 그 강도를 올려야 바뀐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으면서도 새삼스럽게 잊고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라고 뭐가 달랐을까.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진심 나 ‘허당’이구나. 어떻게 여기까지 생각을 못했을 수가 있었지? 순진하게 일주일에 고작 두 시간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길 거라 믿었다니!!





‘큰일 났다. 주 4회 헬스장이라니! 나 이거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커졌다. 이렇게 부담스러워질 줄 모르고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그래, 어쩌면 몰랐으니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또 이렇게 얼렁뚱땅 시작해서 결국 ‘하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니까.

뭐, 어차피 이미 저질러서 이젠 출구도 없다. … 출구가 없어… 없구나…





할 때 ‘찐하게’ 하셔야 나중에 혼자 운동할 수 있어요.

그 와중에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던져주신 ‘찐하게’라는 단어가 마음에 박혔다. 3년 반 만에 한국에 돌아와 낯선 동네에서 둥둥 부유하며 적응하려 애쓰던 때였다.


한국에서 처음 중학교 생활을 하는 딸의 고충들을 처리하고 보살피느라, 예상치 못하게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겪게 된 여러 문제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여러모로 번잡스러웠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니 아직 나의 ‘의지’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도 ‘뭐라도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덜컥 용기 있게 시작했던 운동이었기에, ‘찐하게 ‘라는 단어가 망망대해에서 그나마 내가 부여잡을 수 있는 부표처럼 느껴졌다. '그래, 이거라도 찐하게 집중해 보자!'





근육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먹고 자랍니다.

사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PT 수업이다 보니 ‘비용’만 생각했었다. 맞다, 나는 ’ 시간‘과 ’ 노력‘의 영역을 잊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어쩜 하나같이 똑같을까. 저절로 되는 일은 없지. 없었지…. 앞으로도 없겠지. 하… ‘찐하게’ 해내야겠다. 등록한 수업료가 웨이트 트레이닝 ‘체험‘ 비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했던 덤벨, 캐틀벨, 머신들. 뭐든 시작이 가장 어렵고, 첫 도전이 가장 두려운 법입니다.





그렇게 주 2회 수업과 개인운동까지 챙겨가며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해보니 이건 그냥 ‘공부’와 똑같았다. 애초에 주 2회 PT 수업만 받는 것은 학원만 다니며 혼자 공부하지 않는 학생과 똑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즈음, 이제는 ‘해야 하니까 한다’ 보다 이 운동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져서 개인운동을 챙기게 되었다.


동시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우면서 알게 된 신기한 것들, 궁금한 것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모르는 것을 찾아보다 보니 내 인스타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소위 ‘헬창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뒤돌면 까먹는 40대이기에 수업 후 집에 와서 노트에 수업 내용을 복기하고, 예약도서를 가지러 간 도서관에 가서도 애꿎은 웨이트 트레이닝 도서를 빌려 나오고, 개인 운동을 나가 배운 것을 혼자 연습하고… 일상이 그야말로 ’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가득 차버렸다. 밤낮없이 바벨과 덤벨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별 희한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나조차도 생경했다. 그렇게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들었다. …이 운동, 뭐지… 왜 이렇게 재밌지!?!?



(좌) 이 온도차 어쩔… / (우) 서점에 갔다가 사고 싶어서 찜해두고 온 책! 왜 자꾸 서점가서 운동코너 가는건지… 나도 몰라!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본다면, 허당 같은 나 자신 덕분에 시작은 대성공인 셈이다. 어쩌면 ’ 비용‘보다 더 부담스러울, ’ 시간‘과 ’ 노력‘의 영역에 지레 겁을 먹고 헬스장에 발도 못 들여놓았더라면 어땠을까?

근육도 근육이지만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걸 모르고 평생 살 뻔했잖아! 어쩔 뻔했냐고요, 정말!



자, PT 수업은 등록했으니 이제부터 근육이 자라나도록 ‘시간‘과 ’ 노력’도 살뜰하게 챙겨봐야겠다.

쑥쑥 자라라, 둔근, 대퇴근, 견갑근, 광배근, 대흉근, 삼각근, 복근, 이두, 삼두, 싹 다 모두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