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다, 알고 싶다,
격하게 알고 싶다.

좋아하면 궁금하고, 사랑하면 더 알고 싶은 법이잖아요?

by 아오리



이제껏 근력운동이라고는 아령운동, 스쿼트, 플랭크 정도 해봤을까 싶다. 유튜브에서 ‘근력운동’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비디오를 틀어두고 거실에 요가매트를 펴고 나름 낑낑거리며 20여분 정도 땀을 내고는 ‘이쯤이면 됐다!’ 하며 뿌듯해했던 나날들… PT 수업을 시작하고 알게 되었다. 내가 해오던 근력운동들은 고작 ‘워밍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었음을.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PT수업을 받으면 ‘그래도 뭐가 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단지 나의 ‘바람’이었다는 것을.





수업을 다섯 번쯤 받았을 때였을까, 선생님께서 슬그머니 개인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꺼내셨다.


일단 헬스장에 혼자 나와서 ‘막막한 기분‘을 한 번 느껴보셔야 해요.


혼자 헬스장에 발을 내딛기도 전이었지만 그 ’막막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낯선 머신들과 아직 몸에 익지 않은 동작들로 혼자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상태로 어리바리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짜주신 개인운동 내용을 대강이라도 집에서 미리 찾아보고 헬스장에 가서 혼자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예습을 했음에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것은 무엇‘을 시전하며- 벤치프레스용 바에서 데드리프트도 하고, 어시스트풀업 머신에서 어떻게 내려오는지 몰라 헬스장이 떠내려가게 ‘쾅’ 소리도 내어 보고,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바벨에 깔려서 배운 대로 원판을 옆으로 쏟아내고 있는데 우당탕탕거리는 소리에 놀란 선생님들이 뛰어오시게도 만들며… 어쨌든 나름의 최선을 다해 개인운동을 해나갔다.


하루 한 번, 하나의 삽질에는 하나의 깨달음이 따르는 날들이었다.



(좌) 머신 이름도 모르는 걸 어찌 아시고 이리 친절하게 사진까지! / (우) 머신존에서 똑같이 생긴 기구들을 찾아 보아요. (사실 처음엔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은 더 늘어만 갔다. ‘3대 500’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3대 500‘이란 웨이트 트레이닝의 핵심인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의 1회 최대 중량(1RM) 합계가 500kg 이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헬스 애호가들 사이에서 상급자나 숙련자를 증명하는 척도로 통하며, 일반적인 체력 수준을 넘어선 고중량 달성을 목표로 할 때 언급됩니다. 출처_구글)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초보였기에, 내가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 얼마나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가늠이 안되었다. 알아갈수록 모르는 내용들은 그 곱절로 생겨났고, 트레이너 선생님께 밑도 끝도 없는 질문도 많이 했다.


궁금한 이 모든 것들을 다 얼른 싹 다 알고 싶어졌다. 숭덩숭덩 벽돌을 쌓는 기분이랄까. 빈틈을 얼른얼른 메꿔 탄탄하게 쌓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들도 혼자 하려고 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한 수준이었다. 머신 이름, 종목 이름,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낯선 운동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원래 40대는 그렇다. 보고도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그래서 PT수업 후 ‘복기 노트’를 쓰고 이곳저곳에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유튜브와 인스타 알고리즘에는 바벨과 덤벨을 든 사람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울퉁불퉁한 등으로 멋지게 풀업을 하는 언니들(… 멋있으면 다 언니랬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벤치프레스 자세를 잡아보고, 복기 노트를 쓰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데드리프트 자세를 배운 대로 다시 잡아 본다. 딸이 지나가다가 눈이 동그래져서 물어본다. “엄마, 뭐 해???”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 헬스의 정석‘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그걸 꺼내서 정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신기하니 두리번거리며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되었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를 금세 일단 읽어냈다. 예약도서를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웨이트트레이닝 서적을 같이 빌려 나오고, 교보문고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바이블이라는 ‘근육운동가이드’도 샀다. 또 초록창 검색은 나를 이른바 ’ 헬창 커뮤니티‘로 이끌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는 아직 미숙할지언정 ’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알아가는 재미에 폭 빠지는 ’ 초심자의 즐거움‘을 마구마구 누렸다.


우와아아…
이런 또 다른 신기한 세상이 있었다니!

(좌) 공부는 자고로 책으로 해야… (공부가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이라고!!!) / (우) 수업 후 작성한 복기노트, 개인운동할 때 아주 유용하다죠!





모든 관심사와 생활의 포커스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맞춰지고 있을 무렵,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나 왜 이 운동이 이렇게 재밌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시작했던 운동이었다. PT 수업을 등록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신년에 ‘작심삼일’이라는 고사성어와 헬스장을 연결 짓듯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저 무거운 중량을
바른 자세로 들었다 놨다 하려고 애쓰고 있을 뿐인데,
이게 왜 이렇게 재밌는 거지?


웨이트 트레이닝 입문 3개월 차인, 나의 분석은 일단 이렇다.


일단, 웨이트트레이닝은 ‘학습‘에 가깝다. 웨이트트레이닝은 각 동작들의 정자세를 바르게 수행하는 동시에 점진적으로 부하를 가중시킴으로써 타겟으로 삼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이다. 선생님께 동작을 배우고 나면, ‘복습’을 하듯 수업 내용을 복기하고 혼자 연습해 보거나, 스스로 더 정보를 찾아보면서 내가 뭐가 잘 안 되는지를 찾아본다. 배운 내용과 복습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점점 어설펐던 동작이 정자세에 가까워질수록 효율이 올라가니 어렵던 무게들이 수월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을 만나게 된다. ‘배우고-복습하고-다시 연습하고-나아지는’ 이 과정들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또한 다른 운동들과는 다르게 ‘초보자 효과’가 있는 종목이라 초기에 시간을 들여 연습하는 만큼 몸이 달라지고 운동이 느는 것이 금방 느껴졌다. ‘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달리기를 통해 경험했었다. 그렇기에 노력한 만큼 달라지고 나아지는 과정이 보이는 이 운동은 나를 더욱더 집중하고 잘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아직도 이 운동을 ’ 잘한다 ‘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 삼 개월 차니까요. 허허허-)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이다. 초보가 ‘정자세’로 ’ 힘든 무게‘를 들어서 ’ 정확한 가동범위’로 움직이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걱정이든 잡념이든 집에 혼자 있는 따님 생각이든 뭐든, 일단은 내가 힘들어 죽겠으니 싹 다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초집중하는 시간들이라 좋았던 걸까?
아니면 머릿속을 비우고 싶었던, 나의 숨겨진 ’ 욕망‘이 있었던 걸까?

둘 중 어떤 이유에서든 ‘집중해서 무언가를 잘 해내는 경험’은 꽤나 성취감을 준다. 알고 보면 나는 꽤 단순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숫자를 세며 힘을 쥐어 짜내는 것이 괴롭다가도, 어찌어찌 마지막 숫자가 끝나고 나면 또 힘들었던 것은 잊고 다음 세트를 다시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는 것.


설레게 맞이할 수 있는 작은 시작들의 모임이랄까- 심기일전하며 새롭게 숨을 마셨음에도 하찮은 시도로 끝나는 세트들도 많지만, 그 뒤에 또다시 자세를 잡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점점 나아질 것이다’라는 사실이다.


좋아하면 궁금하고, 사랑하면 더 알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랬다. 사랑의 유통기한도 2년이라는데 ’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알고 싶고 잘하고 싶은 이 마음이 언제까지나 지속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쉬 식을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궁금한 것, 신기한 것이 매 수업시간마다 발굴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래서 일 년 후 내가 뭐가 될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림조차 안 그려지는 울퉁불퉁한 모습이려나 아니면, 혹시나 아직도 두부같이 말랑말랑하려나! 사실 어떤 모습을 맞이하게 되든지 (아주) 크게 상관은 없다. 왜냐, 계속하다 보면 보이는 내 몸 말고 뭐라도 달라질 테니까. ‘운동의 힘’을 믿는다. 그러니 일단 오늘도 한껏 신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게 치러 또 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