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득근’을 향한 여정
세상에 왜 ‘장점’만 있는 것은 없는 걸까. 아, 정말 아이러니한 인생의 양면성이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일상이 다소 바빠지겠네?’, ‘근육통이 좀 있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득근’을 향한 이 여정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더 있었으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종일 ‘바보’가 되었다. 몰려오는 피로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피로감이었다. 운동을 하고 와서 씻고 나면 더 퍼져버렸다. 소위 멍 때리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니, 정상적인 생활의 영위(!?!!)가 불가능한데
이거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 맞나?
다들 어떻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거지?
고강도의 운동은 몸이 피로해지는 것은 물론, 중추신경계의 피로도 상당하다고 했다. ’ 몸을 쓰는데 뇌가 피로해지다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그저 적응되기만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몸이 힘든 날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집안일을 하고, 미룰 수 있는 일들은 미루고, 그저 11시가 되어 잠들기를 바라며 하루를 보냈다.
운동은 사람을 각성시킨다. 운동 중에 도파민이 나오고 혈류가 빠르게 순환하니 그럴만하다고 이해는 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이 내 몸에 주는 각성 효과는 실로 기대 이상이었다. 한창 개인운동에 열을 올릴 무렵, 카페인을 전혀 먹지 않았음에도 수시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특히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떠올리거나 연관 있는 것들을 할 때 더 심해짐을 느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ChatGPT에게 물어보니 몸이 알아서 ‘운동할 준비’를 하느라 그런 것이라 했다. 몸뿐만 아니라 정말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니 이거 도대체 왜 이런 거야…
나 바벨과 벤치랑 사랑에 빠진 걸까…
심장아, 고만 좀 나대라. … 힘들다…
어떤 날에는 종일 심장이 벌렁거리니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두 시간마다 깨고, 피곤하니 다시 금방 잠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 꿈을 거의 꾸지 않는 나인데 어떤 날에는 바벨을 들고 으쌰으쌰 하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 이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김없이 새벽 4시에 두 번째로 깬 어느 날 밤, 진지하게 ‘자율신경계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나 싶었다. 이렇게 밤낮없이 날뛰는 교감신경이 정상인 건가 싶었다. ‘어휴, 심장이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니 이거 너무 힘들어서 단명하겠네. 이래서 심장 천천히 뛰는 거북이가 장수하는 거구나…’
이거 어디 살 수가 있나요…
운동보다 이게 더 힘들어요…
매일 ‘잠 못 잔 바보‘로 지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트레이너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될 거예요.” 그렇다, 우리 트레이너 선생님은 근육통이 심하든, 잠을 못 자든 뭐 어쨌든 “오늘은 좀 살살할까요?” 혹은 “내일 개인운동은 쉬세요.”라는 말씀은 절대 안 하셨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선생님의 말씀이 다 맞는 말씀이었다. 나의 근육통은 ‘운동을 쉴 만큼의’ 데미지는 아니었고, 몸의 각성도 몸이 적응하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덤벨을 한 번 더 드는 것이 어쩌면 가장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적응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답답할 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면 ‘근육’과 ‘노화’를 함께 얻게 된다고. 어쨌든 나도 40대인지라, 멋진 몸매보다는 건강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동을 해서 체지방량이 줄어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얼굴살이 빠지며 찾아오는 노안은 또 반갑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무거운 무게를 들기 위해 애쓰다 보니, 주동근이 아닌 ‘얼굴‘로 힘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등으로, 어깨로, 가슴으로 밀라고…
얼굴로 용쓰지 말고오…
가만히 있어도 주름이 느는 나이인지라 겸사겸사(?) 미간, 이마, 눈가 보톡스를 맞았다. 무거운 거 들 때 인상 쓰지 말아야지. 동안의 상징인 뽀용한 볼살이야 포기한다 해도, 지킬 수 있는 것은 지켜야지. 아무렴!
일주일에 5일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가서 마무리 달리기까지 하고 나면 평균 2시간쯤 걸린다. 운동을 하고 나서 씻고, 수업이 있었던 날에는 복기노트를 쓰고 어쩌고 하다 보면 운동하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매일 3시간가량인 셈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익숙해지는 동안 이렇게 매일 적지 않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하고, 몸과 신경계의 에너지 마저 탈탈 털린 상태가 되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약속 횟수가 줄어들고, 집에서 다음 날의 운동을 준비하는 ‘마음만은 이미 '헬창'인, 웨이트 트레이닝 초보’로 겨울을 온전하게 보냈다.
사람을 만나고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겨울 동안 온전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집중하느라 나머지 생활을 천천히 꾸려나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무림의 고수처럼 겨울 동안
한 꺼풀의 근육과 체력을 쌓고,
봄이 되면 신나게 나돌아 다녀야지!!!
…라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소셜라이프’와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할 수 있는 체력이 안되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이 또한 나를 조용히 살피고 잘 운동시키고 보살피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냥 일주일에 두 번 빠지지 않고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운동하면 근육이 쑥쑥 잘 자랄 줄 알았지… 이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적응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애써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을 것 같다.
40년을 살아보니 근육은 ’ 인생의 필수재‘이고, 그 필수재를 얻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법이 ’ 웨이트트레이닝‘이니 말이다. 60세 이후에는 근육 1kg의 가치가 몇 천만 원이라고 하던데, 이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감당해 내어야 얻을 수 있는 근육이라면 그 이상의 가치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근육은 꾸준한 ’ 노력‘과 ’ 시간‘을 먹고 자란다. ’ 복리통장‘처럼 먼저 시작할수록 상대적으로 더 쉽고 빠르게 ‘득근’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40대에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제서라도 시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또 초심자에게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시는 선생님과 센터를 만나게 되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공들여 만들어낸 것만큼
값어치 있는 것은 없지.
이 당연한 진리를 ’ 복리로 쌓이는 석순‘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다시 한번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도 덤벨을 한 번이라도 더 들면, 한겹씩 쌓이고 쌓여 뭐라도 다른 내가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