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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호스트에 사기당하다

가짜 주소, 사라진 호스트. 돈은 돌려받았음

오늘은 어제 겪은 에어비앤비 사기에 대해서 쓰려 한다. 이용자들은 조심하시길.


홍콩은 10~11월에 숙박 가격이 치솟는다. 8~9월엔 4만원대였던 에어비앤비가 11월엔 11만원이 되기도 하고, 4인실 도미토리가 1박에 6~7만원에, 싼 호텔도 20만원을 훌쩍 넘는다.가격 대혼란이다. 에어비앤비를 검색해보니 4만원대의 아주 예쁜 방들이 5~6개 나왔다. 그런데 다들 신규 호스트라 리뷰가 없다. 교통을 고려해 침사추이에 있는 4만원대 호스트를 골랐다.    


그. 런. 데. 도착 24시간 전부터 호스트의 응답이 뚝 끊겼다.

"체크인 전에 오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안내는커녕

"address: 30 Canton Rd" 이라고 주소만 왔으며 (에어비앤비에 공식 등록된 주소였다)누가 날 안내해 주냐고 물으니 "I'm waiting for your coming"  이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 문자였다.

"비행기가 1시간 지연돼서 2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숙소가 건물 몇 층이에요?"

도착 당일 메시지를 5~6개 보냈는데 아무 답이 없었고, 택시비 아낀다고 낑낑거리며 겨우 찾아간 건물은 아파트가 아닌 쇼핑몰이었다. (30 Canton Road는 Silvercord 라는 쇼핑몰이다. 본인도 구글 맵으로 사전에 위치를 확인했으나 주상복합이겠거니 하고 갔다. 실수였다.)

(계속 문자했으나 씹힘...)


공항에서부터 걸어본 전화는 수신불가였다. "The called party can't be reached at this moment"라는 자동음성뿐. 아, 이게 사기구나.


에어비앤비에 신고했고, 다행히 한국측 직원이 빠르게 조치해 주었다. 에어비앤비가 1시간 동안 호스트와 연락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환불해주겠다 했다. 유령 호스트에 가짜 주소였기에 다행히 환불은 되었고, 소정의 보상이 있었다. 그러나...당일 숙소를 구하는 어려움은 엄청났다. 9월보다 최소 2배, 호텔은 4배까지 가격이 뛰어 있었고 그마저도 만실이었다. 4~5만원대 에어비앤비는 11월까지 fully booked였다. 정말 오갈데가 없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는 '홍콩'을 찾으면 결과값의 80%가 중국 광둥성 심천 (션전)이다.  무의미한 결과값을 넘기고 부킹닷컴과 아고다까지 찾느라 3시간이 훌쩍 지났고, 짐은 많고 봐줄 사람도 없고 팔힘도 하나도 없어 계속 앉아 있었다. 두통도 밀려왔다. (그후로 24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ㅠㅠ) 7만원대 숙소를 겨우 찾아서, 1시반 공항 도착 - 8시반 숙소 도착이라는 개고생을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등록하려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안다. 주소와 호스트 전화번호도 인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째서 '집'이 아닌 '쇼핑몰' 주소가 버젓이 등록돼 있었을까? 에어비앤비에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고려한 4~5만원대의 싼 에어비앤비를 날이 새도록 두드려보니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1. 리뷰가 하나도 없다.

2. 호스트가 서양 여성이다.

(그중 한 명에겐 "너희 집엔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Sorry I've never used any public transportation. I have no idea how long it takes to that place."이라는 멍청한 답변이 왔다. 대중교통 안 이용해봐서 모르고, '그 장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는 거다. 자기 집인데 '그 장소'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진짜 호스트 맞나? 실제 호스트는 다른 사람이고, 호감을 주기 위해 서양 여성 사진을 도용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3. 메시지가 안 보내지는 경우가 있다.

"네트워크 연결이 안되거나 현재 서버 문제로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고 뜬다. 다른 호스트에겐 정상으로 보내지는데, 유난히 이런 문구가 반복되는 호스트면 그 계정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4. 굉장히 넓고 쾌적해 보이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의 방.

홍콩 집을 여러군데 다녀봤는데, 결코 그 모양이 나올 수 없다. 사진이 가짜일 거다. 어떤 방은 서로 다른 주소인데 사진이 완전히 같았다. 똑같은 가구를 2개씩 사서 비슷한 모양의 집에 들여놓지 않았겠냐고?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다. 홍콩 집들을 경험해보면 안다.

* 다른 주소에 호스트도 다른데, 설명문구가 완전히 똑같은 방도 있다.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리뷰 없는 곳의 첫 번째 경험자가 되지 말라.

나처럼 개고생한다. ㅠㅠ

그리고 나같은 상황에 처하면 섣불리 '예약 취소'를 누르지 말고 '숙소 신고하기'를 클릭하라.

예약 취소는 '호스트나 집이 맘에 안들어서' 내가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취소하는 거다.


신고 후 빠르게 조치해준 에어비앤비에게 그래도 고맙단 말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홍콩을 검색하면 심천만 좌르륵 나오는 UX는 제발 수정해 주시길. (설명이 중국어면 무조건 심천 숙소다. 클릭해볼 필요가 없다.)


#에어비앤비 #홍콩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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