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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면접 준비 팁

영어/한국어 면접대본을 그대로 번역하지 마세요

면접 수기 2에 이어서 쓴다.


일본인은 이질감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따르며 늘 겸손하게 그들과 최대한 닮으려고 노력한다는 모습을 면접에서 보여줘야 한다. 일본어로 취업할 거면 '약간 우수한 레벨'에 안주해선 절대로 안 된다.

(이렇게 쓰니까 자존감 상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평가한다는 면접 자체가 원래 자존감 상하는 일이다. 싫으면 걍 일본어로 취업하지 말고 일본 드라마나 실컷 보며 인생 즐기면 된다.)


내가 일본 교환학생 갔을 때는 (아주 머언 옛날...) '구닥다리 일본어는 가라!'라는 책(지금은 절판됨)을 들고 갔다. 당시 일본어 초보여서 청해(듣기)가 잘 안 됐다. 낮엔  수업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저녁엔 그 교재를 수없이 들으며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일본어'를 익혔다. 그래봤자 오나까스이따(お腹空いた)를 하라쿳따요(腹くったよ)로  바꾼 정도다. 책 내용이 한국인 유학생 포함 대학 1학년생 남녀 4명의 밀당을 그린 건데, 페이지 첫 장부터 私はキム・ミンスと申し上げます를 희화화했다. 너무 딱딱해서 회사에서나 쓰는 말투지, 친구들 사귈 때 (특히 일본인과 연애할 때) 절대 이런 표현 쓰지 말라는 거였다.


일본어로 취업하려면 (이 책에서 비웃은) 경어와 겸양어를 철저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 일본인들도 어려워하는 게 경어랑 겸양어라서 관련 교재와 유튜브 동영상도 엄청나게 많다. 그럼 한국인은 외국인이니까 잘 못해도 좀 봐줄까. 용서가 될까. 당연히 아니다.

 

온라인 일대일 수업으로 회화를 하면서 더 자연스러운, 최소한 어색하지는 않은 일본어를 익혀야 한다. 수기 2에서도 썼지만 일본인은 면전에서 상대방을 칭찬하는 경향이 다. 스바라시이, 스고이데스네, 죠즈데스네 이런 말에 절대 혹하지 말라. 그 말에 빠져 신나게 떠들고 오면 면접 후 일본인 직원에게 '잘 못하더라'는 피드백을 받게 될 것이다.  한 방 맞은 것 같지만 이게 그들의 관습이다.


본인은 지금 verbalplanet 이라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일본인 선생님들과 일대일로 매칭돼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1. 최소한 2명 이상의 일본인 선생님과 번갈아가며 교육받아라. (같은 일본인이라도 사람마다 언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고 비즈니스 일본어 티칭에 익숙한 사람이 따로 있다)

2. 일본식 면접 Q&A 대본을 일본어 선생이나 헤드헌터 몇 명에게  검증받아라. 영어나 한국어 면접답변을 그대로 번역해선 절대 안 된다. '제가 이걸 이렇게나 잘했습니다'보다 '지금까지 무슨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가능형),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욱 배워나가겠습니다'는 겸손 컨셉이 일본식 자기PR이다.  

3. 일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 자주 보면서 캐주얼한 일본어와 비즈니스 일본어 말하기를 둘다 익혀라. 듣기뿐 아니라 말하기가 돼야 한다. 면접은 내가 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4. 문제집 열심히 풀어서 JLPT 자격증 있다고 안심하면 엄청난 착오다. 자격증은 일본 신문기사와 책을 이해하기 위한 밑바탕이지, 일본 취업을 위한 어학능력 보증수표가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인 인사담당자가 그걸 잘 안다.

5. 일본계 기업/부서 취업 사정을 잘 아는 헤드헌터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조언받아라. 냉철한 헤드헌터일수록 좋다. 본인의 경우에는 홍콩 현지인 헤드헌터가 너무 말랑해서, 한국인 헤드헌터의 뼈아픈 조언과 높은 기준이 훨씬 도움이 됐다.

6. 사소해 보이지만, 발음. 나처럼 영어권에 있으면 혀굴리는 데 익숙해져서 아, 오, 우 같은 발음을 대충 하게 된다. (일본어 그까이꺼 한국어 발음이랑 비슷하니까...가 절대 아니다) 영어와 일본어는 상극이라, 일부러라도 일본어 발음을 또렷하게 하지 않으면 우물우물 하는것처럼 들린다. 특히 일본에 몇 년 사는 한국인들도 쉽게 간과하는 ざ、ず、ぜ、ぞ라든지 ちょ와 じょ의 발음을 제대로 해야 한다. (아리가또 고ja이마스나 jenjen 다이죠부가 아니란 말이다 ㅠㅠ)


언어라는 건 한 달만에 고쳐지지 않는다. 웬만큼 하는 수준까지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되기 위한 과정은 힘에 부치고 때로 짜증나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인 인사담당자들의 기준은 높다. 내가 웬만한 그들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므로 총점은 내가 더 나아 라고 우길 수 있지만 그건 내 주관일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네이티브같은 일본어, 일본식 태도와 매너, 비즈니스 컬쳐를 이해해서 그들의 문화에 이질감 없이 fit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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