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하는 일본어 느낌'은 아무 메리트가 없다
본인은 인문계 졸업생으로 한국 정계/언론계에서 9년간 일했다. 즉 문과생이고 영어, 일본어, 한국어가 남들보다 낫다는 것 외엔 특이점이 없다. (브런치 글은 막쓰는 것임)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소지자다.
홍콩에 오면 확실히 한국어보단 일본어 구사자를 원하는 기업이 많다. 일본어 가능자 전용 취업사이트도 4~5개나 되며(한국어 가능자 전용 사이트는 없음), 일본인들이 사는 커뮤니티도 따로 있고 홍콩 거주 일본인을 위한 신문도 있다. 그러면 일본어 수요가 상당히 많을 것 같고 JLPT 자격증은 꿀자격증일 것만 같다.
Job Description에 NATIVE 레벨을 요한다고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본어를 공부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어와 꽤나 비슷하면서도 정말 코마까이한 것들(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이, 가 / 은, 는 을 그대로 번역해서 〜が/〜は를 쓰면 될 것 같은데 조사를 아예 생략하는 게 맞을 때가 있고
'하루도 넘게 비가 왔었네'를 일본어로 말할 때 1日中(1일중)/1日間(1일간)/1日(1일) 가운데 하나를 콕 집을 줄 알아야 하고 (이런건 일본어능력시험에 절대 안 나온다)
주어와 동사의 자연스러운 결합, 〜に、〜で、〜から 등 미묘하게 차이가 나서 감 잡기 어려운 것들을 실수 없이 해내야 일본인들이 말하는 그놈의 違和感(위화감)이 안 생긴다.
한국어, 중국어는 일본어와 언어적 동질성을 갖고 있어서 영미권 언어보단 배우기가 쉽다. 특히 명사가 상당히 비슷해서 발음 변화 규칙만 알면 레벨이 초고속으로 상승한다. 그.런.데.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이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 무의식엔 중국인/한국인을 멸시하고 미개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홍콩에서 10년 차 이상 된 헤드헌터를 만났는데, "여기 영어,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 많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자기 혈통'을 워낙 중시해서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이랑 일본어 잘 못하는 외국인이어도 성이 일본인이 있으면 (예:레이첼 스즈키) 후자의 이력서를 먼저 본다"고 했다. 물론 기업 나름이겠지만...
일본 대학을 나왔으면 무조건 쉬울까? 일본 대학 나왔다고 일본 현지 취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아는 분들은 알 거다. 특히 문과생인 경우, 도쿄에 있는 괜찮은 대학 나왔어도 일본 현지 대기업 들어가긴 쉽지 않다. 한국어를 잘한다는 게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같이 대학 나온 일본인 동기보다 조금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일본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지원할 경우, '도쿄 23구에서 우리 회사 상품을 어떤 유형의 사람들에게 몇 개 팔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답하시오'라는 문제가 곧잘 나온다는데, 내가 언어만 잘 하고 일본의 사회, 경제, 트렌드에 대해 알못이라면 무슨 소용인가.
그리고 일본인은 비즈니스상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표정과 말로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에서 1년 이상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좋은 말만 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고착화돼 있다. 뭔가 좋게 좋게 스무스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려는 성향이 있다. 그건 '너와 나는 약간 먼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면 수다떨면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얘기도 하지만 동등하지 않은 관계, 일본인과 (일본에 잠시 머무르는) 외국인의 관계에서는 대화가 깊게 잘 안 파고들어가진다. 이것도 사람 나름, 출신지역 나름이란 얘기도 있지만.
*일본어 취업면접 팁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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