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왜 해외로 나왔어요? 하고 물으면

아마도 평생 따라올 질문. 뭐라고 대답할까?

홍콩에 와서 재미있는 점 발견. "홍콩에 왜 왔어요?"란 질문은 사생활과 취업면접을 불문하고 언제나 듣는 질문이다. 당신이 외국에서 생활한다면 그 나라를 떠날 때까지 들을 것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왜 갔었어요?" 라고 질문받을 것이다. 즉 평생 듣고, 평생 설명(해명)해야 된다.


내 행동의 이유를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는 없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불과 일주일 전, 한 달 전 내가 왜 특정 행동을 했는지도 이해 못하는 게 사람인데. 그러니 상대방을 무조건 이해시켜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심플하게 말하면 된다.

재밌는 사실은, 홍콩에 온 이유를 말하면 반응하는 태도가 한국인 어른/기타로 나뉜다는 것. 홍콩에서 20~30년을 산 한국인들도 현지 인맥이나 학맥 없이 단지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 온 결혼 적령기(...)의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 한국계 기업 면접에선 내가 홍콩에 온 이유를 2시간이나 설명하고도 이해를 못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럴 땐 그래 나 미친애로 생각하렴 하고 신경 끄는 수밖에.


반면에 한국인 어른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 얘기를 듣고 심플하게 고갤 끄덕인다. '응, 이해해' 또는 '그래, 잘했어' 하고 수긍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부류는 해외에서 홍콩으로 일하러 온 외국인들이다. '나도 그랬다'는 듯이 표정이 밝고 명확하다. 그 다음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은 홍콩 현지 대학 또는 한국 대학 졸업 후 홍콩에 취업한 20대 한국 청년들. 이런 사람들에겐 내 사유를 설명하고 금방 다른 주제로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어 편하다.


특히 서구권에서 살아온 친구들은 그런 개념이 익숙한가 보다. 내가 원하는 삶과 욕심, 자유를 누리고 책임을 오롯이 지는 것, 남들의 환호가 내가 원하는 삶인 줄 착각하고 세상의 가치를 자신에게 세뇌하지 않는 것. 무엇보다 남의 이유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더이상 속이기 싫었어, 라고 말하면 그들은 금방 알아듣는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말하면...글쎄, 나를 사회 부적응자로 봤겠지...?혹은 어머 나도 그래, 너 참 멋지다 라고 말해놓고도 실제 자신들이 몸담은 사회는 한국이라 나와 괴리감을 느낄 수도.


*** 2021년 10월 마지막 날 이 글을 다시 보았다. 나는 절름발이처럼 상처를 질질 끌고 가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나를 어이없어한 사람들, 쿨하게 넘긴 사람들 모두 이해한다. 그저 다른 데서 살아보고 싶은 유럽 보헤미안, 사랑하는 사람과 살려고 현지 취업한 외국인, 야망이 대단한 금융 엘리트들, 공부는 못했어도 엄청난 거부가 된 사업가들, 오로지 고향에 돈 보내는게 목적인 필리핀 도우미들, 한국 떠난 지 30년이 되어가도 뼛속까지 한국인인 교민들, 홍콩은 그런 이들이 모두 모인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매력이란, 예상치 않은 곳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